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2 집필회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2-24 무언의 노래

>

15분 전.

마지막 실내 복도를 지난 시카 일행이 거대한 원형 방에 들어섰다.

방안은 작은 궁전 같았다. 돔 형태의 천장에는 별의 움직이는 궤적이 그려져 있었고, 별마다 청색 빛을 내뿜으며 내부에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곳이 마지막 로비...

우린 예술관의 83%를 탐색했어요. 나머지는 중앙의 풍차와 인접한 구역만 남았어요.

그리고 사령부에서 찾으라고 한 실험체는...

레나는 방 한가운데로 시선을 돌렸다. 어두컴컴한 로비의 중앙엔 각기둥 모양의 받침대가 있었고, 받침대 위에는 유리로 만든 우리가 있었다.

돔에서 비친 은은한 별빛으로 인간 형태의 무언가가 우리에 갇혀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빛이 너무 약한 탓에 구체적인 모습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윽...

우릴... 찾아...

오래된 메아리는 얼음 침 하나가 머리뼈를 관통하는 것처럼 레나의 의식의 바다에서 울려 퍼졌다.

레나는 이 도시에 도착한 후부터 간헐적으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그걸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트로이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었고, 시카는 지휘관으로서의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서 터놓을 수 없었다.

대장인 아이라가 제일 믿음직스러워 보이긴 했으나, 종잡을 수 없다는 인상을 줬다.

넷은 줄곧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레나는 세르반테스를 찾으면 이 이상함의 출처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백로 소대와 그레이 레이븐의 통신을 받은 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것 같았다.

레나는 쿠로노의 실험체에 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없었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에 들어오게 된 건 쿠로노가 집행 부대에 대한 침투를 막기 위해 니콜라가 수작을 부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상 그 실험체를 발견했을 때, 이성에 근거한 판단은 조금씩 그보다 더 본능적인 동요로 대체됐다.

쿠로노 부대가 오기 전에 이걸 회수하고 안전한 곳에서 [player name]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레나는 손에 쥐고 있던 활을 움켜쥔 뒤,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 활시위에 가볍게 걸치곤 천천히 중앙 위치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가 실험체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위치로 다가가자, 멀리서 획일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

트로이가 제일 먼저 소리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로비의 다른 입구에서 좋은 장비와 무기를 갖춘 구조체 부대가 그녀들이 전투태세를 취하기도 전에 로비로 들어왔다.

목표 발견.

구조체 부대는 빠르게 일자로 늘어서서 시카 일행의 퇴로를 막았다.

확인. 구조체 2명, 인간 1명. 신분을 밝혀라. 반복한다. 신분을 밝혀라.

움직임이 깔끔한 게 역시 "높으신 분"이 조련한 부대답네요.

당신의 옛 동료인가요? 그들과 협력하여 우릴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했던 건가요?

이번이 14번째로 절 비꼬는 거예요. 제가 정말로 트로이 "목마"였다면, 아이라와 헤어졌을 때, 레나와 지휘관님을 기절시킨 뒤, 그들에게 데려갔을 거예요.

흥...

공중 정원 집행 부대의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이고, 전 지휘관 시카·루블랑입니다. 이 두 구조체는 제 대원들입니다. 우린 공중 정원 지휘 센터의 명령을 받아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구조체가 이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통지나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신들의 신분을 밝혀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 권한으로 당신들의 자유를 제한할 거예요. 임무 종료 후, 강제로 당신들을 감사하라고 감사원과 정화 부대에 요청하겠어요.

우리에겐 더 높은 등급의 수행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신분 공개할 필요는 없다. 어서 이 구역에서 철수해. 그렇지 않으면, 우린 무장 사용 제한을 해제할 것이다.

출입구를 다 막은 주제에 어떻게 철수하라는 거예요? 연기하려면 좀 더 그럴듯하게 하시죠.

그들의 목표는 실험체예요. 이곳에서 물러날 순 없어요.

상대는 열세 명이에요. 전투력 차이가 크게 날 뿐만 아니라 싸움이 시작되면, 그들이 지휘관님의 목숨을 노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쯧, 그레이 레이븐 소대... 너무 늦네요.

당신들의 수행 증명을 보여 주세요. 보여주기 전까지는 어떠한 양보도 할 수 없어요.

고작 집행 부대의 지휘관인 주제에 건방지게 굴지 마라!

그중 화가 많이 난 구조체가 갑자기 시카를 향해 소리쳤다.

사령부의 버려진 패인 너희 소대의 생사를 누가 신경 쓴다고 그러지!?

"버려진 카드..."

윽...

그 단어가 팽팽한 어떤 선을 건드린 듯, 잡음은 다시 레나의 의식의 바다에 울려 퍼졌다.

누구도 너희들의 성공 여부에 관심 없어. 너희들은 쓰고 나면 버려도 되는 버려진 패들이니까.

하하...

우리의 결말은... 이렇게 되는 건가...?

아...

어서! 내 손을 잡아!

우리 곁으로... 돌아와...

우린... 하나...

……

레나가 정신을 차렸을 땐, 보이지 않는 실에 몸이 조종당한 듯, 손에 있던 활의 활시위가 끝까지 당겨졌다. 그리고 활이 포효하는 기억과 함께 손바닥 사이에서 멀어졌다.

너!?

화살이 그 쿠로노 구조체의 머리 외갑을 관통했고, 검은색 순환액이 쓰러지는 몸뚱이와 함께 바닥에서 퍼졌다.

레나!?

레나의 돌발 행동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손에 든 활을 내린 레나의 크게 뜬 눈은 초점을 잃은 상태였고, 가쁜 숨소리는 동요하는 그녀의 심정을 드러냈다.

하... 하...

동전4가 쓰러졌다! 전원, 탄창이 빌 때까지 구조체를 우선 공격해라!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구조체 부대의 대장이었다. 레나의 행동이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기 때문에, 시카와 외교 놀이나 하면서 시간을 끌 필요 없어졌다.

제식총이 맹렬한 불을 뿜어낼 때, 레나는 자신이 무언가에 의해 넘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총알의 폭발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뒤이어 따뜻한 액체가 레나의 생체공학 피부에 떨어졌다.

콜록...

시카의 이마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시카의 손은 레나의 어깨를 누르며, 자기 몸을 방패 삼아 지키고 있었다.

거참!

톤파로 가슴을 보호하며, 쿠로노 구조체를 향해 돌진한 트로이는 항타기의 철침으로 레나를 사격하는 구조체를 날려버리며, 적의 주의를 자신한테 돌리려 했다.

레나, 어서 여길 떠나요. 가서 [player name] 선배님께 이곳의 상황을 보고... 윽...

피가 시카의 눈에 흘러 들어가자, 시카는 따끔한 듯 눈을 뜨지 못했다.

레나가 가장 빠르니까, 저와 트로이가 길을 열어줄게요. 어서...

억지로 눈을 뜬 시카는 몸을 돌려 트로이를 공격하고 있는 구조체에게 사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출혈 때문에 시야의 대부분을 잃은 시카는 제대로 조준할 수 없었다.

전... 당신은...

의식의 바닷속에서 울려 퍼지는 잡음이 야수 한 마리가 포효하는 것처럼 조금씩 더 격렬해졌다.

구...

뇌 속에서 벌 떼가 팔자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차가운 신경 통증과 조금씩 열이 오르는 몸이 충돌하면서 망가질 것만 같았다.

혼돈의 만화경 속에 빠진 것처럼, 얽혀있던 기억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벗겨져 나왔다.

승격 네트워크... 이게 바로 내가 원했던 거야. 안타깝지만, 지휘관은 여기서 이 쓸모없는 놈이랑 죽어줘야겠어.

레나... 어서...

난... 대체...

네 마음속의 아쉬움을... 우린...

우린... 하나가 되어...

우리 함께... 네가 원하는 "정의"를 실현하자!

……

레나는 시카의 허리를 껴안고, 바닥을 몇 바퀴 굴러서 쏟아지는 총알을 피했다.

역시... 우린 안 맞아요.

눈을 감은 채 말을 마친 레나가 숨을 죽이고 활시위를 당겨 조준했다.

어! 뭘 하려는 거죠!?

레나가 조준한 건 쿠로노 구조체가 아닌 로비 중앙에 있는 유리 모양의 우리였다.

금속 화살이 유리를 깨고 돔에 꽂혔다. 그러자 인공 별빛이 사라지고, 로비는 칠흑 같은 어둠에 빠졌다.

그리고 눈부신 보라색 빛이 어둠을 찢었다.

……

그건 이상한 형태의 기사 조각상이었다. 로비 중앙에 군림한 조각상은 전설 속에 세상의 죄악을 벌하기 위해 신이 내린 사자 같았다.

은회색 갑옷에서는 신비한 보라색 빛이 감돌았고, 희미한 호흡 소리가 가면을 통과하면서 증기의 윙윙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우리에서 풀려난 봉인된 기사는 말없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응시했다.

이, 이건...!?

구조체들이 사격을 중단했다. 그들은 사전에 실험체를 최대한 해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반응은 그 기사 조각상이 뿜어내는 강한 압박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왜 그러죠? 혹시 당신들이 회수할 게 무엇인지 듣지 못했나요?

……

이 기이한 적막을 깨뜨린 건 레나의 발소리였다.

레나는 천천히 기사 조각상 앞으로 다가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쳇... 정말 귀찮게 하네요!

트로이가 이것저것 고려하는 구조체 대장보다 먼저 반응했다.

트로이는 톤파를 들고 기사 조각상으로 달려가, 그것이 레나와 더 깊은 연결을 맺는 걸 막으려 했다.

트리거가 작동하고 항타기에서 바늘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기사 조각상은 그걸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버렸다.

트로이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 기사 조각상의 가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트로이의 눈동자에 비쳤다.

……

무슨...?

▅▃▆▅▂▄▁▅▇!!

그것은 곧 송장하는 이에게 바치는 슬픔의 노래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알 수 없는 포효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