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2 집필회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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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9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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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눈앞의 어둠이 조금씩 걷히더니,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눈을 뜬 아이라는 연결된 시설을 말없이 떼어낸 뒤, 제자리에 놨다.

아이라 옆에 앉아서 단말기를 보던 시카가 아이라의 움직임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아이라, 괜찮아요?

연결된 후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고, 우리도 아이라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아, 괜찮아!

재밌는 연극을 봤어.

그리고... 의식의 바다 깊숙이 넣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이네요. 후...

조금 떨어진 벽에 기대어 서 있던 레나도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누구는 아이라가 장치에 갇혀 못 나오는 줄 알고 아이라 주위를 빙빙 돌던데요. 그걸 보는 제가 다 어지러웠어요.

급하게 카운트다운한 이가 누구였을까요? 음... 5분 30초밖에 안 남았네요. 시간이 다 되면, 이 햄릿 모조품은 가루가 됐을걸요.

전 여기서 시간 낭비하기 싫었을 뿐이에요.

미안, 많이 걱정했지?

아이라는 시카를 향해 윙크하고는 방긋 웃었다.

고마워.

그때, 진열대 뒤에서 쓸쓸한 눈을 하고 있던 소녀는 지금 전장의 지휘관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 막막함이 남아있고, 몇 번이고 넘어지더라도 그녀들 마음속에 불붙은 뜨거운 피는 계속 불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있던 그림자는 누구였을까?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쫓았고, 무엇을 잃어버렸으며 무엇을 보았기에 이곳에 온 방문객에게 희망을 건 걸까?

수많은 질문과 후회의 과정에서 줄곧 혼자였던 걸까?

아... 전 한 것도 없는데요.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한 소대를 이루고, 같이 전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

아이라는 웃으며 손을 들어 귀밑의 잔머리를 정리했다.

어쨌든 연극이 순조롭게 끝났으니, 시험에 통과한 거겠지?

그리고 백스테이지에 있었던 이가 뭘 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

지금은요? 우리가 여기에 1시간을 서있었지만, 주위는 여전히 그대로예요.

아니.

아이라는 고개를 돌려 극장의 옆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이라의 시선에 응답이라도 한 듯, 폐쇄됐던 문이 "띠" 소리와 함께 다시 열렸다.

빛나는 무대 바닥의 빛 라인이 그녀들의 발밑에서 불을 밝히며, 문 뒤 복도 끝 어둠까지 이어졌다.

이번엔 관람 코스까지 미리 배정해 놓은 것 같네요.

출발하자.

아이라는 옆에 두고 있던 건랜스를 들고 등을 꼿꼿하게 폈다.

이 앞에 우리가 서로 탐구하던 "답"이 있든 없든...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해.

다음 전시관으로 가는 복도는 여느 구역보다 어두웠고, 발밑에 펼쳐진 빛 라인은 깊이 들어갈수록 유일한 라이트가 됐다.

더 깊이 들어가자, 주변은 도시 틈새에 떨어진 종자가 싹트고 회색빛 시멘트와 강철이 범람한 곳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것만 같은 녹색 세계로 변했다.

녹음이 우거진 잎 사이로 물기가 어렴풋이 보였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도 은은하게 들렸다.

이 전시관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다음 전시관은... 식물원인가요?

와, 종류가 많네. 이건 크로톤, 이건 당종려 나무, 이건 아스프레니움 니두스... 뭔가 뒤죽박죽 섞어 놓은 거 같아.

그리고 둥근뱀차즈기와... 수국이네?

아이라는 식물에 대해서도 잘 아네요.

언젠가 그릴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우연히 일부 식물에 관해서 연구하게 된 적이 있었거든.

지금은 먼 곳에 갔지만, 예전에 꽃 기르는 걸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 그녀가 빌렸던 책을 대신 반납해야 했을 때, 그녀가 많은 식물도감을 빌렸다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재배 쪽엔 재능이 없었어. 무엇을 키워도 시들어버렸거든. 그때 나도 많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딱히 쓸모는 없더라고.

아이라는 벽 구석의 작은 꽃을 보며, 입가에 그리움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가 이걸 본다면... 아, 지금은 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뭐랄까... 전장과 차가운 조각상에 익숙해졌다가, 이런 것들을 보니... 음?

트로이는 손을 뻗어 어깨 위에 드리워진 잎을 가볍게 문질렀다.

아쉽지만, 실제 식물이 아니라 생체공학 재료네요.

다음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자, 시카는 고갤 들어 앞을 봤다.

길 끝에 서 있는 건 웅장한 오페라 극장도, 화려한 전시관도 아닌 그저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와 쏟아지는 인공 일광만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억 속 어느 장소와 일치되기 충분했다.

어... 이건...

풀리아 삼림 공원이네요.

……

……

그 명칭을 듣는 순간,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다들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위기 폭발의 출발점이었다. 안전해 보이는 숲속 깊은 곳에 인류의 모든 희망을 앗아갈 뻔한 재앙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