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22 집필회몽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22-11 꿈

>

아이라, 바로 지금이에요!

그럼... 끝났어!

트로이가 톤파로 "곡" 손에 있는 용창을 튕겨낸 순간, 아이라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광선 건랜스의 칼날이 "곡"의 몸을 찢으며, 그녀에게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혔다.

광선 건랜스의 광날이 상처를 낸 신체는 기계 구조를 드러냈고, 아크와 불꽃이 튕겼다. 마침내 "곡"은 여유로웠던 태세를 바꿨다.

훌륭하군!

반대편의 전투도 끝났나 보군. 너희들의 승리다. 방문자들이여.

말, 말을 했어요!?

방문자들이여, 내게 대화 능력이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인가?

설정된 대사밖에 못 하는 줄 알았어. 왜냐면...

……

그래. 네 말 대로다. 난 틀림없는 "모조품"이지. 아니 그 아래에 있다 봐야지.

난 그저 비슷한 외모를 가졌고, 유사한 인격이 심어졌을 뿐이다. 이 전시관의 "이미지"에 걸맞게 만들어진 모조품이지.

난 진짜 구룡을 본 적이 없다. 단지, 이 몸을 만든 재료가 구룡의 것일 뿐. 세르반테스 님이 디테일한 부분을 상당히 고집하거든.

그럼, 당신은 자신이 진짜 "곡"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하하, 처음부터 의식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그저 어떤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어떤 순간을 반복하는 "연기자"일뿐이었지.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속엔 바다 옆에 지어진 웅장한 순환 도시가 있었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 백성들이 있었으며,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모든 걸 지켜내려는 왕이 있었다.

그 꿈은 좇을 수 없는 그림자와 같았다. 그 꿈 때문에 난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됐지.

어떤 결론이 도출됐어?

아무것도. 난 그저 빈 껍데기이자 배경이었고,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캔버스에 있는 한 개의 색엔 개별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다면, 저희한테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왜일까... 아마도 그 꿈의 종착점을 찾고 싶어서였겠지.

나의 출현으로 완벽한 모사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난 "나"의 신분으로 너희들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됐다.

계속 생각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문제 말이다.

너희들이 진정한 구룡을 본 적이 있다면 알려주겠나?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구룡성은 아직도 황금시대의 영광을 유지하고 있나?

곡이라는 이름을 가진 왕은 진정한 현군이었나? 그녀가 이끈 구룡은... 어떠한 미래로 나아갔지?

미안, 내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어.

하지만 난 구룡 출신 사람들을 좀 알거든, 적어도 그들 관점에서의 구룡은 자신이 원했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그 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수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들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뿐이야.

그래.

그거면 충분해.

방문자들이여, 축하한다.

너희들이 그가 원하는 답을 가져다줄 수 있길 바라.

미소를 지은 "곡"은 손을 내밀어, 데이터 칩 하나를 아이라의 손에 건넸다.

이윽고 "곡"은 눈을 감았다. 가동이 중단되는 소리와 함께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껍데기"가 행동을 멈췄다.

……

아이라는 말없이 "곡"이 마지막으로 건넨 물건을 받았다.

세르반테스의 또 다른 기억 데이터인가요…?

이번에도 내가 읽어도 될까?

당연하죠.

아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칩을 기체의 데이터 인터페이스에 꽂았다.

>>>확인했습니다. 세계 시간 2:47 AM, UTC+8로 교정합니다.<<<

카를, 미켈레 선생님은?

>>>확인했습니다. 질문하신 이의 신분은 구룡의 최고 통치자입니다. 미켈레 선생님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상대방이 응답 단말기를 껐습니다.<<<

>>>음성 사서함에 새로운 음성 메시지가 확인됐습니다. 재생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구룡성을 돌아볼 거니까, 날 찾지 않아도 돼. 발신자: 미켈레<<<

>>>예정된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원래의 일정은 구룡 지도자와의 사적 만남입니다. 실행 이상이 감지됐습니다.

감정 모듈에 가벼운 과부하가 감지되어 자체 검사 및 복원을 시작합니다.<<<

>>>확인했습니다. 2급 긴급 사태로 해결 방안을 검색합니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행동 범위가 제한되어 대응한 조치를 가동할 수 없습니다.<<<

>>>긴급 응급 모드로 전환합니다. 시스템이 재가동됩니다.<<<

죄송해요. 미켈레 선생님께선 부재중으로, 아침 일찍 구룡성으로 가신 것 같아요.

제가 일정을 선생님께 확인하지 못해, 곡 님의 시간을 낭비하고 기분을 언짢게 해드렸네요. 이 부분에 대한 보상은 선생님과 상의해 볼게요.

괜찮다. 정식 만남도 아니니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건 없어.

더구나 미켈레 선생님을 사로잡은 게 구룡의 거리와 경치라면, 그건 통치자로서 몹시 기쁜 일이지.

곡 님의 관대함에 감사드려요.

근데 모처럼 정무를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혼자 있게 되니 좀 그렇군. 원래는 미켈레 선생님과 예술 문화 영역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는데... 넌 미켈레 선생님의 조수이니 평소에 선생님께서 많은 가르침을 전수해 주시겠군?

전 미켈레 선생님의 생활을 돌보는 로봇일 뿐, 인간의 예술에 대해선 식견이 그렇게 높지 않아요.

그래? 내 가족 중 한 명은 로봇이 인간보다 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네 주인을 대신해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떠냐?

분부에 따를게요.

카를은 곡이 왜 자신을 초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카를은 곡을 따라 거리 중앙에 위치해 있는 성으로 걸어갔다.

곡은 카를을 데리고 전당 앞에 있는 높은 누각에 왔다. 이곳에선 구룡의 경계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여긴 "천문대"다. 천 년 동안 구룡의 흠천감(欽天監)이 이곳에서 별자리를 관측하고 달력을 만들었지.

한가할 때 난 이곳에 있는 걸 좋아한다. 여긴 조용해서 문제를 생각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데 적당한 장소지.

거기에다 구룡을 한눈에 바라볼 수도 있지.

카를도 곡의 시선을 따라 앞을 봤다. 새해가 가까워져서 그런지 바둑판 같은 거리엔 꽃등과 색종이 장식이 가득했다. 낮이긴 했지만, 도시의 야경이 얼마나 장관일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카를은 사람들이 혼잡한 거리에서 미켈레 선생님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생각을 한순간에 포기했다.

여기 올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재미없는 것 같지는 않군.

전 그저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을 흉내 냈을 뿐이에요. 곡 님께서 재밌으셨다니 영광이네요.

미켈레 선생님은 훌륭한 이론가일 뿐만 아니라 행동력도 뛰어나. 대부분 사람은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를 짓는 일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최근 몇 년 동안 선생님은 많은 곳을 돌아다니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하시고 이 작품을 완성하실 거예요.

미켈레 선생님이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거냐?

네. 믿어요.

처음으로 네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는구나.

선생님께서는 항상 자신감이 넘치시기 때문이죠.

카를은 생명력과 장엄함이 공존하고 있는 웅장한 구룡성 도시를 차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미켈레의 목표는 이 도시를 뛰어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이 미켈레를 좋게 보지 않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곡 님,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해봐.

구룡에 있어서 구룡성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건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상당히 복잡한 질문이군.

굳이 한두 마디로 요약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증명.

구룡성은 구룡이 존재한다는 증명이다. 구룡성이 존재하는 한 구룡인은 구룡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구룡성은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 있었고, 문명의 무게로 견뎌왔다. 오늘날까지도 우린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이 세계에 우리가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려고 한다.

???

허, 그 가식적인 말은 죽을 때까지 말할 셈이야?

곡과 카를 뒤에서 혐오가 섞인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리야?

언제 과학 이사회에서 돌아온 거지? 왜 나한텐 알리지 않았나?

내가 왜? 설마 사람들을 불러 환영 파티라도 해주려고?

게슈탈트의 개발이 일단락돼서, 과학 이사회에 있어봤자 의미가 없어. 그리고 이곳에 내 예전 사무실도 있잖아. 효율성을 따지자면 당연히 돌아와야지. 근데 구룡은 어떻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바뀐 게 하나도 없냐. 여전히 시끄럽고 짜증 나.

오래간만에 조용한 곳을 찾았다 싶었는데 설마 네가 있을 줄이야. 게다가 데리고 온 게... 로봇?

비리야, 나와 로봇의 대화에 놀랐나?

네가 누구랑 얘기하든 관심 없어. 단지...

비리야가 카를을 바라보는 먹색 눈동자엔 의심과 자세히 훑어보는 눈빛이 담겨있었다.

절대적인 이성의 창조물이 어떻게 그런 농담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지?

무슨 말씀이신가요?

도시는 추악한 인간관계의 집합체일 뿐이야.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는 인간 문명이 어느 정도 발전하면서 탄생한 기형적인 산물이지.

화려한 겉모습은 허영이 쌓아 올린 그림자고, 어리석은 백성을 제어하기 위해 심어놓은 허상일 뿐이야.

세계를 데이터화할 수 있는 로봇이 이 도시의 본질은 왜 계산해 내지 못한 거야?

전 선진적인 연산 능력 모듈을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리야 님께서 말씀하신 이론에 필요한 데이터양을 확인할 수 없어요.

쳇, 됐다. 됐어. 뒤떨어진 모델의 골동품이 내 "이상"속 표준에 도달할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어.

비리야, 네가 정말로 "이상"속의 창조물을 만들었다 해도, 그것이 너와 같은 결론을 내릴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지?

그것의 계산이 네 예상과 반대로 된다면 그것에 실망할 거냐?

무의미한 궤변일 뿐이야.

비리야라는 청년이 눈살을 찌푸렸고, 깔보는 듯한 표정을 하며 떠났다.

카를은 마른 청년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비리야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구룡성은 화려한 면만 있는 게 아니야.

그렇다면 왜 더 나은 사회 모델로 이런 방식에 대체하지 않으시나요?

하하, 로봇에겐 새것으로 낡은 걸 바꾸는 게 당연한 이치겠지?

사실 특별히 복잡한 이유는 없다. 혹은 이유가 필요 없다고도 할 수 있지.

우리는 그냥 이렇게 되길 선택했을 뿐이다.

……

>>>기록이 중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