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드디어... 해치웠어요.
아이라의 건랜스가 번쩍했더니 "로제타"의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졌다.
실린더가 빈 다연발 유탄발사기를 들고 있는 시카는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는지 조금 휘청거렸다.
계속 들고 있던 무기 상자에 이런 게 들어 있었나요?
그리고 아이라의 무기 탄약과 레나의 여분 화살촉도 있어요. 이 발사기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가지고 온 거예요. 제가 이런 종류의 무기 사용에 좀 익숙하거든요.
예전엔 실내라서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이번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시카가 그것의 행동 모드를 빠르게 파악해서 다행이에요. 그 아이디어가 없었더라면 이번 전투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아니에요. 그건 로제타가 공중 정원에 있을 때, 바네사 선배님한테서 연수하면서 몇 번 뵌 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휴머노이드 구조체는 지금도 희귀한 존재잖아요. 그래서 제가 로제타의 관련 자료와 전투 데이터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외웠거든요.
전형적인 학교 우등생의 발언이 나왔군요!
로제타는 최강의 승격자인 알파와 맞설 수 있는 존재인 만큼, 본체가 아니더라도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네.
외관으로만 보면,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 그 로봇도 굉장하네요. 근데 왜 똑같은 모조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네요.
음... 이곳은 북극 항로 연합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니까, 콕 집어서 한 대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면 로제타만큼 적절한 인물도 없을 거 같은데?
제가 신경 쓰이는 건 그가 보여준 기술이에요. 로제타가 실제로 전투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방금 전 모조품의 출력과 무장 파괴력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로비에서 만났던 그 조각상들도 있었잖아요. 만약 이 규모로 공중 정원에 쳐들어온다면...
도시를 재건했을 뿐만 아니라 공중 정원 구조체의 전투 데이터도 파악한 상태고, 그걸 재현할 수 있는 기술까지...
이렇게 엄청난 것들을 공중 정원에 노출한 목적이 단지 컨스텔레이션의 이름으로 예술 협회의 멤버를 유인해서 조사시키기 위해서였을까요?
모르겠어. 지금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
적어도 세르반테스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지금은 세르반테스가 말한 대로 전시관들을 탐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남한테 끌려가는 느낌이 싫긴 하지만요.
항상 우여곡절 끝에 최종 보스를 만나는 법이지. 어쨌든 방금 전 우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
시카의 지휘도 처음에 비하면 훨씬 차분해졌고, 결정적인 역할까지 했잖아.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의 수준일 뿐이고 과찬은 오히려 독이 돼요.
멀리서 이 구역의 검사를 마친 레나가 아이라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특제 전자탄으로 적의 행동을 제한할 생각을 했다는 건 칭찬할만해요. 하지만 이 방법이 통하지 않고, 그 로봇도 로제타의 원래 데이터를 완전히 참고한 게 아니었다면, 지휘관님은 다시 한번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거예요.
제 원거리 견제를 잘 이용했다면 전투 효율이 더 높았을 거예요.
아...
그리고 제가 재밌는 물건을 찾았어요.
시카가 반응하기도 전에 레나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아이라에게 던졌다.
이건 뭐지?
아이라가 손을 폈다. 손바닥엔 작은 은백색 데이터 칩이 인공 눈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스캔 한 결과에 따르면, 이 칩엔 일부 기억 데이터가 저장돼 있는데, 구조체의 인터페이스에 접속하면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이건... 세르반테스가 남긴 걸까요?
이게 바로 세르반테스가 말한 "남긴 것"이겠군요.
안에 쓸만한 정보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대표를 뽑아서 읽어볼까요?
세 명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 곳에 집중됐다.
알겠어.
나한테 맡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