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땅을 밟고 있어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도시 외곽은 공중 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같이 폐허였다.
원래 컨스텔레이션이 계획했던 면적은 수만 제곱킬로미터로, 구룡 순환 도시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면역 시대에 만들어진 넘버 도시도 컨스텔레이션에 비하면 아이들이 해변가에 쌓아놓은 모래성에 불과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완성하지 못한 화려함이었고, 지금 인간들이 재현할 수 없는 환상이었다.
황금시대 말기에 월하미인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유성인 컨스텔레이션은 퍼니싱이 폭발하면서 역사의 바다에 묻혔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아주 작은 부분이긴 하지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기적"이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에 걸린 듯 폐허 깊숙이 들어갈수록 주변 환경이 질서정연하게 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경계선에 도달할 때까지는 그랬다.
경계선 너머에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쌓여 있던 바닥은 포장된 도로로 바뀌었고, 세월에 갉아 먹힌 단벽들은 새롭게 탈바꿈한 건물과 고가선으로 변했다.
실제 살아 숨 쉬는 도시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황무지에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주위 황무지와 어울리지 않는 도시의 배치가 아니라, 건물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이상한 모양의 탑이었다.
저건... 풍차인가?
탑 끝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거대한 날개는 하나의 소용돌이처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영상으로 대략적인 윤곽은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 놀랍네요.
순수한 시각적 충격으로 본다면, 몇 달 전 퍼니싱으로 구성된 이중합 탑이 더 파격적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 있는 풍차는 사람에게 장엄함과 아름다운 느낌을 줬다.
황금시대의 도시들은 독특한 랜드마크를 디자인하는 걸 좋아했던 거 같은데, 풍차 모양으로 만들어진 건 처음 보는군요.
음... 풍차라고 하면...
<돈키호테>를 말하는 거야?
자신이 기사라는 환상에 빠진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서, 몇 번이고 창을 들고 돌진했다가 매번 실패하는 이야기 말이야.
줄거리만 들으면,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을 저렇게 지은 건 무슨 의도가 있었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모르는 걸 빨리 인정하시네요.
"햄릿을 읽는 사람이 천 명이라면, 천 명의 햄릿이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내 이해가 설계자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 탑의 외관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극히 적으니까.
이런 고층 건물은 전파탑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참모부 말에 따르면, 공중 정원은 이 탑이 주위에 기만 신호를 전송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도시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라고 해요.
"풍차"가 어쩌면 대형 전자기 교란 장치의 일종일 수도 있죠. 그리고 이곳의 퍼니싱 농도가 매우 낮은 걸 보면, 여과탑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음... 풍차가 이 도시의 중추라고 한다면, 그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네.
사고 방향은 대충 정확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니 연보라색 단발머리의 구조체 한 명이 그녀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당신들이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대원인가요? 지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늦었네요... 혹시 스케줄 알림이 단체로 고장났나요?
당신이 혹시... 레나?
아이라, 시카 그리고... 트로이, 맞죠?
레나는 아이라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곧장 소대의 대원들을 훑어봤다.
당신들의 정보와 아이리스 월블러에 대한 대략적인 사항은 알고 있으니, 자기소개는 건너뛰어도 되겠죠?
전 예비 대원으로서 이번 임무에 참여하게 됐어요. 잘 부탁해요.
정색한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레나의 얼굴엔 일말의 "유쾌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우리 소대에 온 걸 환영해!
아이라는 여느 때처럼 웃으며 레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눈앞에 나온 손바닥을 보며, 입술을 먹은 레나는 형식적으로 손을 들어 잡은 뒤, 곧바로 손을 거뒀다.
형식적인 인사도 끝났으니,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먼저 제가 이 도시에서 수집한 정보를 공유해 드릴게요.
이미 이 도시를 조사하기 시작한 거야?
네. 전 원래부터 정찰에 능한 구조체이기도 하고, 여러분보다 며칠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이 도시의 대략적인 상황을 먼저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기존에 파악된 공중 정원의 정보와 비교했을 때, 여러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해 먼저 답해드릴게요.
우선, 이 도시가 어떻게 나타나게 됐을까에 대한 부분인데요. 참모부가 추측했던 것처럼, 이 도시는 로봇들이 관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관찰에 의하면 로봇의 AI 수준이 기존에 설정된 최댓값을 대부분 넘어선 상황이었어요.
그럼, 그 보육원과 동일한 상황인 거군요.
아니요. 조금 달라요.
대다수 구역에서 로봇들은 외부인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들의 행동 모드가 좀 독특해서... 제가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조사 결과에 의해 판단해 보면, 외곽 부분은 눈여겨볼 부분이 거의 없어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여서 도움 될 만한 건 없는 거 같아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 같으니, 대장님의 말대로 도시 중심으로 이동하시죠.
제가 앞장설게요.
레나의 안내에 따라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도시의 주요 도로를 통해 도시의 중심, "풍차"로 향했다.
풍차 근처에 위치한 작은 광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라는 잠깐의 휴식을 제안했다.
이곳은 컨스텔레이션의 중심 구역이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로봇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 돌아가는 거대한 풍차, 빌딩 내부에 점멸하는 등불 그리고 길옆에 패턴 없이 켜지는 교통 신호는 모두 이 도시가 "어떤 존재"의 영향 아래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뭔가 타임 슬립한 기분이에요.
소대에서 유일하게 황금시대를 살았던 트로이는 주변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도로와 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빌딩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극히 적은 일부의 인간만 살 수 있는 공중 정원과 다르게, 이전의 지구엔 수백 수천만 명의 인구가 살 수 있는 번화한 도시가 곳곳에 있었다.
황금시대 사람들은 모두 이런 곳에서 살았나요?
모두는 아니에요. 적어도 제가 태어난 시대엔 전 세계 90% 이상의 인구가 고도로 발전된 도시에서 살고 있었어요.
물론 모든 곳이 여기처럼 호화로운 건 아니었지만, 지금의 보육 구역처럼 일상생활 보급도 힘든 건 아니었어요.
대부분 생산 활동을 로봇에 맡긴 인간들은 자신이 꿈꾸는 삶을 마음대로 추구할 수 있었어.
르네상스, 계몽운동, 산업혁명을 겪고 수백 년을 쌓아 올려서 피어난 인간 문명의 꽃...
그게 바로 황금시대였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하지만 퍼니싱 폭발로 인해 십여 년 만에 모두 파괴되고 말았어요. 참으로 아이러니하네요.
응. 그것도 사실이지.
오늘날의 사람들은 이미지나 서책 자료에서 황금시대의 지식을 배우곤 해. 하지만 아무리 예술 협회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황금시대의 사상과 인문 이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선 한 층의 "벽"을 느끼게 돼.
사람들이 퍼니싱을 이겨내고 자신의 문명을 재건한다 해도 두 번째 "황금시대"가 미래에 나타날 수는 없어.
그래도... 이중합 탑이 역전된 후 공중 정원에선 지상 재건 계획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런데 컨스텔레이션이 이 시점에서 발견된 건 우연이라 치기엔 너무 이상한 거 같아.
이 근처는 모두 중도 재난 지역이었어요. 로봇이 어떻게 침식되지 않고 이 도시를 재건할 수 있었을까요?
그 문제에 관한 건 제쳐두더라도, 로봇이 자신의 활동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구역을 이렇게 깨끗이 유지할 필요 없어요.
이렇게 하면서까지 황금시대의 "유적"을 지키는 건 "그리움" 때문일까요?
이번 임무가 바로 그걸 조사하는 거 아닌가요?
다른 이들과 조금 거리를 둔 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봤다.
근데 레나는 왜 이 소대에 들어오겠다고 한 거예요?
레나의 조건이라면, 들어가고 싶은 소대가 있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지 않나요?
설마 숨은 예술 애호가인가요?
……
그건 제 자유예요. 당신들이 상관할 바는 아닌 거 같은데요?
조금의 호기심도 만족시켜 주지 않을 생각인가요?
그건 트로이도 비슷하지 않나? 쳇, 난 일부러 신비로운 척하는 이들이 싫어.
같은 소대 대원이기도 하니, 여러분한테서 집행 부대의 정보는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 기체 파라미터와 공개할 수 있는 이력서는 소대 리스트에 올라와 있을 거예요. 그 외의 부분은 임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관심은 사양할게요.
그리고 휴식 시간에 쓸데없는 수다는 줄여주세요. 우린 임무를 수행하는 소대지 관광하러 온 게 아니니까요.
냉정하네.
아이라 일행들이 한 마디씩 주고받는 사이, 시카는 개인 단말기로 지휘 센터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다.
공중 정원과의 통신이 여전히 안 돼요.
제가 이미 시도해 봤는데 소용없었어요. 이 도시는 특별한 수단으로 외부 전자기 신호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어서, 정상적인 원거리 통신 시설도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도 소대 내의 단거리 통신은 문제없을 거예요. 그리고 의식 연결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고요.
참, 이 도시의 이상 로봇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공중 정원에서 찍은 것보다 훨씬 잘 보일 테니 먼저 공유해 드릴...
...그럴 필요 없겠네요.
레나는 가로수길 구석을 봤다.
창작... 창작...
마티스 놈보다 먼저... 창작을 끝내야 해... 내 작품은 그의 작품보다 몇백 배나 더 대단해... 흥흥...
가로수길을 건너는 로봇은 광장 내에 있는 소대원들을 전혀 보지 못한 듯했다.
저것이 바로 보고됐던 이상 로봇인가요?
흔치 않은 기회이니 뒤따라가 볼까? 이것도 조사의 일환이잖아.
네. 우리도 저 로봇의 행동 방식을 기록할 필요가 있어요.
로봇이 어떤 벽 앞에서 멈춰 섰다. 벽 위엔 화려한 색깔과 그림으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었다.
로봇은 팔에 연결된 스프레이 모듈을 가동해, 창작이 다 되어 있는 벽 위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오늘 이 벽을 다시 다 칠하면, B-2 구역은 우리 환상 로봇 인상파의 세상이다!
망할 초 현실 로봇 야수파... 색깔 모듈을 새롭게 개조한다고, 색채에 대한 이해를 우리보다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웃기지 마! 나 바지유는 인정 못 해!
여기는 칠하고... 여기는 바꾸고... 겁쟁이들이 숨어있는 틈을 타 환상 로봇 인상파가 이 도시를 다시 점령할 것이다!
아하하하하하-!
왠지 너무 사악하게 웃는 것 같은데요? 로봇이 정말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는 어두운 곳에서 "바지유"라고 자칭하는 로봇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로봇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신기하죠? 여기 대부분의 로봇이 이런 걸 하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거리 위에 알 수 없는 광고판과 그라피티를 보셨나요? 그게 전부 그것들의 "걸작"이에요.
로봇들이 예술 창작에 대한 집착이 강한 거 같았어요. 게다가 여러 파벌로 나뉘어 도시의 각기 다른 구역을 점령하고 있더라고요.
예술에 열중하는 로봇이라...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발견했던 "도색 기계"와 비슷한 존재일까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회수한 도색 기계는 예술 협회가 보관하면서 연구하는 것 같던데, 아이라는 뭔가 아는 게 있...
네? 아이라?
아이라한테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린 시카는 아이라가 그녀들의 은신처에서 이미 떠난 것을 발견하게 됐다. 벽에 색칠하고 있는 바지유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분홍색 머리의 구조체 눈에는 강철을 녹일 듯한 분노가 가득했다.
음... 저건 참을 수 없어...!
주먹을 꽉 쥔 아이라가 그 로봇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으아아아아아아-!?
아이라가 갑작스럽게 낸 큰 소리에 깜짝 놀란 바지유는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러다 "쿵" 소리와 함께 바지유가 벽에 부딪혔다.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바지유의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다.
이 벽에 있던 건 다른 누군가의 그림 아닌가? 왜 남의 허락도 없이 작품 위에 마음대로 그리는 거지!?
이념 논쟁 때문인지 개인적인 원한인지 전 잘 모르겠지만...
창작자로서의 기본적인 매너도 없으면서 다른 이들이 당신의 작품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절 잡아가지 마세요. 전 부품으로 해체되기 싫어요.
허...
레나는 아이라의 행동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예술가의 분노"라는 건가요? 아이라가 저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봐요.
일단은... 우리도 따라가 보죠.
어쩌지. 어쩌지. 세르반테스 님이 말한 게 사실이었어. 시슬레와 모네는 이미 실종됐고, 이젠 나도...
아이라... 상대가 엄청 놀란 것 같은데요.
어...? 음...
아하하... 내가 너무 흥분했나?
흥분이 가라앉은 아이라가 눈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지유를 보며, 방금 전 자기 행동이 얼마나 지나쳤는지를 깨닫고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이런 행동을 보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부품... 해체... 엉엉엉... 전 아직 환상 로봇 인상파의 부흥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방금 그 건방진 모습과는 전혀 다른데? 근데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닌가? 내가 무섭게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저기... 우린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정말요? 당신들은 공중 정원에서 보낸 구조체가 아닌가요? 우릴 잡아다가 분해한 뒤 연구하려는 거죠?
우리가 공중 정원에서 온 건 맞지만, 이유 없이 그런 일을 하진 않아.
아니죠. 그가 이 도시의 이상 로봇이라면, 과학 이사회로 샘플을 보내는 것도 우리의 임무 아닌가요?
트로이, 너무 겁주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도시의 정보를 수집하는 거예요.
하지만 다른 로봇이 잡혀갔다는 얘기는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요.
로봇들이 정말로 "누군가"의 포획을 피하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봤던 그 상황이 이해돼요.
여기에 우리 말고 임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소대가 있는 걸까요? 그럼, 지휘 센터에서 미리 알려줬을 거예요.
……
그리고 그가 말했던 "세르반테스"라는 로봇은... 공중 정원에서 인원을 파견해, 이 도시를 조사하러 올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린 "초대"를 받은 거잖아요.
저기, 이름이 바지유라고 했나? 당신이 말한 "세르반테스 님"은 누구지? 공중 정원에서 온 이들이 로봇을 잡아갔다는 건 또 무슨 상황이야?
우리 질문에 잘 협조해 주면, 한 번 봐줄게~
쭈그리고 앉은 아이라가 바지유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세, 세르반테스 님은 우리의 정신적 리더예요. 우린 그를 따라 이곳에 왔고, 폐허였던 도시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냈어요!
선현님이 남긴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우리 로봇들은 도시를 거점으로 해서 선현님이 주신 감동을 재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세르반테스 님은 우리와 함께 행동하지 않으셨고, 그의 "예술관"과 황금시대에 남겨진 그 탑에만 머물고 계세요.
그러다가 두 달 전, 세르반테스 님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중 정원에서 이 도시에 인원을 파견할 거라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거나 아예 이곳을 떠나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들의 전장은 거리예요! 하루라도 방치하면, 초 현실 로봇 야수파나 입체 로봇 다차원파 놈들한테 점령당하게 될 거예요!
우리 환상 로봇 인상파는 가장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파벌로, 후발 파벌 따위에게 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시슬레와 모네가 세르반테스 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거리로 나갔는데,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세르반테스... 우리가 찾아야 할 로봇인가 본데요?
하지만... 두 달 전이요? 두 달 전이라면, 공중 정원에서 컨스텔레이션의 존재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인데요.
여기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네요.
혹시 승격자가 공중 정원의 구조체로 위장한 걸까요? 여긴 이중합 탑의 범위 내이기도 하고, 그들이 체내의 퍼니싱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생김새는 일반 구조체와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음...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두 달 전... 공중 정원의 구조체...)
(고래의 노래 신호... 세레나...?)
(넌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야. 아니. 세레나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레나, 바지유가 말했던 "예술관"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외곽 부분만 조사했어요. 그리고 예술관 건물들은 풍차 탑 근처에 있어요. 그러니까 저 풍차 탑에 들어가려면 예술관을 먼저 지나가야 해요.
목적과 경로가 정해졌으니, 출발하자.
소대 4명은 경로를 다시 선택하고 떠나려고 했다. 그때, 아이라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린 아이라는 신기한 도안과 그라피티로 가득 찬 벽을 바라봤다. 그 뒤, 아아리가 다시 일어선 바지유를 쳐다보자, 바지유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라는 바지유를 향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로봇이 창작한 "예술"이라... 기회가 된다면 제대로 알고 싶네.
당신이 말한 각각의 유파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갈등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당신들이 숭배하는 "선현"의 예술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줄래?
그러기 전에 우선 그림의 작가한테 사과해야 해. 알겠어?
네, 알았어요!
그럼, 잘 있어. 참,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으니, 안전한 구역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우리도 사라진 당신의 친구를 찾아볼게.
모든 게 끝난 뒤, 야수파나 다차원파와 당당히 승부를 겨루자!
이기려면 정정당당하게 이겨야해!
바지유에게 "승리"와 "평화"를 상징하는 "V"자 손짓을 한 아이라가 대원들 곁으로 돌아갔다.
……
바지유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조금씩 멀어져 가는 아이라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그리고 바지유는 뜬금없이 얼마 전에 방황하던 외부인과 그들의 만남을 떠올렸다.
로봇의 "예술"이요?
전 여러분들의 창작에 관심이 많아요. 괜찮으시다면 얘기해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