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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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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공기 펌프 속 새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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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반사되는 수많은 거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거울이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자아를 비추고 있는 거 같았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내밀었다.

시카

……

등불을 쫓는 나방처럼, 영원히 그것이 원하는 종점에 다다를 수 없었다.

세계 정부 연합군, 제3포병 부대, 구조체 연대, 루블랑 대위님을 필두로 총 127명의 용감한 전사들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며, 당신들이 개척한 길은 우리가 지구를 탈환하는 그날까지 계승될 것입니다.

인간의 자식들이여, 안식을 기원합니다.

귀청이 터질 듯한 예포와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소리가 울릴 때마다 마음속 실이 더욱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 애가 또 1등 했대. 그럼, 랭스턴 선배님이나 [player name] 선배님급 정도 되는 거 아냐?

에이, 그 두 사람은 진정한 천재이자 엘리트 소대를 지휘할 수 있는 영웅이라고! 시험에서 점수나 따는 책벌레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존재야!

그 애가 어떻게 수석이 된 줄 알아? 루블랑 집 딸이잖아. 그 왜 황금시대의 유명한 군인 집안 있잖아. 나도 들은 얘긴데, 위에서 걔를 사령부에 보내고 싶어서...

정말? 파오스에서 그런 걸 허락했다고?

그런데 걘 사령부에 가지 않겠다고 했대. 제1지망은 지휘관이 되는 거라던데.

나도 친구한테서 들은 거야. 친구 아빠가 정보부 사람이라서 진짜일 거야. 그리고 지휘관이 돼도 이력서에 몇 줄 추가되겠지. 설마 최전선에 나가겠어?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네 종합 성적을 봤을 때, 학교 측 의견은 네가 사령부 소속 참모부로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절차와는 맞지 않지만, 감사원과 사법부의 고위층도 널 지켜보고 있어.

그런데 넌 지망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이는구나.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학교 측에선 학생의 결정을 존중할 거다.

전전긍긍...

???

마지막으로 파오스 군사 학교를 대표해 시카·루블랑에게 "수석 졸업생"의 칭호를 수여합니다.

젊은이들이여, 영웅들의 의지를 계승해 세계를 개척하는 기반이 되길 바랍니다.

전전긍긍...

최전선이 붕괴됐어요! 척후와 선봉을 포기하고 전선을 줄여야 해요. 인원을 집중시켜서 방어를 강화하지 않으면 이번 공격을 막을 수 없어요!

그들을 구할 수 없어요. 당신의 지휘는 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해요!

전술을 많이 알면 뭐 해요. 교과서에 말하는 전장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전전긍긍...

네가 바로 새로운 "수석"이구나? 쳇, 다른 사람이랑 헷갈리지 않게 전교 1등이라고 부를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상자가 예상을 넘은 건 네 책임이 아니야.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이 진지를 방어하는 거니까. 침식체 수량이 예상을 벗어났는데 운이 없는 놈들을 파견해서 구멍을 막는 건 당연한 거잖아?

근데 그 한심한 태도는 뭐지?

구조체 몇 명 죽었다고 그런 못난 표정을 짓는 거야? 지휘 센터에서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놈을 지휘관이라고 보낸 건가?

난 부하들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놈을 최전선에 남겨 둘 생각 없어. 오늘의 전투 보고를 작성하고 나면 네 소대를 데리고 후방으로 돌아가. 가서 의료반 애들이랑 잘 놀아.

그녀는 계속 안절부절했다.

그리고...

파오스의 "수석"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뛰어난 줄 알았더니, 그냥 그 몇 분이 특별한 거였어.

참모부에서 해산 명령을 내렸으니 이 소대도 끝이겠네.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던 줄이 끊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빛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언제부터일까?

기계적이고 무감각한 발걸음으로 전진하는 것을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여긴 게.

정신을 차렸을 땐 방황했던 이유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꿈"을 갖는 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루기 힘들고 유치한 꿈이라도 괜찮아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실패에 맞닥뜨리고, 자신을 위로할 성과조차 얻지 못하더라도요.

그래도 난 비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바보"들의 모습이...

엄청나게 눈부시다고 생각해.

시카... 시카.

음... 잠이 덜 깬 건가?

대기권에 돌입하는 소리가 이렇게 큰데 잠이 오다니요...

간헐적으로 귓가를 파고드는 소리가 잠든 의식을 자극했다.

이때, 심한 흔들림이 강한 원심력을 동반해 몸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졸음도 날려버렸다.

윽...

어, 일어났네. 시카.

아... 네...

네!? 제가 잠들었었나요? 지금 몇 시죠? 임무 지점에 도착했나요!?

출발 과정에서 중대한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시카는 흠칫하며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봤다. 안전 잠금으로 몸을 고정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침착하세요. 착륙까지는 아직 1시간 남았고, 방금은 적운 때문에 고도를 높였을 뿐이에요. 아직 대류층까지 내려가지도 못했어요.

어젯밤에 밤새웠지? 이참에 수면을 보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괜찮아요. 임무 자료를 정리하다가 그렇게 됐어요. 이젠 조금 쉬었으니 괜찮아요.

저기... 조금 늦긴 했지만, 이번 임무 정보를 정리해 보죠?

시카는 머리를 흔들어 졸음을 털어낸 다음 안전 잠금을 풀었고, 전술 단말기로 다가가 요 며칠 동안 수집한 정보를 꺼냈다.

미지의 도시 001은 황금시대에 "컨스텔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별자리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총괄 디자이너는 미켈레·바사리이고, 황금시대 예술 협회의 중요 멤버이면서 건축 예술 쪽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예요.

컨스텔레이션의 건축은 퍼니싱의 폭발로 중단됐고, 미켈레는 퍼니싱이 폭발하기 1년 전에 병으로 사망했어요.

현재 공중 정원에 의해 재발견된 컨스텔레이션은 예정된 디자인의 20%밖에 완성하지 못한 상태예요. 그래도 규모 자체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어요.

전투 회의에서 추측한 것처럼, 이상 로봇이 유지관리하고 있다면, 이들과의 무력 접촉도 생각해 둬야 해요.

침식체는 아니지만, 이번 임무의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렇군. 그럼,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것이 도움이 되겠네!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인 아이라가 전술 단말기 밑에 숨어 있는 칸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해제하자, 기체 드라이아이스가 사라지면서 접이식 상자가 "달칵" 소리와 함께 열렸다.

이건...

침식체에 사용하는 고주파 펄스 나이프, 광역 전자 충격탄, 지휘관용 전술 권총, 특별 탄약을 탑재한 다기능 유탄발사기 그리고 각종 전술 시설까지...

어디서 이런 걸 구한 거예요?

이것들 모두 과학 이사회의 최신 테스트 무기 아닌가요? 우리 소대의 무기 할당량으로는 이런 것들을 신청할 수 없을 텐데요?

헤헤, 사적인 인맥을 살짝 동원했지. 예술 협회에 무기 개발과 관계가 깊은 사람이 있거든.

과학 이사회 사람이 테스트 비용을 조~ 금만 지불하면 우리에게 빌려줄 거라고 했어. 그들도 실전 환경에서의 새로운 무기 데이터가 필요하니까.

역시 부자는 다르네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첫 출격인 만큼 준비도 철저해야지.

그리고 시카도 이번 임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잖아. 지휘관이 이렇게 노력하는데 대장인 나도 본보기를 보여야지 않겠어?

여기 지휘관용 무기도 많으니, 맘에 드는 걸 골라!

말을 마친 아이라는 시카와 트로이를 향해 손을 벌렸다. 헨젤과 그레텔을 파스텔 하우스로 초대하며 이곳의 과자는 무한리필이라고 말하는 마녀 같았다.

아니... 그러니까 무기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휴대성도 고려해야 해요…

시카는 황급히 손을 저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선을 상자 속 총기 쪽으로 돌렸다.

꼴깍...

방금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어요.

새로운 CI형 자동 권총... 7세대인가요? 제가 파오스에 있을 때만 해도 6세대였어요. 우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늘어났네요. 어라. 방아쇠 안전장치가 이쪽으로 옮겨졌네요?

트로이는 신형 무기에 푹 빠져 눈에서 빛이 나는 시카를 힐끗 보다가 무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내놓은 아이라를 향해 묘한 눈빛을 보냈다.

예술 협회 사람들은 욕심이 없고 얌전한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이라의 기체를 보니, 예술 협회에도 구조체 기술을 잘 아는 전문가가 있는 것 같네요.

헤헤, 다들 예술을 좋아해서 예술 협회에 가입한 것뿐이야. 그 외엔 각자 사연이란 게 있지.

트로이와 시카도 마찬가지야. 어느 날 갑자기 예술 연구에 관심이 생긴다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어.

트로이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아이라가 가져온 "선물 박스"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 기체의 전용 무장은 베살리우스 아가씨의 작품인 것 같네요. 그녀가 자신의 디자인을 공유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우리 대장님의 매력이 쿠로노의 연구 주임까지 정복한 건가요?

그리고 이건... 복합 기계 활과 함께 사용하는 특별한 화살촉 같은데, 혹시 아직 만나지 못한 "네 번째 대원"을 위해 준비한 건가요?

아, 혹시 레나 말인가요?

집행 부대는 일반적으로 4명이 한 소대를 이루는데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라와 트로이를 제외하고, 잠정적으로 배정된 마지막 대원은 "레나"라는 구조체였다.

나도 앨런 회장님한테서 들은 건데, 레나가 예전에 무스 소대 소속이라고 하셨어.

네. 그건 1년 전의 일이에요. 무스 소대가 조금 특별해서 멤버들의 자료가 극비사항이에요. 그래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이것밖에 없네요.

무스 소대에서 나온 레나는 오랫동안 지상에서 단독 임무를 수행했고, 공중 정원엔 거의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휘 센터에서 레나의 개인 프로필을 업데이트하지 않아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레나는 지금도 지상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번 임무에서 레나는 혼자 목적지인 컨스텔레이션으로 이동한 후 우리와 합류하기로 돼 있어요.

전직 무스 소대 대원이라... 사령부에서 우리 소대에 엄청난 인물을 충원해 줬네요.

트로이도 비슷하잖아요. 아카디아 대철수 이후로 계속 공중 정원에서 복무했죠?

단순히 복무 시간으로만 보면, 정화 부대의 현 대장과 비슷할 거예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전선에서 싸웠던 정화 부대 대장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예전 임무 때 남은 의식의 바다 손상 후유증 때문에, 정면으로 싸우는 강도 높은 전투엔 적합하지 않아요.

도대체 어떤 임무였기에 그 정도의 상처를 입은 거죠? 트로이의 이력서엔 어느 소대 소속이었는지 적혀 있지 않아서...

글쎄요. 그것마저도 기억이 안 나요. 예전 소대는... 무스 소대처럼 조회 불가라는 건 모르는 게 좋다는 거겠죠.

음... 소대 내에 누군가는 알려지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신비한 힘을 발휘하여 소대를 구한다는 전개인가?

어디서 그런 이상한 결론이 난 거예요? 정말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저한테 기대하지 마시고 얼른 도망가세요.

트로이는 프롤로그에서 "에휴, 너희 같은 애송이들을 어쩌겠어"라고 말하면서, 미리 나타난 최종 보스와 싸워서 아직 여린 병아리들을 엄호해 주는 열혈파 아닐까?

아니거든요.

아니면 겉으론 정의 단체의 가장 연륜이 있는 선배인데, 실제론 배후의 악당과 손잡고 결정적인 순간에 죽음으로 가장한 뒤, 신분을 조작해서 주인공들과 계속 맞서는 이중 첩자인가?

상상력이 풍부하신 거 같아요. 그리고 전 게다가? 어느 쪽이든 좋은 결말은 나지 않는 거 같은데요?

우리 이야기가 시나리오나 소설이었다면, 이렇게 디자인해야 드라마틱 하잖아. 파란만장한 스토리와 복잡한 인물관계는 독자와 관객을 끌어들이는 필수 요소니까.

네~ 네~ 일단은 임무에 전념하시죠.

아이라의 날개 돋친 상상을 따라가기 벅찼던 트로이는 대원들의 주의력을 돌리려고 했다.

곧 목적지 근처의 빈 구역에 도착해요.

트로이의 말에 셋은 함께 창문 옆으로 다가가 관찰하기 시작했다.

짙은 구름을 뚫은 수송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면서 대류층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유리창 너머로 "컨스텔레이션"의 풍경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황금시대, 인간이 건설한 마지막 도시...

시카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기존에 소속된 소대가 해산된 후 처음으로 수행하는 임무인 만큼 이번에도 "실패"의 경험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걱정 마.

귓가를 파고드는 속삭임에 이끌린 시카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아이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이라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 위로가 환청인 것 같았다.

유리창에 손을 얹고, 어렴풋이 보이는 도시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라의 모습은 무수한 별바다를 건넌 뒤, 마침내 대륙을 발견한 모험가 같았다.

왜 아이라가 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 걸까? 시카의 마음속에 문득 떠오른 의문은 착륙할 때의 엔진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자~ 자,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