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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그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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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예술 협회.

아이라가 혼자 사용하던 작업실에 새로운 손님 두 명이 방문했다.

편성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의 지휘관 시카, 그리고 대원 중 한 명인 트로이가 대장 아이라의 도움으로 매일 필수적인 "긴급 예술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제가 붓을 드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이런 느낌은 퇴직 노인 활동 센터에서 젊은 봉사자들과 서투른 재주를 배우는 것처럼 미묘하네요.

예쁘게 진열된 과일과 꽃 앞에 앉아 있는 시카와 트로이의 무릎 위엔 스케치용 화판이 놓여 있었다.

트로이, 그렇지 않아, 황금시대에도 환갑이 되어서야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예술가가 몇몇 있었는데, 그들의 업적도 남들 못지않았어.

시카와 트로이 뒤에 조용히 나타난 아이라는 둘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트로이의 도화지에 그려진 선들은 엉망진창이었다. 지난 며칠간 트로이의 그림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지만, 아이라는 "잠재력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시간 보내기엔 좋아요. 황금시대에도 "골동품의 진가품"을 가리는 게 인기 있는 오락거리였잖아요.

그림 외에도 둘은 아이라와 함께 예술 협회의 소장실에도 들어갔었다. 그곳엔 황금시대와 더 이전의 예술품과 공예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때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왜 골동품 시장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걸 좋아하시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나도 자료에서 읽은 적이 있어! 앨런 회장님이 젊은 시절에 이런 걸 엄청나게 좋아하셨는데, 안목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몇몇 곳에서 출입 금지를 당하셨다고 해.

여러분들이 여기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더 좋지. 우리 소대는 다른 소대와 달라서, 이건 필수 스킬이라 할 수 있거든.

"아이리스 월블러"의 편성은 앞으로 추진될 지상 재건 계획과 관련된 것 같아요. 고고학 소대의 구조체 선배님들에게 물어봤는데, 임무를 수행할 때 현장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물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도 이게 필요한 연습이라고 생각돼서 특별히 앨런 회장님께 신청했었거든요.

트로이는 시카의 스케치를 힐끗 봤다. 둘은 같은 시기에 아이라한테 배우기 시작했지만, 시카의 실력이 트로이보다 훨씬 늘어있었다.

시카는 선이 날카롭네. 전에 배운 적 있어?

탄도 계산도나 지상 방어 시설의 배치도를 그려야 했기 때문에, 파오스에선 그림 지식을 조금 가르쳐 줘요.

참. 아이라, 모처럼 기회가 생겼는데, 우리한테 시범 보여 줄 수 있어요?

아이라가... 예술 협회 멤버가 평소에 어떻게 창작하는지 보고 싶어요!

유명한 예술가라고 들었거든요. 저도 그림 한 장이 왜 공중 정원에서 수천만 블랙카드의 가격으로 팔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건 다 생계를 위한 거였어. 될 수 있다면 나도 내 그림이 그렇게 높은 가격에 팔리는 걸 원치 않아. 사실 나도 수집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새로운 그림 도구를 장만해야 하고 예술 협회 운영에도 경비가 필요해서... 이건 멤버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기도 해.

참... 현실적인 이유네요.

오늘 수업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아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이 사용하는 받침대를 꺼내 화판을 고정한 뒤, 새로운 도화지를 집게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베레모를 쓰고 작업 모드로 전환했다.

펼쳐진 그림 도구 상자에서 사용할 도구를 꺼낸 아이라는 시카가 스케치한 정물을 마주하며 자신의 창작을 시작했다.

아이라는 연필로 간단히 밑그림을 그린 뒤, 물감을 섞은 팔레트를 들고 붓으로 검은 선만 있는 도화지에 색깔을 입혔다.

아이라

여기는 이렇게 그리고... 여기는...

대충... 이런 느낌일 거야.

안료를 묻힌 붓이 도화지 위를 오갔고, 그것은 마치 새가 둥지를 틀기 위해 물어온 가지와도 같았다, 어느새 색깔이 겹치면서 창백한 도화지에 생생한 그림 한 폭이 나타났다.

창작 과정에 몰두했던 시카와 트로이를 본 아이라는 기회를 놓칠세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라

형체, 색채, 명암, 이게 바로 그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야. 역대 유명한 화가들은 바로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자기 일생의 열정을 그림 속에 쏟아냈어.

하지만 이론을 떠나서, 가장 표준에 걸맞은 형체를 그리고, 가장 정확한 색을 맞추며, 가장 과학적인 명암으로 분석한다고 해서 창작이 되는 게 아니거든.

평론가들은 다양한 이론으로 그림의 구도와 색채의 운용을 분석하지. 그렇지만 막상 캔버스 앞에 앉아 붓을 잡으면 단순한 "요령"은 작품을 좌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거야.

진짜 중요한 건... 뻔한 말이지만 "창작자의 생각을 넣어야 한다"라는 거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무엇을 완성하고 싶은지... 이러한 생각에 이끌려, 화가는 또다시 붓을 들게 돼.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 연극, 문학, 춤... 다른 예술 영역도 다 비슷할 거야.

참, 내가 방금 그럴싸하게 말한 것 같다고 해서 이 내용들이 일반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거나, 엄청 고상한 화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시카

그게... 무슨 말이죠?

아이라

공중 정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 학습"을 사치스러운 일로 생각하잖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술 협회가 정부의 보조금을 가지고 쓸모없는 연구를 한다고 말하곤 해. 그림이나 음악으로 침식체나 승격자를 감화시킬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예술은 "공중누각"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

예술은 사람들이 숭배하는 신상이나 제단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우면서 생명력이 넘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예술은 행운아들만 누릴 수 있는사치품이 되어선 안 돼.

창작이라는 게 신비롭고 진입 장벽이 높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 주고 싶어. 조금 전에 시카와 트로이가 했던 것도 자신만의 창작이었어.

그게 예술 협회가 존재하는 의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 그리고 협회의 많은 이들도 이걸 목표로 노력하고 있고.

말을 마친 아이라가 즉흥적인 작품에 마지막 한 획을 그었다.

의미와... 목표요?

내 말을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솔직히 난 단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할 뿐이거든.

그리고 이걸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있으면 정말 기쁠 것 같아.

음,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

어느새 회색 장발의 중년 남성이 열린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아이라 일행에게 미소를 보이며 작업실로 들어왔다.

아... 오신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앨런 회장님.

여긴 군대가 아니니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 없네. 시카 지휘관.

예술 협회의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전 트로이입니다. 그리고 절 소대의 우선 멤버 명단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대의 멤버 명단은 내가 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각종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어.

자네와 같은 베테랑 구조체가 가입한 건 내게도 영광이다.

베살리우스 아가씨가 절 그렇게 소개하신 건가요?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확실히 이곳이 저한테 더 어울리는 거 같아요.

하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무슨 일이세요? 앨런 회장님.

구체적인 건 조금 복잡하니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지.

간단히 말하면, 너희 소대에 첫 임무가 배정될 거다.

어떻게 됐어? 좀 더 상세한 분석 결과가 나왔나?

아니요. 집행 부대를 보내서 현장 정찰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전자 신호 교란으로 인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신호 교란이라... 발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방이 우리와 소통할 의향이 있는지도 확인 가능한가?

몇 가지 일반적인 암호화 수단으로 전파를 전송했지만 모두 답장이 없었어요.

우리의 고공 무인기로 촬영한 최대 정밀도 이미지에 따라, 이 지역엔 인간의 활동 흔적이 없어요. 그리고 수량이 적긴 하지만 도시 내에 활동하고 있는 몇몇 로봇이 관측됐어요.

퍼니싱에 침식된 로봇? 말도 안 돼. 이곳은 이중합 탑의 영향 범위 안에 있어. 설사 전에 퍼니싱이 있다 해도 지금의 농도는 안전 범위로 떨어졌을 텐데.

월리스, 어떻게 됐지?

조금 늦게 도착한 하산 의장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월리스에게 물었다.

전에 위성이 감지했던 이상 신호는 어떻게 된 건가?

집행 부대가 현장에서 조사하지 않는 한 저희도 대략적인 추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구체적인 암호화 논리는 아직 해독 중인데 확실한 건 이 신호에 사용된 암호화 수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느 지상 세력에도 속해있지 않고, 황금시대에서 내려온 산물도 아니라는 겁니다.

승격자 세력일 가능성은? 그들은 퍼니싱을 제어할 수 있으니, 저농도 구역에서 활동해도 이상할게 없잖아.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이중합 탑 전투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런 곳"에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 의도가 무엇일까요?

상대가 누구든 간에 해독할 수 없다는 점만으로도 경각심을 갖기엔 충분해.

그리고 무인기가 보낸 영상으로 볼 때, 이곳으로 당장 집행 부대를 보내 이상을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니콜라 사령관님은요? 이런 등급의 임무는 케르베로스나 무스 같은 엘리트 소대가 수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게 참모부의 판단입니다. 기밀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 팔콘도 리스트에 넣을 수 있고요.

니콜라는 지금 이중합 탑 주위의 전체적인 조사 작업을 총괄하고 있어서, 당분간 이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방금 말한 몇몇 소대도 각각의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현재 집행 부대는 이중합 탑 전투에서의 사상률을 고려해 많은 소대가 아직 조정 중인 상태야. 그러니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소대가 별로 없어.

시몬이 지휘하는 블랙 램 소대는 어떤가요? 구조체 노안의 "관찰 보호" 기간도 충분히 길었고, 시몬도 이중합 탑의 혼란 속에서 회복되기도 했고, 파르마와 릴리안의 상태도 괜찮은 것 같아요.

노안의 상황이 특별한 만큼, 승격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블랙 램 소대에 지상 임무 배정은 좋지 않을 거 같군.

그건 그렇네요. 그럼, 제 관할 범위는 아니지만, 정화 부대를 동원한다면...

월리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새로 편성한 소대가 임무 조건에 맞는다고 생각되지 않나?

예술 협회에서 편성한 그 소대를 말하는 건가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편성은 아직 심사 단계이고, 인원도 모두 임시 배정 상태인데, 어떻게 이번 임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가? 난 오히려 어떤 관점에서 봐도 다 훌륭한 소대라고 생각하는데.

대장인 아이라는 예술 협회 출신이긴 하지만 지상 경험이 풍부해. 우주 정거장 이중합 코어 전투 때도 집행 부대에 많은 도움이 됐지. 트로이는 공중 정원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복무한 원로급 구조체야. 그리고 마지막 구조체는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녀에 대한 니콜라의 평가가 꽤 괜찮았어.

소대 지휘관도 월리스가 직접 정한 파오스 수석이라 들었네. 일반적인 베테랑 소대도 이렇게 화려하진 않아.

하산 의장님, 진심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 협회 회장이 직접 제의한 내용이야.

앨런이요? 그가 이번 임무를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수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건가요?

???

하하, 맞아요. 월리스 형... 아니, 참모장님.

월리스가 놀라는 사이 앨런이 작전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뒤따라 아이라를 비롯한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대원들 세 명이 들어왔다.

이번 임무는 새로 편성한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수행하는 것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심사 단계라면 이번 현장 임무를 심사 내용으로 하면 어떨까요?

게다가 이번 임무 지점이 예술 협회와 관계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황금시대에 남겨진... 도시인가요?

지상 무인기가 보낸 이미지 데이터로 재구성한 홀로그램 영상이 작전실의 중앙에 투사됐다. 하산과 월리스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아이라는 푸른빛이 도는 가상 도시 모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산

정확히 말하면, 황금시대에 전체적인 디자인과 구역 계획만 완성한 미완성의 도시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

그리고 착공하자마자 퍼니싱이 폭발해서 이 도시도 폐기됐지.

그 이후, 이 구역 주변은 오랫동안 고농도 퍼니싱으로 뒤덮여 있는 중도 재난 지역이 돼버렸다.

월리스

이중합 탑이 역전되기 전까지 그랬지.

하산

얼마 전 우린 이 도시의 원래 지점에서 일련의 이상 신호를 포착하게 됐어. 신호 내용을 해독하려고 시도하던 중, 위성과 무인기 카메라가 방금 너희한테 보여준 그 영상을 촬영하게 됐다.

하산의 말과 함께 영상의 해상도가 조금씩 확대됐다.

단순히 외관으로 보면, 그곳은 지금의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웅장한 도시였다.

새롭게 변한 건물과 가로수길, 복잡하고 완벽한 궤도 교통... 인간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보육 구역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더군다나 이곳엔 퍼니싱에 파괴된 흔적이 없었다. 길고 절망적이었던 면역 시대와 반격 시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시간이 눈부신 황금시대에 영원히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최근 몇 년 내에 새로 지은 도시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인간 세력도 이렇게 할 여지가 없을 텐데요.

맞아. 여과탑의 보호가 없었다면 진작에 폐허가 됐을 거야. 실제로 도시 주위 대부분의 구역은 폐허야.

하지만 가장 중심 부분만 완벽한 구조로 남아 있었어. 누군가가 일부러 정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인간의 활동 흔적은 없고 로봇만 돌아다니고 있다고요?

황금시대에 남겨진 보물, 껍데기만 남은 무인의 도시... 이 타이밍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많은 의문이 제기될만했다.

……

하산 의장님, 월리스 참모장님, 백로 소대가 이전 임무에서 행동 패턴이 특이한 로봇을 만났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시카의 말은 호수에 던진 돌멩이와 같았다. 그 질문에 하산과 월리스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뭔가를 알아챈 듯 이내 심각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로봇의 잔해는 공중 정원이 회수했고, 과학 이사회에서 전자두뇌를 연구하고 있다. 아시모프의 말로는 언더레이 사고 회로에서 사전 설정되지 않은 이상 코드를 많이 발견했다고 했네. 하지만 그게 로봇 이상의 원인인지는 확실치 않아.

그래도 그 보육원의 상황은 참고할 점이 많긴 하지.

시카, 네 말은... 이 도시도 백로 소대가 조사했던 그 보육원처럼 이상 로봇이 관리하고 있다는 뜻인가?

바네사 지휘관이 그 임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많이 알려줬어요. 규모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가지고 있는 정보로 판단했을 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우린 이 도시의 현장 정찰 소대가 필요해.

앨런 회장의 말에 의하면, 예술 협회와 관련된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맞아요. 대철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버려졌던 황금시대의 문명 유물을 회수하는 건 원래부터 예술 협회가 담당해 온 일이니까요.

이 도시 자체는 인류가 면역 시대에 들어서기 전, 황금시대 말에 인간 문명 발전이 만들어낸 최후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죠.

황금시대의 찬란함을 직접 봤던 예술 협회 멤버라면, 그것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애초에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를 편성할 때 그 부분도 고려하긴 했지. 그럼, 이번 임무의 결과에 따라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와 같은 형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게 어떤가? 월리스.

집행 부대의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 이견 없어요.

그리고 앨런 회장님의 말씀대로 이 도시가 예술 협회와 깊은 "인연"이 있는 만큼, 예술 협회 멤버가 조사를 책임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라, 예술 협회 출신인 동시에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 대장으로서 네 의견은 어떤가?

……

아이라는 단말기에서 투사된 입체 영상과 영상 옆에 표시된 좌표 지형 정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입술을 굳게 다문 아이라의 분홍색 눈동자에는 복잡한 광채가 비쳤다.

아이라? 문제 될 만한 게 있나요?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되진 않았지만, 시카는 언제나 웃으면서 아무런 부정적인 감정이 없는 것 같았던 아이라가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지은 건 처음 봤다.

(이 도시의 좌표는... 며칠 전에 세레나의 "고래의 노래" 신호가 탐측 된 곳과 동일한 곳이야.)

(우연일까... 아니면...)

아이라는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뒤, 자신의 감정을 다스렸다. 그리고 다시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월리스 참모장님.

저희 지휘관님도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요.

아이라는 시카를 향해 윙크했다. 시카는 아이라의 방금 전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눈빛을 보냈다.

이 임무는 아이리스 월블러 소대가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라 말인데요... 방금 전 왜 그랬던 걸까요?

회의가 끝난 후 시카와 트로이는 복도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아이라는 그녀들에게 "이따 보자"라는 말만 남긴 뒤, 급하게 예술 협회로 돌아갔다.

뭔가 생각나서 급하게 협회에 돌아가고 확인하려는 건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죠.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도 정보를 좀 더 모아 봐야겠어요.

당신이 지휘관이시니 어떻게 할지 결정해 주세요.

???

어? 전교 1등 아니야?

시카

구...!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카는 개구리를 한 마리 통째로 삼킨 것처럼 얼굴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쭈뼛쭈뼛 고개를 든 시카는 걸어오는 사람에게 인사했다.

안... 안녕하세요. 바네사 지휘관님.

그... "전교 1등"이라는 호칭은... 인제 그만 부를 때도 된 거 같은데요?

뭐야. 내 칭찬에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1. 등. 학. 생?

히죽거리는 바네사가 일부러 "애칭"을 더 강조해서 불렀다.

아니면 연수 기간이 지났다고 나와 거리를 두겠다는 건가? 역시 새로운 "수석"답네. 경력만 내세우는 일반 지휘관인 내가 성에 차지 않는 거야?

그럴 리가요. 전 언제나 바네사 지휘관님을 존경하는걸요!

바네사... 백로 소대의 지휘관님?

맞아요. 파오스 선배예요. 제가 입학했을 때, 바네사 선배님은 졸업할 무렵이었고요.

졸업 후 집행 부대에 갓 들어갔을 때, 바네사 지휘관님한테서 한동안 연수를 받았었거든요.

바네사 지휘관님께서 절 많이 도와주셨고 저도 많이 배웠어요. 바네사 지휘관님은 믿을 수 있는 좋은 선배예요.

그래요?

트로이의 의심스러운 눈빛에 바네사는 불쾌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아니. 난 그냥 얘를 괴롭혔을 뿐이야.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귀찮은 서류 작업은 다 맡아주고, 기분이 꿀꿀할 땐, 언제든 화풀이 대상이 돼주던 그때가 그립네. 좋은 심부름꾼이자 화풀이 대상은 흔치 않은데 말이야.

참, 그리고 처음 들어왔을 때 임무 브리핑 배열을 잘못해서, 나한테 된통 혼나고 밤에 몰래 휴게실에서 눈물 닦았던 때가 생각나는데…

잠… 잠깐만요! 그런 건 말하지 마세요!

(두 사람 관계가 참 복잡한 거 같은데...)

자, 감동적인 추억은 여기까지. 전교 1등, 전에 네가 있던 소대가 해산된 뒤, 지금은 예술 협회로 발령났다고 들었어.

음... 정확히 말하면, 예술 협회에서는 대원을 파견 지원해 주고, 편성은 집행 부대에 소속되어 있어요.

흥. 됐어. 너처럼 쓸모없는 녀석은 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 흙이나 파고 도자기 닦는 게 더 잘 어울리겠어.

어차피 최전방에서 네 지휘 수준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거야. 내가 네 상사였다면 넌 총알받이가 될 자격조차도 없었을 테니까.

"엘리트"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입이 험한가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쓸모없는 놈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 내가 아니라, 네 소대를 해산하기로 한 참모부겠지.

잘 들어. 너한테만 이러는 거 아니야. 올해 초보 지휘관의 전투 효율이 지난해보다 30%나 떨어졌다고 들었어. 하긴, 너 같은 애도 수석을 하는 데, 다른 애들은 오죽할까? 파오스 졸업생의 수준은 어떻게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거지?

"공중 정원 세대"... 풉, 인간의 미래는 너희 세대에서 끝장날지도 모르겠네.

만약 파오스가 나에게 신입생 지도를 맡겼다면, 너희들처럼 전장에 비현실적인 환상을 품고 있는 녀석들을 교문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을 거야.

……

쳇... 쓸데없는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난 볼일이 있어서 이만.

바네사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흔들었다. 그 위에는 많은 구조체의 자료가 기록돼 있었는데, 백로 소대의 새 대원을 뽑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잘 있어. 전교 1등.

저분의 소문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참... 개성 넘치는 사람이네요.

바네사가 떠난 후, 트로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탄식했다.

괜찮아요. 이젠 익숙해졌어요. 바네사 선배님은 누굴 상대하든 항상 그런 말투였어요.

게다가 틀린 말도 아니어서 반박할 수도 없네요.

어쨌든 사람들 생각을 바꾸려면 먼저 움직여야 해요.

……

뭐, 의욕이 넘치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좋아요! 지금 바로 출발하죠!

시카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격려하고, 트로이와 함께 회의실 복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