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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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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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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사회, 폐쇄 시험 구역.

예전에 깜빡거리며 빛을 내던 기기와 빠르게 걸어 다니던 연구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바닥에는 깨지고 흩어진 실험 기구들만이 남아 이곳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다행히 기체가 들어 있는 선실은 방탄유리로 차단돼 있어서 미친 연구원들이 파괴할 수 없었다.

적색 띠로 둘러싸인 캡슐을 찾은 리가 빠르게 실험 캡슐에 들어가 누웠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연결 단자를 들어 목덜미의 포트에 연결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리는 모든 난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기체 변경의 권한 부여를 시작합니다. 가동 파라미터를 입력하세요.

>>>>권한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의식 전이를 시작합니다.

>>>>의식 전이 진행 중, 연결 단자를 터치하지 마세요.

>>>>의식 전이가 완료되었습니다.

불쾌한 질식감이 다시 솟구쳤고, 기이한 광선이 눈 밑에서 반짝였으며 빛과 어둠이 미친 듯이 서로를 잠식했다.

차가운 절망과 아픔이 의식의 바다 가장 깊은 곳에서 밀려와 뒤틀린 탑의 형체를 이루었다가 다시 빠르게 무너졌다.

시간은 더 이상 시계 위를 걷는 개념이 아니라 입체 영상이 되어 리의 눈앞에서 끝없이 재현되는 것 같았다.

사고가 고차원의 힘에 이끌리듯이 시공이 드리운 거미줄을 따라 오르며 미지의 곳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다시 추락해 버렸다.

거미줄의 끝에는 천지를 잇는 문이 우뚝 솟아 있었고, 그 문 뒤의 새하얀 빛은 다시 오르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틈 사이로 시간이 비쳐 들어와 빠르게 바뀌고 있었고, 그 순간 리는 수많은 순환을 겪은 듯했다. 해가 지고 뜨는 사이에서 리만 세계의 틈에 갇힌 채 앰버에 갇힌 날벌레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했다. 리는 눈앞에서 빠르게 펼쳐지는 기괴하고 부서진 화면들을 자세히 보려고 애썼지만, 시각 모듈이 모호해졌다.

윽...

>>>>경고. 권한이 없는 기체의 가동이 감지됐습니다.

>>>>경고. 권한이 없는 기체의 가동이 감지됐습니다.

강제로 기체를 변경했지만, 제어 권한을 완전히 얻을 수는 없었다. 새로운 특화 기체는 강력했지만, 미지의 무기이기에 기체의 전투 기능은 적합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겹겹이 봉쇄된 상태였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강제로 권한 획득!

>>>>경고. 권한이 없는 기체의 가동이 감지됐습니다.

>>>>경고. 권한이 없는 기체의 가동이 감지됐습니다.

싸늘한 알림음에는 변화가 없었다. 간신히 일어난 리는 온 힘을 다해 의식의 바닷속에서 요동치는 폭풍우를 멈추려고 했다.

……

전투 능력의 권한을 받지 못하면 이후의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그 사람뿐이었다.

리는 전자 스크린을 터치해 맨 위에 있는 이름으로 통신 신청을 했다.

지표면 시간, 6:30 PM

주홍빛 안개가 자욱한 폐허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탑 밑바닥에 자리 잡은 이형의 붉은 넝쿨이 천막을 뚫으려는 듯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지에 우뚝 솟은 탑은 거대한 눈처럼 지상의 모든 것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급한 발소리가 정적 속에서 울리자, 어둠 속 수많은 붉은빛이 조용히 빛나기 시작했다.

앞쪽 공기에서 퍼니싱 농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이합 생물들이 점점 더 모여들고 있어요.

나선의 탑을 가까이서 올려다보자, 압박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탑의 높이는 물론이고, 전자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위로 뛰는 퍼니싱 농도 수치까지 사람들 마음속에서 억눌린 공황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탑의 좌표와 가까워질수록 마음속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갑자기 솟아오른 정체불명의 높은 탑, 알 수 없는 전자기 방사선, 끊어진 통신, 이성을 잃은 동료,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이합 생물...

이번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전방을 정찰 중이던 루시아가 돌아와 상황을 보고했다.

전방의 퍼니싱 농도가 방호복의 안전 범위를 초과했어요.

지휘관님, 더 이상 앞으로는 갈 수 없어요.

통신 시설에는 문제없지만, 공중 정원의 통신 주파수 구간을 연결할 수 없어요. 방금 아시모프 님과의 통신이 중단된 건...

리브는 이 화제를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공중 정원의 통신 채널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공중 정원 자체가 제어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혹은 공중 정원이 아니라 과학 이사회나 아시모프가...

어느 쪽이든 상황이 심각했다.

아직 수신된 게 없어요.

리브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통신 수단을 잃은 것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이합 생물들을 상대하기에 바빠 신호를 보낼 수 없는 걸지도 모르죠.

이 정도 수량의 적이...

탑의 좌표와 가까워지면서 대량의 이합 생물이 탑에서 조수처럼 쏘아져 나왔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듯한 이합 생물들은 루시아와 리브가 아무리 처치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이 정도로 이합 생물을 상대하기 버거워하는데 다른 소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루시아와 리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한 격려의 말이었다.

과거 인간은 신념이라는 이름의 불꽃을 모아 수많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미지"에는 위험뿐만 아니라 희망도 숨어있었다.

잠깐의 적막 속에서 리브가 계속 조정하고 있던 통신 시설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백색 소음이 울렸다.

새로운 소식인가요?

아니요. 전류 잡음이에요.

리브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지휘관의 몸에서 통신 수신을 알리는 알림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

지휘관님!

한바탕 허둥지둥 더듬은 끝에 전술 가방 뒤에서 모양이 이상한 소형 통신 기기를 꺼냈다. 기기에서 통신이 연결됐음을 알리는 녹색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리에게 이 긴급 통신 장치를 전달받았을 때만 해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정말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통신 기기를 계속 몸에 지니고 다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휘관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교란되고 있는 통신 너머에 리는 낯선 기체로 지휘관의 앞에 나타났다. 리가 특화 기체의 상태로 다른 사람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멀리서 이합 생물의 고함이 들려왔고 주홍빛 안개가 폐허를 뒤덮고 있었다. 통신 너머의 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요.

공중 정원의 상황이 많이 위험해요. 전자기 방사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정신에 이상이 생겼고, 아시모프 님도 공격받고 중상을 입었어요.

과학 이사회의 예측에 따르면 얼마 후에 다음번 전자기 방사선이 있을 거라고 했어요.

특별한 수단을 통해서 정보를 얻은 후 새 기체로 변경했어요. 하지만 아시모프 님이 중상을 입고 기절한 지금, 기체를 완전히 가동하려면 지휘관님의 권한이 필요해요.

리는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특별한 수단"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는 리의 창백한 얼굴에서 알 수 있었다.

무기 권한을 포함한 기체의 모든 기능을 가동해야 해요.

눈을 내리깐 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제가 바로 그 탑에 진입하는 거예요.

전 갈 수 있어요.

기체 적합 실험 보고서를 매번 지휘관님께 보내드렸어요. 그 데이터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지금 공중 정원에서 퍼니싱에 완전히 면역될 수 있는 기체는 이 특화 기체밖에 없어요.

그러니 그 탑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이 특화 기체뿐이에요.

우린 더 위험한 일도 겪었어요.

그렇지 않나요? 지휘관님.

이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리고...

리는 아픈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중합 조각에서 아시모프 님이 해석한 유일한 메시지를 기억하시나요?

"이건 미래라는 선물이야."

제가 아시모프 님과 이중합 조각에서 더 많은 내용을 해석해 냈어요.

일시적으로 침묵이 흐르는 공기에는 지상과 공중 정원의 통신 채널에서 흐르는 백색 소음만이 들리고 있었다.

리는 최대한 목소리의 톤을 가볍게 해서 긴장된 대화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그 메시지가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이 기체는 퍼니싱에 완전히 면역될 수 있어요.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에요.

전 공중 정원 최고의 엘리트 소대인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원으로 수많은 전투를 겪었어요. 그러니 전 충분한 능력과 경험이 있어...

과묵한 리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게 얼마 만일까? 지휘관이 리의 말을 끊자, 한숨 소리가 공중 정원의 통신 주파수 구간을 타고 귓가에 들렸다.

지휘관님의 생각은 잘 알고 있어요.

통신 너머의 구조체는 빗속에서 날개를 흔드는 나비처럼 순간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지었다.

기체 성능 면이나 그걸 선택하는 집행자 측면에서나 제가 연산해 낸 유일한 선택지예요.

지휘관님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아닌가요?

사실 이 답은 처음부터 답안지에 새겨져 있었다. 리가 새 기체로 변경하고 탑으로 이동해 이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솟구치는 방황과 과거에 대한 두려움에 지휘관은 바로 답안지를 제출할 수 없었다.

지휘관님께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 알고 있어요.

바스락거리는 백색 소음 속에서 익숙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수신기에서 들려왔다.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답이 없는 건 아니에요. 때론 미지가 진정한 희망일 수 있어요.

지휘관님과 소대원들이 계속 제 곁에 있어 줄 걸 알기에 전 꼭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제가 선택해야 할 시간이에요.

통신 속 구조체는 여전히 굳건하게 지휘관의 눈을 응시했다. 리의 표정에는 후회나 망설임이 아닌 한결같은 결연과 용기만 존재했다.

안 돼요. 그건 너무 위험해요.

이 기체의 의식의 바다 파동이 매우 강렬해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 무엇도 장담할 수 없어요.

망설이고 있는 리의 모습만 봐도 이 기체에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리 혼자 모험하게 둘 수 없었다.

주홍빛 하늘과 새하얀 그림자가 다시 한번 망막을 스쳤다. 심장에서 통증이 전해오자, 리브는 걱정스럽게 이쪽을 봤다.

다행히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단호하게 리의 동공을 바라보며,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알렸다.

……

알겠어요.

그 조건에 동의할게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지휘관은 자신의 단말기를 열었다. 하지만 지휘 시스템에 응답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전투 시 특별 처리 규칙에 따라 지휘관은 우선 판단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휘관은 대기 화면을 켜고 권한 내용을 선택했다.

스크린을 터치하는 과정이 이렇게 길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리라면 만반의 준비를 해뒀겠지만,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전자기 방사선, 미지의 나선형 탑, 혼란스러운 마인드 표식, 이 모든 것이 섞이면서 뇌리에 혼란스러운 색채를 칠하고 있었다.

그럴게요.

통신음에 잡음이 발생한 뒤, 공중 정원에 있는 구조체가 이쪽을 깊숙이 응시하다가 빠르게 통신 연결을 끊었다.

죽음과도 같은 적막으로 돌아온 폐허 속에 들리는 건 멀리 있는 이합 생물의 고함뿐이었다.

>>>>지휘관의 권한이 확인됐습니다.

>>>>인증 성공으로 기체 사용 권한이 전체 개방됐습니다.

권한이 개방되자 전자 스크린에 각종 데이터가 표시됐다. 전자 스크린 앞에 선 리의 눈동자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코드들이 비쳤다.

기능 가동. 데이터 테스트 통과. 무기 권한 개방...

기체 기능이 전속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의식의 바다 과부하로 생긴 고통이 감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Ω 무기 시스템의 오픈과 함께 시간과 공간이 리의 망막에 선명히 나타났다...

저건...!

색채를 잃은 공간이 시간의 궤적 속 어딘가에 정지한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이 리의 곁에 나타나 무언가 공격당한 듯 땅바닥에 쓰러졌다.

기이한 광경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리가 다시 시각 모듈을 교정했지만, 그 광경이 다시 포착되지는 않았다.

Ω 무기의 최고 출력 시뮬레이션 종료를 알리는 테스트 기기에서 소리가 울렸다. 수치는 모두 정상이었다.

방금 전 미지 상황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리는 재빨리 다른 기능 모듈을 테스트하고 조정한 뒤, 모든 것이 정상임을 확인한 후에 시험 구역을 떠났다.

이렇게나 빨리 이곳까지 온 건가...

과학 이사회의 문은 연약한 과학자들을 막을 수 있었지만, 수많은 전투를 겪었던 구조체는 막을 수 없었다.

시험 구역 입구를 막은 건 전투태세의 구조체 여럿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상태는 이상한 게 분명했다.

그들 중 일부는 바닷가에서 함께 싸웠던 집행 부대 대원이었고, 감사원 소속 구조체 소대도 있었다.

구조체A

저놈이 배신자야!!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과학 이사회의 새 기체를 빼앗았어!

구조체B

우리의 새 기체를 가지고 승격자에게 가는 건가?! 절대로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선 안 돼!!

구조체C

망할 배신자!!

구조체D

인간의 적...

권총을 들고 있던 구조체가 죽을 각오를 했다는 듯 리에게 돌진했다. 리는 그 구조체를 피하고 무기로 구조체가 쥐고 있던 총을 내리쳤다.

기체의 전투 기능을 모두 개방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곧이어 앞길을 가로막던 구조체들이 행동 능력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퍼니싱에 침식된 흔적이 없어.

이 소대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이 오염돼서 의식의 바다로 구조체에 전달된 건가...

나쁜 소식이군. 하지만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어. 미안.

리는 과학 이사회의 굳게 닫힌 문을 힐끗 본 후, 아래층 격납고 지도를 열고 성큼성큼 앞으로 향했다.

리는 수송기가 필요했다.

지상으로 내려가 모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수송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