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가 바닷물에 떨어지자, 대량의 침식체가 바닷물에 나타나 혹사 기체를 회수하려는 비앙카를 막았다.
이와 동시에, Ω 무기의 가동률이 최대에 도달해, 바다에 퍼지던 적조가 적절하게 억제됐다.
바다에 있는 거대한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도 인간에게 포위되어 곤경에 빠지게 됐다.
이젠 보충할 Ω 무기도 거의 없어. 최대한 빨리 저 괴물을 처리해야 해.
잔뜩 짜증난 카레니나가 포효했다.
카레니나, 저한테 맡겨요.
해평면의 전투를 끝내고 복귀한 비앙카가 대답했다.
비앙카! 너 다치지 않았어? 바다 밑에서 며칠 동안이나 행방불명이었다고 들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빗물과 순환액으로 흠뻑 젖은 소년이 나머지 대원들을 이끌고 다가왔다. 그리고 비앙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역시 무사했구나... 대장은 강하니까.
걱정하지 마요. 전 괜찮아요.
비앙카는 얼마 남지 않은 정화 부대를 둘러봤다. 며칠 동안, 이합 생물과의 전투 때문에 인원수가 대폭 감소했다. 그래서 경력이 부족한 이 소년이 부득이하게 현장의 임시 대장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비앙카는 지팡이검을 꽉 쥐며, 앞에 있는 거대한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을 봤다. 기형적인 몸은 건물 하나에 육박할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승격자가 센의 의식과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의 껍데기를 융합시킨 거예요. 저 괴물에는 센도 포함되어 있어요.
센은 해저에서 실종된 정화 부대의 부대장이다.
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이 무너진 후, 센이 절 보호해 줬어요.
바다 위의 그 괴... 아니,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이?
센은 끝까지 승격자와 싸웠고, 순직했어요.
비앙카는 주위를 둘러봤다. 하나둘 모여든 정화 부대 대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 전에 없던 위엄과 아우라를 뿜어내는 대장의 모습에 그들은 처음으로 마음에서 경외심이 우러나왔다.
본·네거트가 센을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에 융합시키는 실험에 일부분으로 삼았어요, 하지만 센은 그 괴물의 양분이 되지 않았고, 그녀의 의식은 아직 남아 있어요.
센을 죽이고 싶은 거야?
그럼 안 되지. 친구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센의 도움을 청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야?
센의 의식은 이미 분열돼서 어떤 미약한 방식으로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센의 잔존 의식은 우리를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저 끊임없이 팽창하는 괴물이 센 부대장이라고?
저도 확신할 수는 없어요.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의 진화를 위한 본능적인 행동일 수도 있지만, 전 센이 도와주고 있다고 믿어요.
센에게는 아직 의식 조각이 남아 있어요.
지금은 몸부림치면서, 자살하려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저 괴물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었다는 거야?
이때, 비앙카의 단말기에서 통신 요청 알림이 울렸다. 그건 공중 정원에서 온 메시지였다. 하지만 발신인의 이름을 본 비앙카는 눈살을 찌푸렸다.
심흔, 드디어 마녀가 되기로 결심한 거야?
어쩌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마녀"는 저를 구성하는 일부분이고, 제 생명의 한 조각이겠죠.
하지만 전 이 신분에 속박당하지 않을 거예요. 이 검은 저의 각오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니까요.
하~ 마음대로 해. 우린 실험체 자체의 경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니까.
그 선물은 내가 과학 이사회에 부탁해서 특별히 개발한 거야. 그리고 난 앞으로도 널 쭉 관찰할 생각이야.
말을 마친 베살리우스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중단했다. 이때, 테디베어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주둔지 시설의 파일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 맞다... 비앙카. 우리 정비 부대가 지상으로 오기 전에 과학 이사회로부터 네 장비도 같이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여자가 비앙카한테 꼭 도움이 될 거라고 했거든.
언제 있었던 일인데? 왜 나한텐 알려주지 않았지?
하... 정밀 장비인데, 너한테 넘기면 부숴버릴 것 같으니까 그런 거겠지?
의뢰받고 수송한 화물 상자를 연 테디베어는 안에 흰옷을 입은 남자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화물 상자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상자를 같이 열던 카레니나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다.
아합 아저씨가 왜 여기에?
정비 부대의 둘과 한동안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이 남자는 달 표면 기지에서 그들을 도왔던 쿠로노의 과학자였다.
깜짝 놀랐어요. 침식체가 화물 상자를 억지로 여는 줄 알았잖아요.
몇 초 동안만 놀란 테디베어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하, 알만하네. 그 여자가 아저씨 상사지? 아저씨가 달 표면 기지에서 우릴 도와줬다고 이렇게 벌주는 거구나.
하하, 베살리우스가 "영점 에너지 엔진을 망가뜨린 죄로, 완충재를 대신해서 이 선물을 잘 보호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아합이 영점 에너지 엔진 자료를 가지고 있어서 목숨은 부지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쿠로노 성격에 "아합"이라는 존재는 지금 이 세계에 없었을 것이었다.
그 여자가 말한 "선물"은 어디에 있어?
아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고 있던 로봇을 꺼냈다.
이건? 보조기? 안에 있는 그 적응 방안이 바로 비앙카의 심흔 기체였어?
네. 이 보조기가 펼쳐진 상태일 때, 심흔 기체는 이 보조기 위에 올라탈 수 있어요. 그러면 수면 이동과 저공에서의 비행이 가능해지죠.
이걸 이용한다면... 센에게 접근이 가능하겠네요.
지휘관님, 저와 심층 연결해 주세요.
제 손으로 직접 센을 보내는 게, 센의 마지막 소원이자, 제 소원이에요.
이건 저와 센의 약속이에요.
비앙카의 눈빛은 진지했고, 그 속에는 거절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고개를 돌려 그레이 레이븐의 멤버들을 봤다. 리브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고, 리는 입술을 꽉 다물고 있었다.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지만, 지휘관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시아도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회가 모체 조각을 결합해 만든 장치가 있어서, 비앙카 심흔의 기체 전투력이 여기 있는 대부분의 구조체보다 강한 건 사실이에요.
엄호는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비앙카, 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휘관님의 연결 상태를 항상 주의하면서, 심층 연결의 안정성을 확인할게요.
대장은 우리 중에서 부대장을 제일 잘 아는 편이지만... 그래도 각별히 조심해야 해.
젠장, 비앙카를 또 혼자 전투에 보내야 하는 거야?
혼자가 아니죠.
해안에 있는 모두가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과가 나왔나 보네. 그럼 명령을 내려!
맞아. 전원 준비 완료.
행운을 빌어. 대·장.
비앙카는 파르마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앙카의 웃음은 예전과 같았다. 심흔 기체의 모습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비앙카는 비앙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 지금의 그녀는 여느 때보다 더 확고해졌다.
좋아. 테디베어. 우리도 가자!
카레니나는 단말기를 향해 소리쳤다.
비앙카, 무사히 돌아와! 난 아직 네 신규 기체 구경도 못 했단 말이야!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센의 자살을 막았던 그녀는 이번에 센을 도와 그걸 완성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