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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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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모두의 마음을 등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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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폭풍우는 계속되고 있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물의 압박 속에 가시 범위는 극도로 좁아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빗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대량 이합 생물이었다. 그들은 빗방울처럼 끝이 없었고 또 차갑기 그지없었다.

이합 생물을 아무리 죽여도 공격은 멈추지 않네요, 저 생물들...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걸까요?

변화가 없어요. 강수와 거센 파도로 인해 적조가 끊임없이 해안가로 밀려오고 있어서 방어선 쟁탈은커녕, 양쪽 방어 거점이 뒤로 200미터가량 후퇴했어요.

더 이상 후퇴하면 방어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급하게 방어선을 구축하는 바람에 취약한 부분이 뚫리는 건 한순간에 불과할 것이다.

동쪽 방어선은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와 카무이 그리고 정화 부대 대원들이 이곳을 지키면서, Ω 무기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이합 생물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또 하나의 Ω 무기가 또 고장 날 것 같아. 대장! 와서 도와줘!

크롬이 있는 힘을 다해, 방어선에 접근하는 이합 생물 여러 마리를 얼려서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에 이어 카무이가 손에 들고 있던 대검으로 이합 생물을 얼음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런 방어는 결코 의미가 없었다. 대량의 이합 생물이 방어선에 생긴 틈을 통해 붉은 적조를 모래사장까지 밀어 올리고 있었다.

정화 부대의 한 대원이 고농도의 퍼니싱 침식에 견디면서, 간신히 옮겨온 Ω 무기를 붕괴 직전의 방어선에 설치했다. 그에게 위험이 덮칠 무렵, 반즈가 간발의 차이로 그 병사를 안전한 곳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나서 반즈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어... 침식도가 이미 임계점에 다다랐으니, 이 대원을 후방으로 옮겨 긴급 구조로 침식률을 안정시켜야 해.

정화 부대의 대원은 침식의 고통으로 몸을 떨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래. 어서 가봐. 카무이, 당분간 네가 반즈 자리를 대신하도록.

알았어!

내 저격총 조준경 파라미터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

크롬은 폭우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로막지 않게끔 했다. 그리고 다시 눈앞의 단말기에 주의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 지금의 상황은 보고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Ω 무기의 소모 속도가 저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게다가 방어에 필요한 인원도 부족합니다.

테디베어는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수치를 보며, 카레니나의 단말기에 연결했다.

야, 카레니나! Ω 무기의 저장량은 아직 충분한 거지? 제때 수송할 수 있는 거야?

소모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거지 같은 날씨 때문에 대부분 모래밭 지역은 운송도 힘들어. 그래서 인위적으로 Ω 무기를 최전선에 옮기고 있는데, 인력이 너무 부족해.

카레니나는 주변의 중력파를 조종하며, 십여 개의 Ω 무기를 실은 수송 케이스를 통째로 어깨에 메고, 신속하게 최전선으로 달려가 지원했다. 하지만 보급 속도는 여전히 소모량을 따라잡지 못했다.

적조의 침식으로 지켜야 할 방어선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의 전투력도 적조와 이합 생물에 의해 계속 소모되고 있어서, 인원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었다.

지휘관님,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지원하러 오고 있는 소대가 더 있습니다.

한 소대의 인원수로는 역부족이지만, 지금의 부상자들에게 쉴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최근 재구성됐고, 현재 시몬 지휘관이 이끄는 블랙 램 소대입니다.

니콜라 사령관님이 블랙 램 소대를 대기시킨 걸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노안의 이상을 말하는 건가요?

그분도 적절한 비장 카드를 배치했겠죠.

이곳으로 내려오거든, 모든 걸 협력이라고 봐야죠.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라고 시몬 지휘관님이 말씀하셨는데요.

지휘관님, 이합 생물이 또 덮치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 주세요. 전보다는... 훨씬 큰 규모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동료들과 나란히 서 있는 루시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손에 든 태도를 뽑았다.

앞에는 절망의 적조가 밀려오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뒤에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희망이 남아있는 지구가 있었다. 그 때문에 누구도 뒤로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자신의 주둔지로 돌아갔다.

"적음신계"라는 조직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은 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살아있는 것도 불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악, 움직이지 마.

노인이 경련을 일으키는 바람에, 릴리안은 손에 들고 있던 혈청을 하마터면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죄송합니다. 신이시여...

노인은 심한 통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노인의 몸 곳곳에는 퍼니싱의 침식으로 궤양이 생긴 상태였다.

그 옆에는 한 여성 구조체가 벽에 기대어, 싸늘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랙 램 소대의 최우선 임무는 해안선으로 이동해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시몬 지휘관이 그들을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의 침식이라면, 구해봤자 사지를 절단해야 해. 그러니 괜히 혈청 낭비하지 마.

파르마는 릴리안 손에서 남은 혈청을 빼앗았다.

가자. 지금은 임무가 중요해.

하지만... 저 노인이 고통스러워 보여.

그럼 내가 저세상으로 보내주마.

파르마가 손을 들어, 팔에 장착된 칼날로 내리치려는 순간, 배후에서 비수 하나가 습격해 왔다.

파르마는 즉시 반응했고, 비수가 박히기 직전에 신속히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

순발력이 나쁘지 않네.

파르마는 방어 자세를 유지하며, 고개를 들어 "무례한 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뜻밖에도 망각자의 리더였다.

와타나베, 무슨 일이야?

이쪽의 소동을 듣고, 블랙 램 소대의 노안과 지휘관 시몬이 주둔지 밖에서 황급히 걸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를 노려보는 와타나베와 파르마를 발견했다.

망각자와... 노안? 너희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와타나베, 여긴 블랙 램 소대의 대장 파르마야.

난민을 죽이려는 자가 블랙 램 소대의 대장이라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오해가 있다면, 노안 네가 먼저 설명을 좀 하던가. 넌 왜 망각자와 함께 있는 거야?

우연히 만났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

일부러 우릴 입구에서 기다리게 하고, 우연히 저 사람을 만나러 갔다는 건가?

사실 리가 제안한 거야. 물론 니콜라 총사령관님도 이 일에 대해선 묵인해 주셨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님도 망각자가 지원하러 오는 걸 알고, 이곳에서 합류하라고 지시했어.

뭐? 리의 제안? 너한테 망각자들과 합류하라고 했다고?

그래. 난 구조체가 되기 전부터 와타나베와 아는 사이였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너랑... 망각자?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합류시키는 게 좋아. 입장은 다르지만, 우리의 목적은 동일하니까.

쯧.

파르마 대장, 그 혈청을 내게 좀 주겠어?

파르마는 마지못해 혈청을 노안에게 건넸다. 그리고 노안과 와타나베는 떨고 있는 노인을 함께 붙잡은 뒤, 노인에게 혈청을 투여했다.

이를 본 적음신계 조직의 리더인 그레이스가 다가와,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어찌 됐든, 그를 대신해서 당신들께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신의 축복이 당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 주시길.

신이라...

와타나베는 손에 있는 쿠르카족 군용칼을 봤다. 와타나베는 설원의 예배당에서 영원히 숨을 거둔 브루스라는 친구를 잊지 못했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지만, 퍼니싱도 만들어냈다... 신은 경건한 자의 의지를 왜곡하고, 용감한 자의 각오를 짓밟으며, 마지막에는 착한 자의 신념을 깨뜨렸다. 그리고 인간에게 끝없는 괴로움만 남겼다.

"신"의 말씀을 믿느니... 차라리 같은 "인간"으로써의 의지를 믿겠어.

네... 이렇게 말한 건, 그냥 제 개인 습관일 뿐입니다.

습관? 설마 정말로 신을 믿고 있는 건가?

전 희망을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믿고 있어요. 신, 점치기 그리고 적조도 그렇고요.

물론 희망이 될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하, 너희들은 뭔 "적음신계"를 믿는다고 하는데... 믿음이 깊은 신자라기보다는 그냥 감당하기 힘들 때, "누구라도 좋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 같구먼.

그렇게 살고 싶다면서 왜 항쟁하지 않는 거야?

항쟁? 저희도 당연히 항쟁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 무력한 손과 구조체가 될 수 없는 몸을 보세요. 저희는 선택받지 못했고, 그 괴물들 앞에선 잡으면 부서지는 진흙 덩이 같다고요!

그래서 우린 계속해서 도망칠 수밖에 없어요. 도망치면서 두려움에 싫증이 났고,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증오했어요!

그리고 그건 어디에 털어놓을 수 없는 분노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신앙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요.

하지만...

바다가 침식돼서 우리의 생존 공간이 더 적어진다면,

전 언제라도 잃을 수 있는 이 목숨을 걸고, 두려움으로 인한 분노를 하늘과 땅에 쏟아내고 싶어요.

네 신자들도 같은 생각이냐?

아니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전 이것이 신의 시련이라고 그들에게 알려줬어요.

…………

더구나 그는 이 전투가 성공한다면, 저희에게도 새로운 미래가 올 거라고 약속했어요.

누가? 아, 노안이 그런 말을 했어? 하여튼 희망을 품은 동료는 항상 타인을 설득하기 좋아하지.

아니, 나 말고 와타나베가 그랬어.

난 그냥 공중 정원에 소속된 결정권 없는 구조체인데, 어떻게 타인의 미래에 대해 약속할 수 있겠어?

맘대로 해. 하지만...

시몬 지휘관, 노안, 다음부터 지원군을 찾을 때, 이런 식으로 날 피하지 않았으면 해. 내가 아무리 정화 부대에 있었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 망각자를 보자마자 공격할 정도로 몰상식하지 않아.

파르마는 무기를 거두고, 그 자리를 떴다.

노안.

왜?

아니, 그냥. 아직 이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네가 소개받고 왔을 때, "슈렉"이 가명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

와타나베는 옆에 있는 청년 구조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날 열차에서 너와 작별할 때, 그게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어. 또 한 명의 망각자 동료를 잃게 되는 줄 알았거든.

…………

뭐, 살아있으니 다행이고. 공중 정원에서 지내기 힘들면 언제든지 망각자 쪽으로 와.

와타나베, 지금 이 말을 그냥 넘기기 어려울 것 같네요.

시몬 지휘관, 괜찮아. 난 망각자 쪽으로 가지 않을 거니까. 승격자와 관련된 이상, 망각자 쪽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와타나베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뿐이라서.

…………

네 미래는 네가 결정해.

…………

팔지, 우린 그냥 뒤따라가면 되는 거야?

그럼 뭘 어쩔 건데? 내가 받은 명령은 블랙 램 소대를 관찰하고, 그들과 망각자의 접촉 상황을 주시하는 거였어.

관찰? 감시가 아니고?

단순히 감시만 하는 거였으면, 굳이 지상으로 파견할 필요가 없지.

이상이 없으면, 우린 이대로 그들과 함께 전투에 참여한다. 협력하는 게 주요 목적이야.

해리조의 통신 단말기에 최신 전투 보고가 도착했다. 빠르게 정보를 읽은 해리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보고야. 대량의 이합 생물이 방어선을 공격하고 있어. 시간이 촉박하니, 우린 바로 출발해야겠어.

그 정보는 시몬에게도 도착했겠지?

모든 지휘관에게 알리는 거야. 시몬도 틀림없이 확인했을 거고. 저기 봐. 그들도 집결해서 출발 준비하고 있잖아.

그래. 가자.

빗물 한 방울이 팔지의 가면 위에 떨어지자, 팔지는 고개를 들어 조금씩 흐려지는 하늘을 봤다.

폭풍우가... 곧 올 것 같아.

신계자 님, 우리도 그들의 수송차를 타고... 저런 괴물과 싸워야 하나요?

물론이죠. 이건 신의 계시에요.

제가 했던 말을 아직 기억하나요?

이건... 시련...

맞아요. 제가 점쳐본 결과가 그래요.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거예요.

정말요? 신계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다 같이 가요!

네!

점술도, 신의 계시도 그저 허언이지만, 지금은 사기를 북돋우는 나팔이 됐다.

우리의 마음은 이토록 취약하고 민감하며,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고, 신앙이 필요하며, 누군가 나타나...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는 게 필요해요.

이합 생물의 거센 공격을 물리치고, 해안선은 또다시 줄다리기의 늪에 빠졌다.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 하면, 그것은 이합 생물의 공격이 확실히 인간의 방어선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쪽 방어선은 그래도 정화 부대 대원의 지원으로, 아슬아슬하게 Ω 무기의 방어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병력이 약한 동쪽 방어선은 이미 붕괴 직전이었다.

원래는 소규모 방어전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대규모 진지 방어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엄폐물이 부족한 모래사장에서 유일하게 장벽이 될 수 있는 건 앞에 있는 Ω 무기뿐이었다.

하지만 보급이 소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선 탁상공론일 뿐이었다.

지휘관님, 동쪽 방어선에서 작동 가능한 Ω 무기는 30%밖에 남지 않았어요. 저희 차징 팔콘 소대는 정화 부대의 경상자와 함께 돌격해 방어선을 탈환할 수 있을지 시도...

지휘관, 왜 그래? 그렇게 되면...

곁에 있던 크롬이 카무이의 등을 살짝 두드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눈길을 상처투성이인 정화 부대 대원들에게 돌렸다.

우리가 방어선을 탈환한다 해도, 무사히 철수할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Ω 무기를 재배치할 인원도 부족해.

진지를 사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대원을 희생하기보다는 힘을 비축했다가 반격할 기회를 노리는 게 더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소대의 병력만 더 있다면, 이합 생물이 돌파구를 통해 해안가 협곡으로 몰려들었을 때, 측면을 공격할 수 있다.

???

……

이때, 단말기에서 약간의 잡음이 들려왔다. 발신 지점은 차징 팔콘 소대가 있는 동쪽 방어선 근처였다.

됐어! 교란을 해결해서 통신이 정상적으로 연결됐어!

하하, 수석이랑 옛날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보고는 블랙 램 소대한테 맡길게. 그들이 최전방 공격수로 가장 빨리 움직여서, 수석 근처에 이미 도착했을 거야.

지휘관, 안녕. 우리가 선행으로 왔어.

원래는 시몬 지휘관이 설명해야 하는데, 멀미가 심해서 지금 릴리안이 쉴 수 있도록 봐주고 있어.

블랙 램 소대 4명 이외에도, 스카라브 소대의 팔지 아가씨와 도요새 소대의 지휘관 해리조 씨도 있어요. 그리고 망각자 조직의 와타나베를 포함한 37명도 왔어요. 총 43명이 방어에 협력하러 적조가 있는 해안 방어선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테디베어에게 전술 맵을 펼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위에 동쪽 방어선의 틈새 좌표를 찾아냈다.

음.

알겠어.

한 가지 충고를 하죠. 프로그램의 예측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수십 명이 추가됐다 하더라도, Ω 무기로 구축된 방어선은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을 거예요.

도와주려고 온 건 몇십 명만이 아닌걸.

맞아.

노안은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면서, 등 뒤에 먹구름이 번져가는 방향을 기대하는 눈길로 바라봤다.

그들도 왔어.

노안과 함께 고개를 돌려, 해안선의 협곡 끝을 봤다. 어두컴컴하지만 몇 가닥의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들을 볼 수 있었다.

선두의 인물이 앞이 구부러진 철 지팡이를 들고, 사람들과 함께 해안 방어선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레이스

신의 뜻이 우리를 이끌고 있어요! 과거 우리에게 시련을 주는 동시에 구원도 주셨죠, 그래서 우린 살아남게 됐고 그 시련을 뛰어넘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선택받은 자"입니다!

그레이스는 철 지팡이로 해안가에 끊임없이 몰려오는 이합 생물을 가리켰다.

그레이스

지금 신의 적이 눈앞에 있어요. 이건 우리 스스로 끝내야 하는 전투에요. 자! 무기를 들고, 저와 함께 갑시다!

쓰나미 같은 환호가 그레이스 말에 응했다. 그리고 시야의 끝에 더 많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난민들은 망각자에게서 얻은 각종 무기를 손에 들고, 해안 방어선을 향해 돌진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나약한"자들의 두려움이 낳은 분노, 그 분노로 인해 단결한 용기였다. 그들의 빛은 약했지만, 단결한다면 천지와 바다를 분명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테디베어

난민들의 전투력은 약하지만, 인원수가 워낙 많아서 Ω 무기의 수송에 큰 힘을 보탤 수 있겠네요.

네. 이 전투의 승리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명과 미래도 지휘관님에게 맡길게.

"수석님이라면 잘 해낼 거야."라는 말을 믿고 있거든.

영웅의... 다양한 전설이랄까?

노안은 그 말로 앞에 있는 사람을 격려하는 듯 웃었다.

네. 다른 방법이 있나요?

응. 지휘관.

응, 문제없지. 폭풍우가 약해져서, 지금 해상 방어선의 압력도 전처럼 크지는 않아.

지휘관, 잠깐만요. 설마 난민들더러 바다를 통해 동쪽으로 우회하게 할 생각인가요? 그러면 더 위험한 거 아닌...

갑자기 말을 멈춘 테디베어는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니군요... 바다가 이합 생물의 발생원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바다 안에서 해안선으로 전진하고 있으므로 바다 위는 적이 얼마 없겠군요.

알겠어. 북극 항로 연합에서 가장 빠른 배를 보내서 난민들을 부두에서 태울게.

지휘관님, 저한테 맡겨 주세요.

조금 전까지 정화 부대 대원을 위해, 상처를 복원하던 리브가 대화를 듣고 임시 지휘 센터에 들어왔다.

소규모 이합 생물이라면, 저 혼자서도 대처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들이 다치면, 제가 바로 치료할 수도 있고요.

가슴에 손을 얹은 리브의 눈빛은 굳건했고, 과거처럼 무리하는 느낌은 없었다. 리브는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세웠다. 그렇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리브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경례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지휘 센터를 나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해안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 여성의 외형을 가졌지만, 이합 생물의 특징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Ω 무기가 괴물에게 효과를 발휘해, 최대한 "그녀"를 해안선 앞에서 막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