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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손 잡고, 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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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 리브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공중 정원 사령부 앞에서 마주쳤다. 리는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흔들었다.

리브도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나요?

리브는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리와 똑같은 신청서를 꺼냈다.

우리 함께 제출하면 설득력이 더 높아질 것 같네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 며칠 동안, 리와 리브는 지상의 전투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지휘관과 루시아가 보내온 메시지에 의하면, 이합 생물의 공격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방어는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엄청난 재앙의 전조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과 사가 오가는 전장을 수없이 겪은 리와 리브는 이 불길한 예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리와 리브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인 뒤, 사령부 사무실의 초인종을 누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다른 손님이 와있었다.

카레니나가 허리에 손을 얹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태도로 니콜라의 사무실에 서 있었다.

Ω 무기의 조립과 개조는 다 끝났어. 그러니 우리 정비 부대도 전투에 참여하게 해줘.

사령관님, Ω 무기의 특성을 정비 부대보다 잘 아는 이는 없을 거예요. 정말로 그 지휘관이 말한 것처럼 이렇게나 많은 양의 Ω 무기를 투입해야 한다면, 저희가 컨트롤하는 게 성공률이 더 높을 거예요.

비앙카가 그곳에서 실종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어... 우리가 바다로 방류된 적조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수색 구조 작업을 할 수 없을 거 아냐. 그러니 사령관! 우리도 참여하게 해줘.

니콜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승인 과정을 몇 군데나 건너뛰고, 자기 손에 들어온 신청서를 보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리카를 바라봤다.

저도 두 분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저도 노력은 했다고요.

니콜라의 분노를 느낀 세리카는 얌전히 방구석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몰래몰래 카레니나와 테디베어를 향해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기각한다. 이미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사령부의 전투 배치가 끝나기 전까지는 대기해.

게다가 너희 둘이서 뭘 하겠다는 건데?

일시적으로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모르던 카레니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니콜라를 노려봤다.

인원수가 문제라면, 저희도 끼워 주시죠.

리와 리브가 문밖에서 들어와, 카레니나 옆에 섰다.

저희도 이번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이동 신청을 하러 왔어요.

너희 둘을 참전시키지 않은 건 너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신형 특화 기체의 적합자에게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게 할 수는 없어.

너희는 자신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이것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의견을 참고해서 내린 결론이다.

리가 반박하려 할 때, 리브가 앞서 리가 하려던 말을 했다.

하지만 신형 특화 기체에 있어 지휘관의 존재도 중요하잖아요. 만약 지휘관이 없다면, 우린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죠. 아니요. 죽음보다 더 슬픈 결말을 맞이했을 겁니다.

리브는 누구보다도 신형 특화 기체가 대표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파멸에 근접한 큰 도박이었다. 만약 운명의 룰렛이 다시 한번 돌아간다면, 모든 것을 잃는 건 자신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미래에 저와 리 외에도, 신형 특화 기체에 적합한 다른 구조체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지휘관의 존재는 그들을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거예요.

리는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리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가 말한 것처럼, 둘이 모두 신형 특화 기체의 교체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패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인간의 미래를 지휘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지금이 없다면, 어떻게 미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니콜라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니콜라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침묵한 채 니콜라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세리카.

갑자기 이름이 불린 세리카는 흠칫하더니, 곧바로 니콜라의 옆으로 달려갔다.

사령관님?

가서 스카라브 소대 녀석들을 불러와.

세리카는 니콜라가 왜 갑자기 스카라브 소대 얘기를 꺼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급급히 들고 있던 임무 기록표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 공중 정원에 있는 성갑충 소대 대원은 팔지뿐이에요. 현재 팔지는 이전 임시 파트너였던 지휘관 해리조와 함께 공중 정원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그걸로 충분해. 팔지는 수송기 조종 경험도 있고, 전투력도 높아. 그리고 해리조는 지상의 집단 전투 경험이 있으니, 해리조도 같이 부르도록.

니콜라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케르베로스에도 출격 명령을 보내. 그들의 지휘관인 머레이는 지상으로 내려가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원거리 연결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머레이...

리는 동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소대의 지휘관이 되어, 공중 정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사령관? 그럼 전투 참여에 동의하는 걸로 봐도 되겠지?

니콜라는 할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카레니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동의 여부의 문제가 아니야... 애초에 사령부에서 정한 작전 계획은 권한이 있는 모든 전투력을 가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문제가 좀 생겨서 그렇지.

무슨 문제입니까?

마침 너희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해 줄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간략하게 말하지.

니콜라는 전술 투영 스크린을 펼쳤다. 스크린에는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 근처의 각종 자료가 표시됐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적군을 대표하는 붉은 점들이 대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바다에 방류된 적조가 모인 곳을 중심 지역으로 대량의 이합 생물들이 모였어. 전처럼 전 세계 범위 수준은 아니지만, 훨씬 밀집돼 있어.

카레니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크린의 분포 맵을 유심히 봤다. 그리고 턱을 손으로 짚으며 사색에 잠겼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신형 수송기 엔진으로도 돌파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의 보고에 따르면, 이 중앙 지역에 거대한 인간 형태의 이합 생물이 나타났고, 그것으로 인해 대량의 이합 생물이 생성되었다고 했어. 그러고 보면, 육지를 통해 돌아가는 건 비현실적인 것 같아.

네 성격에 정면 돌파 이외의 수단을 생각하다니, 발전했네.

흥! 신경 꺼!

아니요. 이럴 때일수록 정면 돌파해야 해요. 우리가 충분한 인원을 모으고, 클러스터 돌파 방법을 사용하는 동시에, 비행 이합 생물의 봉쇄를 뚫고 나간다면, 더 안전할 거예요.

리는 전술 맵을 확대하여, 특정 좌표를 찾는 데 집중했다.

???

IR-22... IR-22...

IR-22... IR-22... 바로 여기예요!

이 구역에서 돌파하면, 신형 엔진의 가속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요. 그러면 대부분의 비행 이합 생물을 따돌리고, 적조 하구에 인접한 지면 위치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 보이시죠? 이 협곡은 해저 입구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요. 대인전이었다면, 매복 당했을 거예요. 하지만 상대는 이합 생물이고, 그런 사고 능력이 없기에, 넓은 구역에서 수많은 이합 생물과 싸우는 걸 피할 수 있어요.

모두가 집중해서, 자신의 분석을 듣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리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

리?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해 봐.

니콜라는 신경 쓰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만약... 음, 가설입니다만, 우리는 일단 비행 이합 생물을 뚫고 지나가야 해요. 그리고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최대한 빠르게 Ω 무기를 목적지에 전달하고, 다른 한 팀은 지상으로 이동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불러오는 겁니다.

그 말인즉, 공중 정원의 현재 인원으로 이번 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건가?

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야 합니다.

리는 이런 "예감"이 왜 생긴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전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걸 확신했다.

사령부에서도 클러스터 돌파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너희들도 참전시키는 거다. 하지만 리가 언급한 좌표와 방안도 참고하겠다.

이제 남은 문제는 돌파 부대에 필요한 인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건데. 실전 경험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지금은 인원이 너무 부족해.

최근 로제타도 임시로 정비 부대에 있는데, 같이 작전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어. 로제타도 포함시켜 줘.

이렇게 되면 정비 부대도 하나의 표준 소대라고 볼 수 있겠지만, 1개 소대를 구성할 수 있는 구조체가 더 필요해요.

니콜라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쓸 수 있는 인원을 생각했다.

블랙 램 소대가 아직 조율 중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많긴 한데... 쳇, 나중에 의회 측에 어떻게 변명할지는 하산에게 맡기고.

결심한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서 모두와 마주했다.

우리는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을 수없이 극복해 왔다. 이번엔 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다 했으니, 그만큼 꼭 임무를 완벽하게 완성하길 바란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고, 막을 수 있는 재난을 모두 막아라.

니콜라는 모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전술 맵에 있는 새빨간 중앙부에 시선을 돌렸다.

각자 준비하고, 120분 후에 수송기 계류장에서 집합한다!

적조에 나타난 첫 번째 웨이브의 이합 생물 공격을 막아냈고, Ω 무기의 배치도 완료됐다. 하지만...

실제 "파도"처럼 수많은 이합 생물이 끊임없이 바다에서 나와, Ω 무기로 구성된 방어선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야, Ω 무기의 공급이 소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너희들, 어서 Ω 무기를 옮겨와.

베라는 들고 있던 태도를 휘두르며, 동떨어진 몇몇 정화 부대 대원들 대신 이합 생물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다시 칼을 돌려, 한 이합 생물의 허리를 잘랐다.

하지만 정화 부대 대원들은 베라의 뜻을 따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이사루스

그녀 말대로 해. 설마 그녀보다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몇몇 정화 부대의 대원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거두고 익숙하지 않은 운반 작업에 투입했다.

하~ 넌 눈치가 좀 있나 보네.

이사루스

강약 판단이 안 되면, 언제 죽을지 모르죠.

그럼 너도 가서 Ω 무기를 운반해. 여긴 나 혼자로 충분해.

베라는 태도를 휘둘러 무거운 껍질을 가진 이합 생물을 찔렀다. 하지만 태도가 껍질에 끼었는지 일시적으로 빼낼 수 없었다.

바위 뒤에 숨어 있던 이합 생물 한 마리가 파도를 타고 해안가로 밀려왔다. 그리고 틈을 보인 베라를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쯧...

베라는 태도를 놓고, 보조 무기 접이식 칼로 이합 생물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이합 생물은 이 틈을 타 베라의 몸을 감았다.

베라 기체의 침식 지수가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을 무렵, 어딘가에서 태도가 날아와 이합 생물을 바위에 박았다. 조금 전 이사루스라는 정화 부대 대원이 던진 거였다.

이사루스

운반하는 일은 잠시 불참할게요. 제가 그들보다는 좀 강하니까요. 게다가 이쪽이 제 특기거든요.

이사루스는 몸부림치고 있는 이합 생물을 밟고, 베라의 태도로 그걸 두 동강 냈다. 그리고 무기를 다시 베라에게 돌려주었다.

훗... 과연 그런 가치가 있는지 한번 봐줄게.

(당분간 해안선의 방어에는 문제없겠어.)

지휘관님, 반즈의 정찰에 의하면, 거대한 인간 형태의 괴물이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요.

괴물의 목적도 생성된 원인도 알 수 없었지만, 추측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할 경우, 가는 곳마다 모든 생명을 잠식시키고, 지상은 초토화될 것이다.

지휘관님, 느껴지시나요?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바람도 거세지고 있었다. 차가운 비가 섞인 바람이 해안가로 불어오며, 폭풍이 몰아칠 것을 예고했다.

이번엔 자연이 인간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폭풍은 적색 파도를 일으키며, Ω 무기로 구성된 방어선을 타격했다. 수많은 이합 생물이 파도를 타고, 방어선을 넘어 인간을 향해 돌진했다.

큰 파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건 해안선 중심이었다. 이 구역을 방어하던 정화 부대 대원들은 명령에 답할 겨를도 없이, 몰려든 이합 생물에게 습격당하고 말았다.

몇 초 후, 해안 방어선에 구멍이 뚫렸다. 그러는 바람에 대량의 Ω 무기를 비축하고 있는 임시 지휘 센터가 노출됐다. 수십 마리의 이합 생물이 봉쇄를 돌파해 이곳으로 몰려왔다. 지금 철수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지휘관님!!!

???

지휘관님, 엎드리세요!

뒤쪽에서 들려오는 외침 소리를 듣고 조건 반사처럼 엎드렸다. 그러자 총알로 이뤄진 폭풍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선두로 돌진하던 이합 생물 몇 마리가 곧바로 벌집이 됐다.

질주하던 리는 가볍게 이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신속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루시아가 있는 쪽으로 이동해 이합 생물을 포위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가냘프면서도 힘 있는 팔이 지휘관을 부축했다.

지휘관님, 어디 다쳤어요?

대답을 들은 리브는 그래도 섬세하고 빠르게 전신 스캔을 해줬다. 그리고 나서야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다.

네. 알겠어요. 저한테 맡기세요. 이번에야말로 누구도 죽게 두지 않을 거예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리브는 의료 가방을 안고, 조준 상태에 진입한 부유 캐논과 함께 최전선으로 돌진했다.

거대한 파도에 비하면, 인간은 더없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지휘 센터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뒷모습은 거대한 파도보다 더 듬직해 보였다.

미친 듯이 살육하는 이합 생물에 비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세 명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서로와 함께 전장을 누비는 그들을 보면, 어떤 곤란도 그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