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박물관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건축 구조를 지탱하는 고강도 소재에서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더 불안한 건, 수압을 지탱하던 유리 표면에 수많은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여긴 곧 무너질 거예요.
지하 3층과 서관의 조사 목표를 아직 완료하지 못했어요. 만약 위험하다고 생각되시면, 먼저 서관으로 이동하셔도 돼요. 서관과 이곳은 서로 통하지 않아서 영향이 없을 거예요.
저희는 침수돼도 문제없어요. 통신기는 물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상대방에게 반박할 여유를 주지 않고, 지휘관은 빠르게 설명했다.
"너흰 수중 작전 모듈이 강화돼 있지 않아. 그래서 수중 전투력이 크게 떨어져 있을 거야."
"적의 전투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적과 맞서는 건 너무 위험해."
지휘관의 말을 들은 정화 부대 대원들은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비앙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찰 무인기만 지하 3층으로 띄우고, 전원 철수하세요.
정화 부대 대원 한 명이 딱정벌레 모양의 무인기를 던진 후, 단말기로 이동 경로를 설정했다. 무인기는 날개를 벌려 지하 3층으로 이동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무인기는 배신자를 상대하기 위해 디자인된 거예요. 무인기가 고농도 퍼니싱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필요한 정보를 보내올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영상을 하나도 촬영하지 못한 채 완전히 침식될 가능성도 있어요.
이렇게 믿을 수 없는 물건이니, 모든 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네요.
"쩌적"
갑자기 날카로운 파열음이 모든 이들의 귀에 들려왔다. 그러자 모두가 즉시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우리의 운은 항상 좋지 않았죠.
처음의 파열음이 신호였던 것처럼, 귓가에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파열음이 들려왔다. 오랜 시간의 세례와 조금 전 전투의 여파로 공기와 바닷물을 지탱하던 강화 유리가 버티지 못했던 것이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세요.
모두가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의 움직임에 이어서, 바닷물이 유리를 뚫고 2층 공간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돌고래 공연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곧 폐관하고 보수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당황하지 마시고 질서 있게 대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경고합니다. D2-A부터 D2-K의 배수구가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관련 담당자는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돌고래 공연장의 수위는 급격히 상승해 무릎까지 도달했다. 그 때문에 모두의 대피 속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돌고래 공연장에 생명 신호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지금 폐관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생명 신호가 없다니요? 당신 설마 최신형 모델 구조체인가요?
출구 셔터가 꾸준하면서도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셔터의 두께로 보았을 때 완전히 닫혀 버리게 되면, 현재 무장으로는 열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정화 부대 대원들은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이곳 시설에 손댔을 거예요.
바로 그때, 모두의 단말기에 이미지 메시지가 전송됐고, 모두는 달리면서 이 메시지를 열어봤다.
지하 공간을 가득 채운 적조를 본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출 뻔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네요.
소대의 맨 끝에 있던 대원이 평온하게 말했다.
무인기가 몇몇 이합 생물을 피하고, 완전히 침식되기 전에 이 이미지를 찍었어요.
철수 내내 머리를 아래로 향했던 그 대원은 무인기를 조작해서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네요.
대원은 출구 쪽에 완전히 닫혀가는 셔터를 가리켰다. 외골격의 효율을 최대로 가동해서 구조체들의 속도를 따라갔지만, 셔터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한 곳에만 일어나리란 법은 없었다.
지휘관님. 바로 철수하셔야 해요. 이곳에 물이 새기 시작했어요.
적의 습격이다!
뭐라고요? 하필 이럴 때!
엔지니어링 절단기요? 지휘관님. 설마 그쪽에...
알겠어요. 최대한 빨리 철수할게요. 꼭 버텨 주세요.
지휘관은 이미 허리까지 잠긴 바닷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셔터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입구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전원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지휘관도 전투복 자체에 소지한 소형 산소통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받으세요.
이때, 조금 전 임무를 계속하자고 제의했던 정화 부대 대원이 깡통을 던졌다.
유성펜으로 칠해진 알록달록한 어린이용 산소통은 약간 녹이 슬었지만, 겉면에 간단하게 그린 그림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공중 정원의 규격 장비는 아니었다.
제가 스캐빈저였을 때부터 쭉 가지고 있던 거예요. 전투복의 산소통을 다 사용하면, 그것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통은 저한테 돌려주셔야 해요.
상대방은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대원은 벽에 기대어 대답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와 셔터가 닫히는 마찰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소리가 시끄럽네요. 어? 셔터 내리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나요?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원래 두꺼운 셔터는 힘차게 수면을 가르며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셔터 위의 표시등이 계속 깜박거리더니, 적색으로 바뀌었다.
이어 귀청이 찢어질 듯한 경보음과 함께, 셔터가 갑자기 멈췄다.
모두가 이것이 적의 함정인가 하고 의심할 때, 안내방송에서 허약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중 정원의 여러분, 저는 그레이스에요. 저와 멤버들이 셔터가 내려가는 것을 멈추게 했어요.
저희는 지금 지하 2층 제어실에 있어요. 대부분 사람이 허약해서 걸을 수 없어요.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레이스?
그레이스라는 이름의 인물도 이번 조사 목표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비앙카는 상대방이 이미 적조의 일부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상대방이 살아 있다는 건...
센도 같이 있나요?
죄송해요. 센은 소대와 함께 승격자를 막았어요. 덕분에 우리는 도망갈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철수 경로에도 괴물투성이였어요. 그래서 저흰 어쩔 수 없이 제어실 안에 숨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요 며칠 사이 먹을 것도 전부 소진됐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그게 어렵다면,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주세요.
바로 구조해 드릴게요. 조금만 더 버티고 계세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안내방송의 소리는 잠잠해졌다.
쯧.
항상 비앙카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던 정화 부대 대원이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찼다. 그리고 맵을 꺼내 제어실 방향으로 이동했다.
반대할 줄 알았어요.
부대장이 이곳에 있었어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거야. 하지만 부대장은 너같이 연약한 연민에 휩쓸려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야.
저 여자는 우리가 공중 정원 대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마도 감시 카메라로 본 거겠지.
지금에 와서 소리를 내는 이유도 우리가 그 괴물들을 완전히 처리하길 바랐을 거야.
아이가 있다느니 그런 말은 믿지 않아. 그러나 우리가 거절했다면, 상대방은 다시 셔터를 작동시켜 협박했을 테니까.
아마도 우리 쪽에 물속에서 숨 쉬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는 걸 보고, 승부수를 걸어보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들은 승격자의 말을 믿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야. 너무 높게 평가하지 마.
제어실로 가는 길에 루시아한테 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설명했다.
알겠어요. 여러분이 돌아올 때까지 지키고 있을게요. 난민들이 이곳에서 대피하는 데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난민들이 오래 갇힌 탓에 몸이 많이 허약해져 있어요.
제어실로 가는 길에 있던 이합 생물 몇몇을 모두 처리한 후, 일행은 제어실 앞에 도착했다. 그러자 안내방송에서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문 열어 드릴게요.
지휘관님. 교섭은 지휘관님께 부탁드릴게요.
등 뒤에선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정화 부대의 대원들은 모두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만일을 위해서예요.
대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강철 베어링의 회전 소리와 함께 앞의 셔터가 천천히 양쪽으로 열렸다.
임무 브리핑에서 본 것과 동일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움푹 패인 눈, 마른 입술, 앙상한 뺨을 한 눈앞의 사람은 사진 속 얼굴보다 훨씬 더 초췌해 보였다.
그레이스의 뒤에는 똑같이 허약한 노인이 여럿 있었다. 심지어 혼수상태에 빠진 이도 있었다. 하지만...
죄송해요. 저...
됐어. 연극은 거기까지 해.
대원은 난폭하게 그레이스의 변명을 끊었다.
운반해야 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지?
여기에 있어요.
정화 부대 대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을 업으려는 순간, 박물관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밖 통로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야. 그들이 또 오고 있어!
지휘관님, 서둘러 주세요. 박물관이 무너질 것 같아요.
전원 신속하게 철수하세요. 이합 생물은 제가 막을게요.
지휘관님도요.
기절해 있는 마지막 한 노인을 업은 뒤, 가슴까지 닿는 물을 헤치며 다른 대원들과 함께 출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