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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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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터무니 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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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방송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지하 2층으로 통하는 해저터널의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질서 있게 순서대로 입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하 2층은 식사, 레저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돌고래 공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수막이 열리면서, 지하 2층으로 통하는 해저 터널이 모습을 드러났다.

공기 중의 퍼니싱 농도가 상승하고 있어요.

루시아의 말과 동시에 방호복의 계산기도 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수치는 상승했지만, 그래도 안전한 범위 안이라서 다행이었다.

터널에서 적조와는 다른, 부패한 냄새가 났다. 모두 어린이 삽화가 그려져 있는 터널 안쪽의 소방함에 시선을 돌렸다.

이미 말라 덩어리가 된 검붉은 물질이 먹을 부은 듯, 장식용 삽화를 가렸다. 그리고 상자의 틈에서는 고름같이 검붉고 끈적끈적한 액체뿐만 아니라, 실제 썩은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꾸륵, 우카, 나리마까"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며 모독적인 속삭임도 들려왔다.

규격 장검을 휘둘러, 소방함의 문을 통째로 잘라내자,

"파닥, 파파닥"

뭉친 내용물들이 하나둘씩 땅으로 "흘러" 내려, 너비가 두 팔 정도 되는 "고기 패티"가 됐다.

그것은 더 이상 외형을 알아볼 수 없는 유동 물질이었다. 새로 태어난 고기가 너덜너덜한 금속과 연결되어 있었고, 점액 중에는 연분홍색의 유기질도 있었다.

하지만 비앙카는 근원 추적 장치의 작용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흐릿해서 신분을 식별할 수 없었고, 체형으로 남녀를 구분할 수 있었다.

"와..."

유기질의 표면은 호흡처럼 가벼운 기복에 따라 하나씩 거품을 일으켰다. 거품이 공기 중에서 빠르게 터지면서, 내부의 오물이 땅에 튀었다.

거품이 터질 때마다, 그 "유동 물질"이 우렁찬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럴 때만 새로 태어난 고기가 가득한 표면에서 일그러진 여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눈꼬리를 구부린 채,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입은 여러 모양으로 왜곡돼 모호한 고통의 속삭임을 내뱉었다.

그것은 튀어나온 오물을 향해, 힘겹게 고기를 꿈틀거리며 기어갔다. 꿈틀거림에 따라 날카로운 금속 조각이 분홍빛 표면을 뚫었고, 상처에서 솟구친 피는 땅에 끌린 흔적을 남겼다.

"가가, 와카, 라"

일그러진 입들이 피가 손실됨에 따라, 즐거운 속삭임을 내고 있다는 것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보내줍시다.

정화 부대 대원 한 명이 소형 생물 소각 장치를 꺼내자, 농축된 기름과 2800도의 고온이 눈앞의 오물을 순식간에 없애버렸다.

유기질이 코크스가 되면서, 고기 밑에 숨어 있던 금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비앙카는 지팡이검의 끝으로, 금속 조각 하나를 꺼지지 않은 재에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금속 조각은 어떤 구조체의 명패인 것 같았다. 금속에서 얼룩을 닦아내자, 이름 하나가 나타났다.

델라... 포어?

누가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차가운 땅에서 고개를 든 델라포어는 방금 전 소리를 찾으려고 했다.

이곳은 일반 휴게실이었다. 흔한 생활 가구 외에도 각종 단말기가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심지어 황금시대 이전, 중소규모의 통합 전기회로로 구성된 개인용 컴퓨터까지 갖추고 있었다.

델라포어는 간신히 땅에서 몸을 일으켰고 온몸이 경직된 것을 느꼈다.

너무 오래 쉬지 않고 움직여서 그런가?

모르겠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문을 연 순간, 델라포어는 발을 헛디뎌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저 승격자는 어떻게 저렇게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온 거야?

노리스는 터널 안에서 질주했다. 노리스의 몸에는 수없이 많은 침식의 흔적, 다양한 색깔의 순환액 그리고 시커먼 상처가 있었다.

자살에 가까운 공격 끝에, 노리스의 소대는 가까스로 승격자의 추격을 벗어났다. 하지만 그 대가로 노리스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박물관의 폐허 아래 묻히게 됐다.

그리고 노리스가 살 수 있었던 건, 운 좋게도 승격자의 로봇 팔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통신기도 망가졌어. 어서 나가서 다른 이들에게도 이 일을 알려야 해.

지하 3층의 지옥 같은 광경을 떠올리게 되니, 뻔뻔한 노리스도 자연적으로 몸서리가 쳐졌다.

젠장! 선봉은 난데, 왜 기술자인 네가 달려든 거야!

노리스는 손에 잡고 있던 부러진 명패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가슴 가득 찬 슬픔과 욕설을 전진 동력으로 삼았다. 노리스의 야비한 말들은 텅 빈 박물관에는 울려 퍼졌다.

이때, 싸움에서 더욱 날카로워진 감지 모듈이 미세한 마찰음을 포착했다.

"펑펑펑"

노리스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얼마 남지 않은 총알을 모퉁이의 그림자에 발사했다. 그리고 빠르게 다가가, 허리춤의 제식도를 뽑아 세로로 베었다.

두부를 자르는 듯한 촉감과 바닥의 딱딱함이 이어서 전해져 왔다.

뭐야 이거!

"파파파"

智能AI

과녁 이탈, 영점.

AI의 기복 없는 알림음과 함께 델라포어는 무표정으로 전방의 사격 과녁을 바라봤다.

성인 상체 모양을 한 과녁 중앙의 동그라미에는 탄흔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표식도 없는 팔 부분에 두세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智能AI

9.5점!

AI의 알림음이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옆에서 애석한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에이, 오늘 상태가 안 좋네.

상대방의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델라포어는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에이, 너 지금까지 최고 성적이 겨우 8.7이었잖아.

???

야야, 네가 잘못한 걸 나한테 화내지 마.

……

???

또 그런 표정이야? 생각해 봐. 지상에 도착하면, 우리의 적이 인간형이 아닐 수도 있잖아.

그리고 좋게 생각해 봐. 네가 팔을 명중하면 적군은 무기를 들 수가 없잖아~ 그러니 과녁을 맞히지 못한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야. 헉... 진짜 있네. 그래도 봐봐. 저긴 다리쯤 되는 위치잖아.

아, 아아아아아아!

눈앞의 적이 다가오는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꿈틀거리는 그것은 가끔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노리스는 더 이상 반격할 양손도, 도망갈 수 있는 두 다리도 없었다.

괴물이 뿜어낸 점액은 노리스의 탄탈로 만든 사지를 순식간에 부식시켰고, 그 안에 든 고농도 퍼니싱이 노리스의 침식 정도를 높였다.

바닥에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리스는 그것이 자신 앞으로 천천히 꿈틀거리며 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배고파...

구조체는 배가 고플 일이 없잖아. 그리고 이 디자인이 너무 섬뜩하지 않아?

???

그게 뭐? 어쨌든 공짜로 준 거잖아.

예술 협회 놈들이 다 그렇지 뭐. 이런 뜬금없는 이벤트나 하고 말이야.

델라포어가 손에 든 것은 로봇 모양의 쿠키였다. 딸기시럽으로 장식된 두 눈은 기이한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상대방이 친숙하게 대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과 사이좋은 친구인 것 같았다. 하지만, 델라포어는 계속 옆에서 주절주절 말하는 구조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속이 텅 빈 델라포어는 뭔가 커다란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다.

???

얼른 먹어봐.

이 호의를 받아들이면, 마음속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을까?

……

델라포어는 쿠키를 가볍게 물었다.

"콰직"

주절주절 말하던 구조체가...

조용해졌다.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콰직..."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넌 어때? 노리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앙카는 평온한 마음으로 눈앞의 일을 관찰할 수 없었다.

바닥에 있는 유동 물질이 사방으로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아무런 소득이 없자, 그것은 구석의 작은 어둠만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피난처라고 말하는 듯, 천천히 소방함으로 기어들어 갔다.

"우우우, 꾸륵, 우카"

비앙카의 시선이 닿지 않은 내부에서 흐느끼는 오열이 들려왔다.

자, 더 가까이 와, 내가 널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비앙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래. 그렇게 오는 거야.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거든.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그들을 볼 수 있어...

죽은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가장 먼저 죽거든.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비앙카의 의식을 깨웠다. 주위는 어느새 눈이 흩날리는 설원으로 변해 있었다.

넌 왜 이곳에 온 거야?

난 사람을 구하러 왔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비앙카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이건, 내 기억?

눈을 좋아해?

비앙카

…………

………………

살아남은 자에 대한 미련 때문에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만회할 수 없을 정도의 희생을 초래하기도 해.

반대로 죽은 자에 대한 감정은 사람을 연약하게 만들지... 그게 두려움이든 그리움이든.

죽음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도 "괴물"과 다른 게 없잖아.

괴물만이 괴물을 대항할 수 있어.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비앙카.

드물게 부드러운 센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비앙카는 그제야 어떤 사건이 있고 난 뒤, 센이 다른 정화 부대 대원들처럼 비앙카를 반거충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우리는 이별에 익숙해져야 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넌 누군가를 죽이게 될 거야.

거기엔 너도 포함되어 있어?

그래. 나중에 내가 침식체로 변한다면, 큰소리로 날 비웃어줘.

뒤에서 누군가가 새하얀 눈보라 속으로 비앙카를 밀었다. 그러자 눈꽃이 비앙카의 시야를 흐릿하게 했다.

부디...

그리고 센의 마지막 말도 흐릿하게 했다.

비앙카, 괜찮아요?

허구의 추위가 물러가고, 비앙카의 의식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괜찮아요.

비앙카는 시선을 옆에 있는 인간에게 돌렸다.

지휘관님, 긴급 사태에요. 사령부에 보고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