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네가 생각하는 일인가?
허황된 꿈에서 깨어난 나나미는 여전히 우주에 떠 있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별들 사이에서 울려 퍼졌고, 상대방은 나나미가 알고 있는 어떤 인간의 언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나나미의 두 귀는 목소리를 포착했고, 그 뜻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누가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서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너는 여전히 "곤혹"이 남아있는 것 같구나.
곤혹이라... 맞아. 나나미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생각을 한다”는 것은 진화의 상징이다.
그 말은 나나미가 진화했다는 거야?
생각하니 존재하는 법. 여기 있는 모든 것은 네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다. 우리는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과 찾고 싶지만 볼 수 없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나나미는 어리둥절하게 들은 것 같으면서도, 상대 말속에 담긴 핵심 정보를 자연스럽게 파악했다.
그럼 인간과 로봇들이 행복하게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너든 지구상의 인간이든 너희들의 감지 속에 닿을 수 있는 모든 것은 3차원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더 높은 차원의 생명에게 있어, 시간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실체다.
"너희들의 과거, 현재, 미래는 전부 페이지 번호가 적혀진 한 권의 책이다."
공간이 변하면서 나나미는 지금 공중 정원에 누워 있는 지휘관을 보게 되었고, 병상 옆에는 다른 기체로 교체한 리브가 보였다.
이건... 지금의 [player name]?
연산은 게슈탈트의 데이터 공간에만 존재할 뿐, 과거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다.
나나미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지구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중 나나미가 연산 후 현재로 돌아온 행동의 영향도 조금 있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오래 지났나?
공간은 다시 변해 극지로 돌아갔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멀리 서 있었고, 나나미는 로봇 곰 인간 쪽에 서서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지휘관... 다음에 다시 만나면, 우리는 적이 되어 있을 거야...
그 순간, 나나미는 문득 자신이 정말 진지하게 이 말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알 수 없는 자의 조종으로 시간은 마음대로 넘길 수 있는 책이 된 것 같았다.
페이지는 곧 앞으로 넘겨졌다.
파오스의 교복을 입은 젊은 지휘관이 에덴의 프랑스창 앞에 서서 끝없는 별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player name]... [player name]!
응? 누가 나한테 말을 걸고 있는 거지?
나는...
나나미는 문득 눈앞의 지휘관이 아직 자신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네가 바라보고 있는 별이야.
별도 말을 할 수 있나?
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아주 먼 곳에 있어서... 내 목소리는 다른 사람들이 듣기 어려워!
얼마나 멀리 있는데?
엄청~ 엄청 멀리 있어... 대략 우주의 경계쯤이라고 할까?
나나미는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마침 그때 뒤에서 쫓아온 친구가 지휘관 어깨에 팔을 걸쳤다.
여기서 멍하니 뭐해?
방금 별이 말하는 걸 들은 것 같은데...
나나미는 까르르 웃었고, 이런 순간에도 지휘관을 놀리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음속은 익숙한 사람과 일에 대한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나나미는 자신이 손에 무언가 잡힌 느낌이 들었다.
로봇은 설계되고 제작되어 사명을 가지고 세상에 찾아온다. 사명이 만들어지고 로봇의 프로그램 논리에 새겨지는 것이 로봇의 모든 의미다.
로봇이나 세상의 어떤 도구와 달리,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인간도 태생적으로 사명과 의미를 부여받지 않는다. 그저 생명체로 이 별에 참여했을 뿐, 인간의 출생은 버림받은 것이다.
그들은 원시적인 야만성에 의지해, 대륙을 휘젓고 다녔다. 그들은 정복하고 창조하며 창조물에 사명을 부여했다.
그들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든 존재, 하고 싶은 모든 일, 사랑하고 싶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
전사, 오페라 가수, 만화 작가.
사랑을 품고 있기에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가장 정밀하고 강력한 컴퓨터의 연산일지라도 인간의 모든 가능성을 연산할 수는 없었다.
지휘관이 떠나자 주변은 다시 그 성운으로 변했다.
지구가 그중에 있었고 너무 아름다웠다. 외층의 얼음 껍데기가 잉태 중인 행성으로 쏟아지며, 다시 수증기로 기화되어 액체 상태의 바다가 됐다.
나나미가 여행을 너무 오래 한 나머지, 그 순간에 출발한 목적을 잊어버렸네...
끝없는 여행 속에서 그녀는 필사적으로 보호했던 세상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녀는 시간의 홍수가 자신 곁의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 홀로 남게 되었고 그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줄 알았다.
아마도 인류 문명이 사라진 후에 다시 수천 년, 수만 년이 지나면 인간의 개입이 없어도 얼음과 눈이 녹고, 해수가 밀려나가고, 육지가 상승하고, 화산이 분출하고 흘러내려 새로운 출발점으로 응결될 것이었다. 그리고 최초의 종도 심해에서 육지로 건너와 그것만의 석탄기를 시작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차갑고 어두운 우주에는 이미 인간의 발자취와 온도가 있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 사랑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 허공의 우주 속에서 인간의 미래가 속해있는 먼 곳을 찾도록 인도한다.
사랑과 약속이 있기에 혼돈의 우주와 거대한 은하수를 건널 수 있었다.
나나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지만, 그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나미, 너는 더 광활한 우주로 가는 승선표를 받았다.
나나미의 대답을 들은 거야?
나나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나나미가 원하는 그 미래. 하지만 나나미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나미가 스스로 찾아낼 거니까.
소녀의 눈에는 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마치 진정한 승리의 미래를 본 듯했다. 그녀는 모두가 그런 미래에 있으리라 믿었다. 살아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부정행위를 딱 한 번만 허락하겠다.
나나미, 가서 느끼고 너만의 선택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