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8 샛별의 인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18-18 각성

>

Video: 로봇 70 버전 애니메이션

나나미가 걷고 뛰며 수많은 세상을 헤쳐 나가자, 그녀의 생각이 그녀가 겪고 있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의 광활한 구역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 근처에서는 어떤 행성이나 항성도 탐지할 수 없었고, 어떠한 주파수의 신호도 수신할 수 없었으며, 온도 또한 우주의 다른 구역보다 절대영도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진공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심연이 그녀를 휩쓸어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미래를 상징하는 한 줄기의 광속이 어둠 속에서 사라질 때, 별들이 조금씩 이 '무한' 속에서 떠올랐다.

별빛이 그녀를 비추자, 그녀가 감지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엄청나게 느려졌다.

그녀는 예전에 한 인간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아주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너는 사색의 전당에 들어가게 될 거야. 이때 네가 생각하는 속도는 매우 빠르겠지만, 상대적으로 외부의 시간은 느리게 흐를 거야.'

그러나 나나미는 우주 만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고, 심오한 과학 이론 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계로 만들어진 정밀한 칩과 전기 회로 사이에서 반복되는 말은 단 한마디였다. '왜?'

그것은 폭풍우처럼 격렬히 번쩍이며, 고속으로 흐르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프로그램 연산에서만 존재하거나 실존하는 모든 기억을 포착했다.

나나미는 이 기억 속의 화면들을 보며 깊은 막막함과 호기심을 느꼈다.

인간에 대한 그 신기하고 기이한 생각의 호기심과는 달리, 그 호기심은 그녀 자체의 근원과 존재에 대한 당혹감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왜?

인간의 조물인 로봇은 왜 각성을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각성을 하는 걸까?

서로 다른 미래 속에서 나나미는 로봇 중에서 나나미처럼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의 의식을 추구하는 로봇을 보았고, 가브리엘처럼 강한 힘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코그휠처럼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며 인간과 싸우는 로봇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의 의미를 깨닫는 데 있었다.

전쟁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퍼니싱이 나타났고, 왜 지구 위에 찾아왔을까? 퍼니싱을 만들고 조종한 것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원한 걸까?

인간은 왜 지구에 집착할까? 사랑 때문에? 왜 사랑할까? 사랑은 뭘까?

나나미는 또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까?

이건 나나미를 만들고, 나나미의 프로그램 논리에 '사랑'을 새겨 넣은 그 사람의 소행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끝없이 긴 생각 속에서 나나미는 아주 긴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그녀는 고대 광야를 달리는 회백색의 거대한 늑대로 변한 것 같았다. 땅 위로 솟아오른 회색 숲이 그녀를 쫓으며 뒤따라가다가, 가시 돋친 가시덤불로 그녀의 네 발을 휘감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으르렁거리며 포효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숲은 갑자기 차갑고 깊은 바다로 변했고, 나나미는 물고기가 되어 가시덤불에서 벗어났지만, 바다가 큰 파도를 일으키면서 어쩔 수 없이 물살을 따라가야 했다.

출렁이는 조수는 소리 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짐승처럼, 잠복하여 날카로운 등을 들썩이며 먹잇감을 기다렸고, 그것만의 원시 생명도 잉태하고 있었다.

바닷물이 점차 사라지면서, 좌초된 나나미는 모래밭에서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고, 인간을 닮은 신체가 생겼음을 발견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발밑에서 고층 건물들이 사방으로 솟아났고, 먼바다에서는 거대한 배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녀가 바라본 모든 것이 아래에서 축소되고 있었다. 인간은 점차 도시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문명이 싹트고 성장하며, 무성한 고층 건물들이 이쑤시개처럼 바닥에 꽂혔다. 기적 소리와 휙휙 부는 바람이 그녀에게 현기증을 일으켰다.

강철 건물의 빌딩이 점점 높아지더니 그녀를 감쌌고, 앞에는 거대하고 정밀한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니 더없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인간이 그녀 앞에서 천천히 걸으며 무언가를 의기양양하게 진술했다. 그는 지휘하듯 손을 흔들었고, 밝고 희망적인 미래가 손가락 사이에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 인간의 손가락을 잡았다.

상대방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로봇으로 탄생 이래 처음으로 인간의 온도를 느낀 것 같았다.

인간

나나미, 인간의 모든 것을 느끼고 너만의 선택을 해.

나나미

나나미는 이해가 잘 안돼. 그게 무슨 뜻이야?

그녀는 오래전에 더 앳된 자신의 목소리와 지금의 목소리가 겹친 대답 소리를 들었다.

나나미

당신이 나나미를 만든 인간이야? 왜 나를 만들었는지 나나미한테 알려줄 수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장면으로 빠져들었다.

어머니

밥 먹자...

미미

멍, 멍멍!

아버지

이리 오렴. 아빠가 한번 안아보자.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한 삶은 나나미를 멍하게 만들었다.

나나미는 이제 아빠, 엄마, 미미의 곁을 떠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야 해.

발을 헛디뎌 우주로부터 떨어진 아이처럼, 심박수가 고르지 못한 채 부드러운 솜 위에 떨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나미는 작은 배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배는 바람도 파도도 없이 평온하게 바다 위를 항해했다. 나나미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이 가장 익숙한 인간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휘관! 여기 있었구나. 나나미가 엄청 오랫동안 찾았는데...

[player name]

나나미, 이번 숨바꼭질은 우리가 이겼어.

너희들?

나나미는 배 위에 사람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이 보였다. 공중 정원 사람들, 에이미, 로쿠하치, 마틴, 하카마, 스프너...

다들 여기 있었구나! 잘됐네. 나나미가 너희들을 데리고 탐험을 갈 거야!

모든 친구들은 그녀와 함께 거대한 방주를 타고 끝없는 우주를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