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탄생 방면에서 인간과 로봇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의식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분기점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억과 감정을 갖게 되는 가장 이른 연령대는 영유아기 시기일까? 모체에서 벗어나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첫 울음소리를 낼 때일까? 아니면 수정란이 나팔관에서 빠른 속도로 분열하는 그 순간일까?
생물학에서 철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 어려운 문제는 로봇에게 있어 매우 간단명료했다.
프로그램에 에너지 연결이 입력되어 켜지는 순간, 새롭고 성숙하고 매우 지혜로운 의식이 탄생했다.
로봇은 언제든지 경험했던 모든 순간을 메모리 하드디스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과관계와 시간의 역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로봇 프로그램의 연산에서 말과 행동은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이행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나나미가 게슈탈트의 모든 연산으로 추론한 여러 갈래의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는 세상의 요소를 전부 그녀의 메모리 디스크에 담을 것이란 걸 의미했다.
게슈탈트의 미래에 대한 연산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현실 세계의 한 분기점에서, 그중 하나의 분기선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가면 다시 무한한 가능성이 발밑에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그 공간 끝의 미래 사이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선의 끝이 같은 미래로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나미 개체, 연산 프로그램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응... 으음.
과부하 된 연산이 밀려들어 나나미의 얼굴에 약간의 이상한 모습이 스쳤지만, 그녀는 곧 적응하여 눈에 다시 빛이 났다.
...연산 시작. 세계 재구성 실행, 10%...
데이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실존하는 미래가 서서히 구축되고 있었다.
나나미 개체, 3차 연산 프로그램에 진입하시겠습니까?
그래.
...5차 연산, 진행 시작.
...9차 연산 프로그램에 진입하시겠습니까?
...12차 세계 재구성 실행... 25%...
...31%... 46%...
나나미 개체, 진입하시겠습니까...
나나미 개체... 그게 무엇입니까?
하... 하, 이거?
소녀는 밑에 있는 로봇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로봇 할머니, <바다의 괴수>라는 영화 본 적 있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니, 황금시대 말기에 인간이 제작한 SF영화로 확인됩니다.
나나미는 예전에... 이런 재미있는 작품을 엄청 많이 봤는데, 인간은 이런 완전 큰~ 로봇을 좋아해!
그들의 문화에서 로봇은 신이 내린 힘처럼... 아무리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도 로봇을 타면 폭풍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돼.
나나미는... 왜 미래의 내가 파워를 데리고 다니는지 알 것 같아. 나나미는 파워가 정말 좋아.
그래서 나나미가 파워를 만든 거야... 이렇게 안 하면 나나미가 미래에 왜 파워를 데리고 다니는지 설명할 기회도 없었을 거야. 재밌다. 헤헤... 그렇지?
이건 일종의 인간이 만들어낸, 운명과 싸우는 강력한 힘의 상징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겁니까?
하지만 저는 나나미 로봇 개체의 연산 과부하를 감지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체를 변경하고, 외부 도구를 빌려 미래 연산을 계속 이어가려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이런 표현은 낭만이 전혀 없는데...
여기서 멈추십시오. 나나미.
나나미가 좋아서 그래!
소녀의 손은 로봇 위에서 멈췄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표정은 더 이상 격렬하지 않았고, 평화로우면서 굳건했다.
...정말 좋아서 그래. 그러니까 로봇 할머니, 계속해서 다음 연산을 이어가자.
...36차 연산, 진행 시작. 세계 재구성 실행...
세계 거품 속에 떠 있는 소녀가 두 팔을 가볍게 펼쳤다.
한 개의 프로그램.
한 더미의 데이터.
여러 번의 반복 실행 테스트.
수많은 순서 배열이 미래에 속한 0과 1을 만들어냈다.
분리된 수많은 선택 항목이 모든 세상의 궤적을 덮는 IF 경로를 발산했다.
수만 개의 꿈으로 연산을 할 때마다, 소녀는 세상과 맞서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어떤 미래를 만나도 용감하게 나아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