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8 샛별의 인사 / Story
나나미가 눈을 떴을 때, 그 데이터 공간으로 자신이 돌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결국 포트를 성공적으로 연결했다.
나나미가 입을 열기 전, 공간에서 게슈탈트의 차갑고 허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각성 로봇은 필연적으로 이 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될 것이며, 이건 역사의 선택입니다.
퍼니싱의 존재는 인간과 각성 로봇의 전쟁을 가속시켰을 뿐입니다. 퍼니싱이 없었더라도 황금시대에 저의 제작자는 이 미래를 일찍이 예견했었습니다.
나나미가 서 있는 자리 주위를 데이터 매핑에 의해 형성된 여러 개의 거품이 떠돌며 회전했다. 그 속에는 현재에 확립된 사실을 바탕으로 파생되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미래가 비치고 있었다. 어떤 것은 흰 눈이 흩날리고, 어떤 것은 격렬한 전쟁이 일어나고, 어떤 것은 붉은색에 물들어 있었지만, 나나미는 그중 어떤 거품 속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슈탈트는 지금까지 '인류는 결국 멸망한다'라는 연산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고, 연산의 미래에서도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서 바꾸지 못한 미래 세계에는 따뜻한 봄을 맞이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눈앞의 데이터를 걷어낸 그녀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고, 고개를 들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게슈탈트를 향해 선언했다.
이건 절대 나나미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당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명제입니다.
나나미는 답이 틀린 문제를 풀지 않을 거야!
게슈탈트는 나나미가 한 대답의 이유를 계산하듯 잠시 침묵했다.
인간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 때문입니까?
...아니야...
당신이 각성 로봇을 이끄는 책임을 맡아서 로봇은 살아남게 되었고, 인간은 자신의 오만함에 멸망했습니다. 이건 그들 자체의 문제입니다.
각성 로봇이 없다 해도 인간 문명은 또 다른 미래의 영원한 겨울 속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인간의 성장 속도는 너무 느려서 각성 로봇 같은 존재는 그들의 발걸음을 교란할 뿐입니다. 퍼니싱과 각성 로봇의 충격으로 인간은 자신의 멸망을 더 빠르게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도 어쨌든 좋아하는 인간을 자기 손으로 파멸시키는 추진력이 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나나미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그것 때문만이 아니야... 그런 로봇, 우리만의 미래가 정말 로봇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거야?
저는 "원하거나" 또는 "원하지 않는" 선호 경향이 없습니다. 이건 연산을 통해 얻은 정해진 결말일 뿐입니다.
지금의 계획에 따라 수행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멸망 속도는 결코 느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로봇 할머니는 아무것도 몰라...
...인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사방에서 모여든 로봇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웅크리고 앉아 어린아이의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육아 로봇.
조립을 통해 자신을 우주로 쏘아 올려 동료를 찾고자 하는 친구들.
프로그램 논리를 이행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생명을 감금한 의료 로봇.
일방적으로 그녀를 따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을 제멋대로 학살한 제로...
그 슬픔, 막연함, 고통, 고집, 절망의 감정을 나나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과연 그녀와 같은 로봇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결말일까?
나나미는 더 이상 로봇 할머니를 믿지 않을 거야... 연산할 수 없다면 나 혼자서라도 찾겠어.
지금으로부터 앞으로 10년 동안, 미래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 분기점이 대략 85,412개이며, 인간이 퍼니싱에서 생존할 성공률은 0.031%입니다.
말했잖아. 나나미 혼자 가서 찾을 거라고! 인간만을 위한 게 아니야... 너 같은 바보 로봇은 몰라!
나나미 개체는 연산을 통해 각 사건의 분기점에서 유도되는 미래를 실험할 계획입니까? 게슈탈트의 연산 지원이 없으면 당신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럼... 빌려줘. 나나미가 로봇 할머니의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이런 방안의 수행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럼 더 이상 나나미한테 로봇 각성을 이끄니 뭐니, 부탁하지 마.
내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도 로봇 할머니의 말을 듣지 않을 거야.
……
게슈탈트는 다시 잠깐 동안 침묵했다.
게슈탈트,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대답은 또 한 번의 계산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승산이 가장 큰 방안을 선택했다.
나나미는 게슈탈트가 세상에 존재하는 난제, 과학, 재난,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만이 모든 데이터 홍수 속에서 불확실한 요소였다.
그녀는 반드시 홍수를 넘어 그 가능성을 잡아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