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님, 선현님... 알려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선현님과 함께 천계의 길로 가는 영광을 얻을 수 있을까요?
눈앞의 로봇 소녀는 잠꼬대처럼 나나미의 호칭을 부른 뒤 계단을 올라가 경건하게 나나미를 바라보았다. 신의 뜻을 좇아 방황하는 신자처럼 눈에 광기가 드러났다.
선현님은 저를 치유해 주셨지만, 한편으론 제 '마음'을 완전히 비워냈어요... 저는 선현님을 위해 장애물을 폐허로 만들고 좋아하는 인간도 데려왔어요. 선현님은 부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지혜를 원하시나요? 저는 선현님을 위해서라면 제 장검을 수천, 수만 번을 휘둘려도 상관없어요. 선현님을 잃는다면, 저는 녹슨 톱니바퀴처럼 변할 거예요...
운명의 바퀴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렇게 자비로우시다니. 선현님, 저를 봐주세요. 저를 더 많이 봐주세요!
아... 알겠어요. 선현님. 이게 바로 선현님의 계시인가요?
제로는 고개를 숙이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천계의 길은 저희가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것이 바로 선현님이 선택한 길인가요? 그런 가요?
만약 제로도 운명의 바퀴처럼...
선현님, 당신의 계시 길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그녀가 공격하려 합니다. 나나미님!
갑자기 난폭해진 제로가 나나미를 향해 공격했고, 하카마가 낫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들기 전에 나나미 밑의 파워가 조건반사적으로 전기톱을 들어 올렸다.
어...
소녀의 가슴에서 부서진 붉은 하트가 반짝였고, 그 속에서 진한 검은 액체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아아... 선현님...
그녀는 거대한 로봇 손에 들려있는 무기에 제물을 바치듯 뛰어들어 충돌했다. 순식간에 부서진 로봇 소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몽환적이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제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어요. 선현님의 계시만이 제로의 방향을 밝혀줄 수 있어요...
선현님이 선택한 길에 반드시 제로를 매장해야 한다면, 선현님의 손으로 제로를 매장해주세요...
선~ 현~ 님~
반쯤 드러난 흉골의 외각 아래 에너지 전송선이 몇 번 깜박이더니, 끊임없이 솟구치는 티타늄액이 바닥 너머로 흘러내렸고, 로봇 소녀의 항상 깔끔했던 얼굴과 코팅이 검은 얼룩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12분의 경건함과 20분의 광기를 품고, 그 신선한 심장을 그녀의 공주에게 바쳤다.
저는~ 선현님을~ 사랑~~ 해요~
소리가 뒤틀리기 시작하면서 로봇의 오른손이 공중에 1초간 멈추었다가 끝내 힘없이 늘어뜨렸다.
……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선현님을... 위해...
저주 같은 속삭임이 전자음과 뒤섞여 고요한 로봇 대군 속에서 서서히 울려 퍼졌다.
선현님의... 천계의 길을... 위해... 헌신한다...
수면 위에 떨어진 자갈로 인해 출렁이던 잔물결이 둥글게 흩어져 거친 파도가 됐다.
선현님의 천계의 길을 위해 헌신한다. 선현님의 천계의 길을 위해 헌신한다.
경건한 말을 외우며, 로봇들은 나나미를 향해 모여들었다.
선현님, 그들이 통제력을 잃었습니다... 그곳을 벗어나십시오!
아니... 저희는 앞으로 공격할 겁니다.
하카마는 낫을 휘둘러 나나미의 앞을 막았다.
포트를 탈환하십시오.
전투는 혼란 속에서 시작되었고, 로봇들은 불나방이 불을 덮치듯 나나미를 쫓았다.
제가 남아서 문을 막을 테니, 먼저 가십시오!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이겼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여기엔 문이 없는데...
그럼 하나 만들겠습니다.
아우~~
스프너가 야수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그의 몸이 몇 배나 부풀어 올랐다. 로봇 부품이 전부 펼쳐졌고 표면의 코팅이 터질 때까지 확장됐다. 기체 내부에는 용광로 같은 붉은빛이 번쩍였고, 작열하는 증기를 내뿜었다.
수인은 자신을 완전히 불태워, 광기의 '코그휠' 로봇 눈에 가장 밝은 존재로 변했다.
포트가 무엇인지, 나나미가 말하는 '구원'에는 어떻게 해야 도달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그는 여전히 나나미의 영원한 추종자였다.
스프너...
나나미는 파워를 조종해 수인 로봇의 위치로 접근하려 했지만 대량의 소형 로봇에 발목이 잡혔다.
그녀는 힘껏 손을 뻗었고, 손끝은 스프너로부터 불과 몇 센치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도저히 닿지 않았다.
스프너는 산처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카마님!
띵~~~!
수인은 망치와 정을 꽉 잡은 뒤 힘껏 두드렸고, 그 소리는 종소리처럼 울렸다. 로봇들은 이 힘에 이끌려 조수처럼 그의 몸 위로 몰려들었는데, 철옹성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나나미님, 저를 바짝 따라오십시오. 스프너가 만든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하카마는 낫을 휘둘렀고, 공격할 때마다 부서진 로봇이 솟구쳐 올랐다. 이런 돌진은 그녀의 몸에 끊임없이 상처를 입혔다.
띵~~~!
또 한 번의 망치 소리가 기계 선현의 충복들을 재촉했다.
스프너가 쓰러지기 전에... 하려던 일을 하십시오.
띵~~~!
낫은 초승달처럼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성지' 코어의 그 거대한 기계로 가는 길을 쓸어버렸다.
띵~~~!
하카마의 왼팔이 날아올랐고, 순식간에 기세가 오른 로봇 대군에게 파묻혔다.
나나미...
하카마!
친구의 이름을 외친 나나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포트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을 자신의 뒷목에 연결하는 것이었다.
훼손된 로봇이 남아 있는 팔로 무기를 들고 가슴 앞에 가로놓았다. 하카마는 고개를 돌려 평생을 따른 소녀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전체 공간의 모든 소란과 혼란이 마지막 울음소리와 함께 사라지고 고요함 속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