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침내 넓은 로비에 도착했다. '코어' 끝의 포트는 파란빛으로 반짝였고, 코어의 작동을 나타내는 형광은 케이블에서 반짝이며 돔 위로 뻗어 흘러갔다. 나나미가 예전에 봤던 광경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달랐다.
포트 앞에서 그들은 수천수백에 이르는 '코그휠' 대군과 대치했다.
새빨간 로봇 소녀는 '코그휠'의 맨 앞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나나미를 응시했다.
소녀의 눈빛에는 열광적인 사랑과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해서 피어올랐는데, 길 한가운데서 버려진 채, 풍선을 끌고 다니는 아이 같았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나나미가 받지 못한 보석을 들고 있었다.
나나미의 시선이 더 이상 그 보석에 머물지 않자, 그녀는 선현에게 이 공물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그녀는 보석을 계단에 내던졌고, 굴러 떨어진 보석은 먼지투성이의 로봇 잔해 속으로 떨어졌다.
맑게 댕그랑하는 소리가 넓은 로비에서 울려 퍼지는 유일한 소리였고, 나나미의 마음을 두드렸다.
……
선현님... 선현님...
소녀는 모든 것을 내던진 듯한 자세로 나나미 앞으로 달려가, 나나미의 손을 들어 올렸다.
선현님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거예요? 저희가 어디를 불편하게 했나요? '사랑'을 뜻하는 선물이 선현님의 계시에 걸맞을 만큼 귀하지 않나요?
그래서... 그래서 저희를 떠나시려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요?
만약...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희가 시정해서 다시 준비해 드릴게요. 보세요. 저희의 효율이 높아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지구 전체가 이미 저희 것이에요!
선현님의 길에 더 이상 어떤 방해도 없을 거예요. 저희를 인도해 주세요... 계시를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선현님뿐이에요...
새빨간 소녀는 그녀의 애원을 되풀이했다. 나나미는 소녀에게 꽉 쥐어진 손을 빼지 않고 담담하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나미의 친구들이...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로의 동작이 뚝 그치자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고, 뒤에서 묵묵히 무릎을 꿇고 있는 '코그휠'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저는 어떤 모습이어야 했나요?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선현님의 '친구'라고요!
저는 선현님이 없는 세상을 연산할 수 없어요. 선현님이 안 계신다면, 저는... 저는...
그녀는 입을 뻐끔 뻐금거리고, 동공은 떨렸지만 지금 가슴이 끓고 있다는 느낌을 형용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그건 프로그램 오류일까? 아니면 진실한 사랑일까?
그녀가 잡은 나나미의 손은 점차 조여지며, 강철이 파열되는 소리가 그녀의 손에서 들려왔다.
제로, 나를 가게 해줘.
나나미의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지만, 나나미의 대각선 뒤편에 서 있던 하카마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광기의 로봇 소녀에게 낫을 겨누었다.
놓으세요.
제로는 기괴한 각도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시선이 잠시 흔들린 뒤, 하카마의 몸에 떨어지더니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이제 알았어요... 명령을 듣지 않는 당신들이 선현님의 마음을 속인 거예요.
당신들 선현님의 영광을 독차지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선현님을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하려는 건가요?
오직 저만 알고 있겠죠...
마지막 두 가시를 잘라내야... 진정한 선현의 귀환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코그휠'은 제로의 명령과 함께 전투 준비 상태에 들어갔고, 운명의 바퀴는 로봇의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
삐, 삐삐! 배신자, 처단한다!
파워!
소녀의 분노에 공기가 떨렸고, 거대한 로봇이 하늘에서 내려와 '코그휠' 앞에 떨어졌다. 전기톱의 톱날은 윙윙거리며 빠르게 회전하며 반짝거리는 불꽃을 튀겼다.
나나미의 두 눈에는 눈부신 분노가 번쩍였고, 그녀는 몸을 돌려 거대한 로봇에 올라타 운명의 바퀴를 향해 질주했다.
설령, 바꿀 수 없는 미래라고 해도, 나는...
누구도 내 친구를 다치게 놔두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