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아. 내가 너희들을 풀어줄 거야!
나나미는 한 인간의 침대 앞으로 달려가 그의 몸에 있는 구속 벨트를 풀었다. 그녀는 인간의 몸에 연결된 거미줄 같은 카테터를 뽑아내려고 했지만, 손쓸 방법이 없었다.
안돼...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인간이 어렵게 입을 벌려 한 음절씩 내뱉으면서, 여윈 손가락을 나나미의 팔 오금에 올렸다.
나나미는 그의 말을 정확하게 듣기 위해 그의 얼굴에 귀를 갖다 댔다.
나를... 보내줘...
……
나나미님, 보십시오...
하카마는 침대 시트를 들어 그 사람의 다리가 드러나게 했다.
그건 '다리'라고 할 수 없었다. 고목 막대 한 쌍이 쭈글쭈글한 회색 종이에 아무렇게나 덮여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모든 다리가 이럴 것이었다. 구속 벨트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탈출해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제발... 부탁이야. 나... 나를 죽게 해줘.
인간의 시선은 그녀를 불태울 것 같았다. 나나미는 그런 시선으로부터 반 발짝 뒤로 물러선 뒤, 머뭇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나미는 너를 구할 거야... 너를 구하고 싶어...
제발... 제발...
인간의 움푹 들어간 눈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무감각과 고통의 왕복에서 깨어나 해탈에 대한 갈망이 모든 것을 차지했다. 그가 유일한 부목을 잡고 기어오르자, 부서진 바람 소리가 울음소리와 함께 그의 가슴에서 새어 나왔다.
말없이 뒤에 서 있던 로봇 수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선현님, 이것은 그의 부탁입니다.
나나미는 고개를 숙인 채 팔 오금에 있는 차가운 손을 꼭 쥐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수인이 앞으로 나서자, 병상 앞에 높고 깊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대 신화에서 죽음과 매장을 관리하는 야수 같았다.
잠깐!
나나미는 스프너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지?
...맥... 맥스...
그래... 맥스, 나나미는 잊지 않을 거야.
나나미는 팔을 들어 얼굴을 힘껏 닦고, 자신의 새 친구를 향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로봇 수인이 손을 들자 검게 그을린 날카로운 발톱이 차가운 등불 아래 서늘한 빛을 번쩍였다.
뒤이어 딩동거리는 경쾌한 음악이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왔고, 오랜만에 재생된 오디오는 순간적인 음 이탈과 잡음이 있었지만, 곧이어 점차 또렷하게 들려왔다.
스프너 가슴 앞의 작은 투영에서 희미한 빛이 나타났다. 군중의 웃음과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는데, 아득하고 행복한 꿈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따뜻함'으로 모든 걸 형용할 수 있는 색채였다. 오색찬란한 만화경, 미래로 향하는 배와 같았다.
스프너는 인간의 차가운 손바닥에 볼을 대고 살며시 문지르며 목구멍에서 작은 쿨쿨 소리를 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던 인간의 팔이 서서히 이완되는 것을 느꼈고, 인간의 생각이 더러운 침대와 끝없는 고통 속에서 빠르게 날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인간 대신 생명 유지기의 깜빡이는 스위치를 껐다.
...그를 보내줬습니다.
이어 나나미는 스프너를 따라 낙원 퍼레이드의 피리 음악 속에서 다음 병상으로 향했다.
이름이 뭐야?
...응, 나나미가 기억할게...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이름을 기억하고 친구로 여겼던 인간들을 스프너가 직접 보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몇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인간은 스프너가 상대방의 가슴에 손을 얹고 여행을 떠나는 축복의 말을 전해, 그들이 꿈속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나게 해주었다.
'항해'의 대열이 끝에 다다랐다.
나나미는 마지막으로 방구석에 서서 마지막 심장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들었고, 모든 것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너희들...
나나미는 바닥에 쭈그린 채 쓰러진 의료 로봇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눈을 감고 그 로봇들의 '감정'을 느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나미의 눈에는 슬픔만이 아니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분노도 있었다.
하카마, 스프너.
...'포트'를 향해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