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8 샛별의 인사 / Story
높은 탑 밖의 광장에는 수천수백 개에 달하는 소형 정비 로봇이 얼음과 눈을 치우며 지면을 보강하고 있었다.
그들의 동작은 빠르고 질서정연했고, 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완벽한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 건물은 지하의 중심 지역에서 지상으로 직접 통했다. 그건 어렴풋이 원래 모습인... 지하에 매몰된 우주선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었다.
함선은 나무의 뿌리 같았고, 금속으로 만든 높은 탑은 그 위에서 성장하여 하늘을 뚫으려고 했다.
로봇의 강대한 계획과 노동 능력은 황야에 갑자기 기이한 장관을 나타나게 했다.
로봇은 햇빛이 필요하지 않아서 건물의 창문이 생략됐다. 내부 전기회로의 배선은 더 원활하고 공간 분리는 더 정돈되어 있지만, 어둡고 차가웠다.
건물의 가장 중심 홀이 유일하게 빛나는 곳이었다.
천정 중앙에 매달려 있는 라이트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톱니바퀴 모양의 천장이었다.
희미한 형광색이 약간 섞인 유일한 빛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정오의 햇살 같았고, 나나미도 멈춰 서서 그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선현님... 돌아오셨습니까.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나나미의 주의를 끌었다.
뒤에 나타난 수인 로봇은 나나미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늑대 외관의 머리에 간결하게 색칠되어 있었고, 두 손은 부식되어 불에 지진 것처럼 검게 그을린 흔적이 가득했다.
스프너?... 함부로 자리를 이탈하지 마십시오. '코그휠'에게 정비 로봇 태업이 발견되면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코그휠'은 또 뭐야?
이곳에 도착하는 동안 하카마와 나나미는 아는 정보를 간략히 교환했지만, 기계 교회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하지 못했다.
...선현님 왜 그러십니까?
그 일이 발생한 겁니까...?
하카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현의 방황".
나나미님, 스프너는 믿을만한 동료입니다.
전에는 나를 강림이라고 부르더니, 지금은 방황이야?
나나미의 혼잣말은 수인 로봇에게 들리지 않았다. 수인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나미의 의문에 따라 대답했다.
'코그휠'은 교회의 군대입니다. 말 그대로 전쟁도, 이 물건도 전부 '코그휠'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수인 로봇이 손가락을 들어 화려하고 웅장한 천장을 가리켰다.
부호 사용, 장관 건설, 군대 규합, 질서 수호... 전부 졸렬한 모방일 뿐입니다.
...이곳은 원래 유토피아가 됐어야 했는데.
고개를 저은 스프너는 무언가를 작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천장의 작업 현장으로 향했다.
스프너님, 물건 도착했는데 확인하고 돌아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병사 모습의 로봇들이 입구에서 나타나 여러 대의 군수품을 호송했다. 선두의 로봇은 화려하게 색칠되어 있었고, 가슴 앞에 하트 모양의 도안은 밝은 빨간색으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 내가 잘못 본 게 아니겠지. 선현님이시잖아!
빨간 로봇이 달려와 나나미를 껴안는 자세를 취했다.
너도 나나미의 친구야?
치... 친구요? 선현님께서 그 단어를 자주 말씀하시니 저도 그게 뭔지 공부를 좀 해야겠네요...
아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포옹이 아닐까요? 선현님, 제가 전체 '코그휠'을 대표해서 사랑합니다!
낯선 로봇의 뜨거운 포옹을 의사와 상관없이 받게 된 나나미는 몸부림치며 머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각선 뒤편에 서 있던 하카마가 말없이 손을 내밀어 나나미의 손등을 감싸주었다. 그 동작 하나만으로도 많은 말을 아낄 수 있었다.
제로... 당신의 일은 다 끝났습니까?
아아, 선현님을 만져보니 정말 부드럽네요...
야, 너, 적당히 하지?!
상대방의 희롱을 견디지 못한 나나미는 상대방의 손을 툭 쳤다.
선현님이 오늘따라 기운이 넘치시네요... 다행이네요. 선현님이 계속 우울해하는 걸 보면 제 마음이 아프거든요...
제로라는 눈앞의 로봇은 하카마가 말한 교회의 분열을 초래한 장본인이었다. 그녀는 나나미에게 제지된 두 손이 아쉬운 듯 보였고, 말투는 과장되면서도 진솔했다.
맞다. 선현님, 이 '친구'는 오늘도 있어요.
제로는 손을 뻗어 소대의 다른 로봇을 끌어당기며 '친구'라는 단어를 배운 대로 사용했다.
삐... 친구, 친구!
이 천장이 마음에 드시나요? 성당도 마음에 드시고요? 이것들은 전부 '코그휠'이 선현님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모두 '사랑'이 가득하답니다.
그런데 좀 아쉽네요. 보시기 전에 완성하지 못해서 말이죠. '서프라이즈'를 하지 못했어요. 스프너, 이건 당신 잘못 같네요?
흥...
인류 북쪽의 호프하임 요새는 깨끗이 처리했어요. 이 재료들을 먼저 쓰고, 계산을 통해 마지막 남은 그 레프트하임까지 더하면 충분할 겁니다~
연인은 입구 옆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저건...
생물의 뼈입니다. 천장의 녹색 인광은 여기에서 추출된 겁니다.
네, 맞아요. 보통 사냥하고 나면 포획물의 유물을 표본으로 만들어 장식하지 않나요? 폐물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저열한 종의 마지막이자, 가장 의미 있는 공헌이죠.
'예쁘게'... 가공한 뒤에 선물로 다른 이에게 준다고...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말이지, 맞아?
나나미는 그 순간 '저열한 모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코그휠'이 생각하는 경모와 사랑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그들이 '마음'과 힘으로 선현님에게 바친 아름다운 모습은 나나미에게 강한 불쾌감만 안겨주었다.
으... 역시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걸 보니, 선현님은 선현님이네요. 앞으로 서프라이즈를 준비할 때 조심해야겠어요.
그럼 저는 레프트하임의 일 처리를 준비하러 가볼게요! '코그휠'이 너무 한가하면 '병'에 걸릴지도 모르거든요~
마지막 그 인간들이 선현님에게 '서프라이즈'를 선사했으면 좋겠어요.
제로는 나나미가 만진 자신의 손목을 집요하게 어루만졌다.
그러면 선현님도 제 사랑을 느끼실 수 있으시겠죠...
제로가 코그휠을 인솔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하카마는 나나미 쪽으로 돌아섰다.
……
나나미...?
넋이 나간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나미는 저런 녀석들이 싫어.
인간이 창조해서 태어났지만,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졸렬하게 흉내만 내고 있어... 게다가 이런 '사랑'을 나한테 강요하고 있고.
아니. 나에게 강요한 게 아니야. 또 다른, 그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기계 선현한테 그런 거야.
나나미는 신이 아니야... 처음부터 나나미가 하고 싶었던 일은 사랑하는 모든 이가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였는데.
로봇들이든, 인간들이든...
천장에서 새어 나온 빛이 나나미의 얼굴에 떨어졌다. 자신이 한 말과 달리 지금 이 순간 나나미는 세상에 강림한 신의 아이처럼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 그들을 휴전시킬 방법이 없을까?
'코그휠'의 군사 행동을 강제로 중단시키면, 일부 로봇 논리에 혼란을 일으켜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소멸도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나나미가 이곳에 온 목적은 하나뿐이야. 로봇의 분열로 인간의 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나나미는 이건 모두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 확신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나나미는 너희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래서 하카마랑... 큰 강아지가 나나미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진중한 말투로 일관하던 수인 로봇의 꼬리가 흔들렸다.
나나미님, 드디어 저를 그렇게 불러주셨군요. 아까부터 어색함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나나미가 손을 내밀자 수인은 자발적으로 몸을 구부려 나나미에게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 이런 행동을 이미 수천 번 했던 것 같았다.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나나미에게는 이건 너희들과의 첫 만남이지만, 나나미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
너희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나미 운명 속의 정해진 만남 같아!
좋아. 나나미는 지금 의욕이 넘쳐!
나나미는 꼭 알아야 할 일들이 더 있어... 전쟁은 대체 어떻게 일어난 거야?
로봇의 진화가 인간의 인식을 뛰어넘으면서, 인간과 로봇은 공존할 수 없다는 이론이 일찍이 황금시대의 인간 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간의 문명과 역사 속에서 정해진 '도덕적 준칙' 때문에, 인간은 기존의 태도와 신념까지도 배반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데 능했습니다.
그런 방식은 시간과 자원을 포함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서야, 암흑시대에서 황금시대로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로봇은 '0'과 '1'만 따릅니다. 없으면 없고, 있으면 있는 겁니다. 0으로 시작하여 1에서 끝납니다.
인간은 역사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변혁을 일으켜 잘못을 바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로봇은 마음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어...
인간에게 나쁜 부분도 있지만 좋은 부분도 있을 거야. 다들 인간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인간의 잘못을 배제하거나, 잘못을 계속 이어 나가는 거야...
맞습니다... 이 전쟁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닙니다.
모두가 하카마나 스프너와 같을 수만 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는 당신의 각성 수준을 기계 선현으로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녀가 기계 교회의 최고 통치자라면, 왜 그녀를 찾아가지 않은 거야?
...소용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저희의 어머니처럼 교회의 모든 로봇을 너그럽게 감싸주시고, 모두의 기도와 희망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안식처를 제공해주십니다. '어머니' 앞에서 모두는 아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적 없으셨고, 로봇 간의 파벌 분열도 막은 적이 없으십니다.
오히려 아르카나님이 게슈탈트의 연산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기계 교회의 미래가 보장될 수만 있다면, 파벌 분열 같은 일을 아르카나님에게 털어놓는다고 해도 위로와 권유만 받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이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
비극의 원인은 현재 각성 로봇의 미숙함 때문입니다...
정비 로봇은 예전에 종이 제작에 대한 연상 모형이 있었습니다. 만약 로봇에 명령 코드 '종이 제작'을 입력하면 '종이 제작 로봇'이 탄생했습니다. 종이 제작 로봇이 충분히 강력해지고 프로그램이 영구적으로 실행하게 되면...
연산에서 이 종이 제작 로봇에게 그를 만들어준 인간을 죽이고 종이로 만들게 합니다. 이어서 모든 초목을 베고, 다른 생물체를 멸종시킨 뒤, 모두 종이로 만들게 합니다.
결국, 그것은 종이로 된 땅, 종이로 된 별, 나아가 종이로 된 우주를 만들게 됩니다.
로봇은 그냥 그렇다는 것만 알면 되고, 왜 그런지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무의미한 생각을 되새길 필요 없이 그저 수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나나미님이 가져온 '계몽'... 인간 본성의 감정, 욕구, 애증, 좋고 싫음에서 비롯된 것들이 여기에서 로봇의 절대 이성과 절대 질서에 의해 무한대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시행착오'에 능한 인간 문명이 홍수 속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가치를 극대화할 수 없는 유일한 이단이었습니다.
그들은 로봇의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로봇의 힘은 인간의 힘보다 막을 수 없이 강력했습니다. 승리는 '코그휠'에게 있어서 일종의 '시시'하면서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봤을 때, 로봇은 분명 잔인하고 납득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각성의 광풍은 로봇 안에서 조용히 휘몰아쳤고, 두 문명은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나나미가 모두에게 자유를 가르쳐주지 못했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로봇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퍼니싱이 지구를 휩쓸고 있는 환경에서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았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등장이 가져온 충격도 받았습니다.
인간의 사회 시스템은 지금의 국면을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퍼니싱과 로봇 각성의 이중 홍수 속에서 인간은 약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용광로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각종 가연성 물질을 화염에 넣어 고온의 양분으로 사용했다. 이어 각종 금속, 아머 조각, 탄피 그리고 병사패가 뒤를 이었다.
인간의 모든 것이 로봇에 의해 조금씩 지워지고,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는 재료가 되고 있었다.
나나미는 알겠어.
하지만 인간이 없었다면, 나나미도 없었고 '계몽'도 없었을 거야.
모두가 맹목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뿐이라면,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방법이 없어...
나나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답을 보기 위해서야. 답을 이미 봤으니... 그러면 이제 그걸 고쳐야겠어.
나나미는 준비를 마쳤어... 지금 최우선 임무는 제로의 마지막 전쟁을 막는 거야!
나나미님, 당신은 제 대답을 알고 있으실 겁니다.
...다들 왜 저를 쳐다보시는 겁니까? 저도 당연히 참여할 겁니다.
고마워. 하지만... 이후에 성가신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야. 나나미는 더 이상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이것만으로 충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