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로봇은 이 지대에 익숙해 보였다. 구조체의 추적을 피한 뒤 그녀들은 산더미처럼 폐기 로봇이 쌓여 있는 교외 지역에 멈춰 섰다.
몇 가닥의 달빛이 나나미 발 옆에 비쳤고, 바람이 불면서 흙, 기계 오일, 피 냄새를 몰고 왔다.
나나미님...
달빛 아래, 그 로봇은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나나미는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또 다른 미래에서.
하카마...
영원한 겨울에서 나나미가 현재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준 그 로봇이었다.
현재 그녀는 인상 속에서 우아함과 체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허름한 망토가 찬바람에 펄럭였고, 기체에는 전투 중에 생긴 상처가 가득했으며, 기름때에 흠뻑 젖은 붕대가 노출된 부품에 엉켜 있었다.
당신은...
상대방의 말투는 무언가 생각이라도 난 듯 머뭇거렸다.
무슨 일입니까?
나나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하카마, 왜 전쟁이 일어났고, 왜 구조체가 나나미와 너를 공격하는 거야...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말을 들은 하카마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눈 안의 확고함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당신이 왜 기억을 갑자기 잃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머니'는 당신이 갑자기 길을 잃게 되면, 제가 안내자로서 함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제가 상황을 최대한 짧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은 기계 선현으로 기계 교회에 들어갔습니다. 당신의 계몽으로 기계 교회는 점차 커졌지만, 내부는 두 개의 파벌로 분열하게 됐습니다.
코드네임 '연인'인 제로가 수장으로 있는 또 다른 파벌은 전쟁에 그들의 뜻을 두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퍼니싱과 기계 교회 양측 사이에서 눈치만 볼 뿐, 도살당하기 직전이었습니다.
……
나나미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에 쌓인 부서진 금속 로봇이 바람에 부딪쳐, 쨍하며 울리는 소리를 냈다. 이곳은 전장의 일부였고, 눈으로 직접 본 것들은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그녀는 노력했지만, 이것이 바로 게슈탈트가 그녀에게 준 대답이었다.
'어머니'는 대체 어떤 사람이야?
'어머니'라 불리는 아르카나는 기계 교회의 최고 통치자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 기계 교회를 대신 관리했습니다.
알겠어...
아주 짧은 순간, 나나미는 마음속으로 이 끔찍한 미래를 반대했다.
그러나 지난번 연산처럼... 그것을 피하려면, 나나미는 모든 내막과 원인을 알아야 했다.
하카마, 나나미는 널 믿어.
선현님, 하카마는 항상 당신을 믿어왔습니다.
네 말대로라면... 나나미는 그런 전쟁을 막고 싶어. 이건 절대, 세상이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니야.
당신은 그동안 전쟁에 찬성하지 않으셨습니다. 결정이 어떻든 저는 최선을 다해 도와드릴 것입니다.
하카마는 또 다른 미래에서 했던 말을 꺼냈다.
당신의 동료는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겨내야 할 것은 인간의 적대감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전쟁을 막고 싶으시다면,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하카마가 팔을 내밀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회색의 높은 탑이 지평선 위에 솟아있었다.
그것은 황폐해진 땅 위에 유일하게 서 있는 거대한 존재처럼, 공포의 장엄함을 조용히 발상하고 있었다.
그건 기계 교회의 본부... '성지'입니다.
'성지'에는 당신을 따르고, 사랑하는 로봇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로봇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카마는 다시 후드를 덮었다. 얼굴을 그늘에 가린 상태에서 입안의 말은 어둠 속에서 나오는 속삭임 같았다.
나나미님,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당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알아야만...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알 수 있습니다.
...응!
단 한 가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얀 머리의 로봇이 나나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줄곧 당신의 동료이자 수행원이었고 전우였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