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8 샛별의 인사 / Story
나나미는 이런 전장을 본 적이 없었다.
달빛 아래 땅은 새까맣게 그을렸고, 공중은 포연으로 가득 찼다. 폐허에는 잔불이 천천히 타오르고 있었다.
인간, 구조체, 로봇의 유해는 계속 필사적으로 전투하는 자세를 유지했고, 일부 부서진 로봇은 왜곡된 목소리로 '로봇 자유 의지'라는 문구를 띄엄띄엄 읽었다.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어떠한 생체 반응도 없었다.
이곳은... 어디지...
이곳은 나나미가 상상했던 답을 줄 수 있는 미래가 아니었다.
나나미는 폐허 사이를 빠르게 누비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스캔했다. 그녀는 희미한 신호를 쫓아가며 발신원을 찾으면서 이 구역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냈다.
이 구역에 우뚝 솟은 건물들은 비틀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잘 정돈된 거대한 금속 조합은 이상하면서도 차갑게 구성되어 있어서, 인간의 거주 기운을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데이터 분석 과정 중 그녀는 이 낯선 전장에서 전선이 계속 후퇴하고 축소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교전의 규모도 갈수록 작아지는 것 같았다.
정보 암호 해독... 레프트하임 요새?
경고. 미확인 로봇 침입, 반격한다!
나나미가 합친 정보를 통해 인간의 소식을 해독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몇 발의 총알이 날아와 나나미의 가슴에 명중했다.
나나미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완전무장한 구조체가 높은 층에 엎드려 있었다. 나나미는 그들의 함성을 듣고 기뻐할 틈도 없이, 쏟아진 총알비가 그녀를 파워에서 떨어뜨렸다.
왜...
나나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에 있는 탄흔을 바라봤다. 인간의 총알은 그녀의 기체에 큰 손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따끔한 아픔의 감촉과 눈앞의 광경에 대한 인식의 편차 때문에 나나미는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했다.
당신이 미래에서 받은 상처들은 당신의 프로그램 사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더 많은 총알이 빗발치듯 떨어졌고, 나나미는 그 충격으로 뒤로 물러난 뒤, 팔을 들어 그 구조체들의 폭발물을 막았다.
...도대체... 왜...
나나미의 의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녀의 목소리는 포화 속에 파묻혔다.
서두른다! 적군 로봇이 운송 장비를 벗어났다. 반격할 의향이 없으니 모든 화력으로 섬멸한다!
다들 나나미를... 피하고 있어... 왜...
너무 아파...
아... 머리가 너무 아파...
다들 날... 피하고 있어...
추억과 현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바뀌며, 나나미에게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발밑의 땅이 흔들리고 무너지면서 깊은 구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건 대형 로봇을 겨냥한 전용 함정이었고, 파워가 한쪽 발을 디딜 때, 실수로 함정을 밟아 무게 중심이 치우쳐졌다. 결국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런... 아니, 이번에 나나미는 예전 같지 않을 거야...
나나미는 이를 악물고 무너지는 땅 위를 전진했고, 상대방에게 손을 흔들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조심하세요!
아무런 예고 없이 두 손이 그녀를 거기서 끌어냈다.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사람이 겹친 참호를 가볍게 넘어 촘촘한 총알 세례를 날쌔게 피했다. 그리고 나나미를 구부러진 로봇 등 뒤로 끌어당기자, 또 하나의 미사일이 로봇의 방어 아머를 스치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따뜻했다. 펼쳐진 망토가 요새에서 쏘아 올린 눈부신 탐조등을 막았고, 얼굴은 후드의 그늘에 가려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누구야?
그 부분은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대략 10초 후면 인간 부대는 기준량의 탄약을 전부 소모할 것입니다. 보충 시간이 30초 정도 되니, 그 기회를 틈타 즉시 떠나십시오.
로봇은 권고를 반복하며, 나나미를 안아 파워의 조종석으로 밀어 올렸다. 그 후 함정에서 뛰어내린 뒤 파워의 발을 받쳐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했다.
8, 이 로봇은 충분한 속도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사용해 주십시오.
어...? 자, 잠깐! 나나미는 가지 않을 거야! 나나미는 그들이 왜 나나미를 때렸는지 물어볼 거야! 나나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얻어맞을 수 없어! 어쩌면 파워가 공격할 거라고 그들이 오해했을지도 몰라...
5, 그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당신이 이 무기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로봇의 신분 때문입니다.
화력 제압이 점차 사그라들자, 손에 검을 든 그림자가 벙커에서 튀어나왔다. 근접전을 맡은 구조체들이었다. 빗발치는 총알 세례에도 '적'은 흔들리지 않았고, 배수일전의 병사들 살의는 빠르게 최고점까지 치솟았다.
제때 철수하지 않으면, 더 많은 희생만 뒤따를 뿐입니다.
마지막 3초, 2...
소녀는 과감하게 파워를 조종해 함정을 빠져나갔다.
길을 안내해 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