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항로 연합. 마틴 등 생체공학 로봇들과 함께 엠베리아 폭주 사건을 해결한 나나미는 로봇들을 이끌고 새로운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피리부는 나나미의 전기톱 소리를 따라와. 내가 다른 살만한 곳으로 데려다줄게!
게슈탈트가 연산한 영원한 겨울의 종말을 겪은 뒤로, 나나미는 그 이후의 여행에서도 의식적으로 로봇 각성을 인도했다.
그리고 나나미는 이번 북극 항로 연합을 찾았을 때, 이곳에서도 로봇 각성의 씨앗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나미는 게슈탈트가 말한 '선현'처럼 모두를 이끌며 그들과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나미도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
문득 어떤 일이 생각난 소녀는 마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곰돌아, 나나미가 갑자기 꼭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는 게 생각나서 말인데... 모두를 데리고 먼저 가고 있어. 나나미가 금방 따라갈게!
방금까지 우리를 데리고 가겠다고 해놓고 벌써 혼자 떠나려는 거야?
나나미는 머쓱해서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였다.
헤헤... 중요한 일이잖아! 나나미는 너희를 두고 가지 않을 거야!
소녀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근처에 고출력 안테나 있지? 그거면 될 거 같은데... 나나미가 잠깐 빌리고 싶어~
아, 저 바위를 말하는 거야...?
곰 인간은 손가락을 들어 멀리 땅바닥으로부터 우뚝 솟아있는 돌기둥을 가리켰다.
응, 맞아.
저걸로 뭘 하려고?
나나미가 찾고 싶은... 친구가 있어. 나나미는 그녀에게 물어 보고 싶은 게 있거든.
그럼 우리가 데려다줄게.
다른 주민들이 공포에 떨게 해선 안 돼. 이건 나나미 혼자만의 비밀 탐험이야.
그렇게 비밀스러운 일이야? 그럼... 행운을 빌어줄 수 밖에 없겠네.
좋아!
나나미는 아쉬워하면서 로봇들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고, 눈밭에서 금세 사라졌다.
후우... 하아.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경비가 삼엄한 북극 항로 연합의 실험형 고출력 안테나 기지를 침입한 소녀는 가슴을 두드리며 텅 빈 지하실로 혼자 걸었다.
음... 여기겠지?
이곳저곳을 뒤지던 나나미는 구석에 있는 제어 스크린에서 복잡하게 엉킨 케이블을 찾아냈다.
바로 이거야...!
그중 굵은 케이블 하나를 뒷목에 연결하자, 잠시 후 나나미의 기체가 휴면 상태에 진입했다.
오셨습니까?
익숙한 가상 데이터 공간, 지난번에 나나미는 이곳에서 영원한 겨울의 종말 연산을 경험했었다.
로봇 할머니...
나나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나미는 로봇 할머니가 말한 대로 각성한 모두를 이끌었어. 나나미는 다시 한번 미래 연산을 진행하고 싶어.
로봇 할머니는 각종 이유로 나를 막으려고 하겠지만, 나나미는 이번에 정말 마음먹었어! 나나미가 미래의 모습이 어떤지 직접 확인하고, 내 노력이 유용한지 알고 싶어.
막아도 소용이 없어 보이는군요.
하지만 나나미 개체, 저는 미래 연산이 당신에게 미칠 수 있는 회복 불가능한 손상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연산을 할 때마다, 동원할 수 있는 전 세계 모든 게슈탈트의 로봇에 수집, 저장된 데이터를 동원해야 하며, 계산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실시간 연산의 방식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산이 너무나도 크기때문에 저조차도 마음대로 멈출 수 없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연산된 데이터 공간에서 저와 연결할 수 있는 설비를 찾아야 합니다.
당신이 미래에서 받은 상처들은 당신의 프로그램 사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연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필요 없는 데이터가 제때 방출되지 못할 것이고, 감당해야 할 연산 부담은 커질 것입니다.
하여 "그 미래"가 더욱 복잡해진다면...
그래, 그래, 알았어!
아무튼 나나미는 어떤 준비든 다 되었으니 언제든지 시작해도 좋아!
당신이 이렇게까지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나나미 개체, 2차 연산 프로그램에 진입하시겠습니까?
그래.
2차 세계 재구성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실행... 5%... 18%... 26%...
게슈탈트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 환경이 쾌속 버튼을 누른 영화 스크린처럼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다.
...로딩 완료.
여성의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새롭고 낯선 세상이 나나미에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