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8 샛별의 인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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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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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요한 겨울 속에서, 땅에는 풀 하나 자라지 않게 됐고, 하늘에는 바람이 휘몰아치며, 지구는 눈으로 뒤덮인 바다가 되었다.

눈밭을 나아가던 나나미는 눈이 그녀의 종아리까지 차오르자 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하얀 눈 아래 무너진 건물들이 거대한 묘비처럼 보였다.

지구는 얼음으로 덮인 무덤이 되었고, 모든 생명이 존재했던 흔적은 묘비 위의 묘지명이 되었다. 하얀 눈을 털어내면 그 속에서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로봇 할머니... 로봇 할머니! 어디 있는 거야!

소녀의 외침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어떤 흔적도 놓칠까 두려웠던 그녀는 눈보라와 부서진 도시의 시체 사이를 혼자 헤쳐 나갔고, 추위 때문에 점차 감각을 잃어가는 두 발은 깊은 눈 속의 장애물에 의지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 사흘... 아니면 일주일이 되었을까?

목적지를 알지 못하는 그녀는 얼마나 걸었는지 알지 못했고, 가는 곳마다 차가운 눈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그녀는 멈춰섰다.

먼 도시와 황야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대자연은 도시와 도시 사이를 구분했던 경계를 점차 지워냈고, 이어진 산맥은 고층 건물의 사이를 난폭하게 지나갔다.

나나미는 그 도시의 끝... 산봉우리에서 나지막이 전해오는 굉음을 들었다. 눈이 파도처럼 먼 곳에서 몰려오자, 굉음은 더욱 가까워졌다.

나나미는 처음에 아무것도 못 봤지만, 잠시 집중해서 관찰하니 저 멀리 눈 덮인 능선에서 일렬의 검붉은색 가는 선이 보였다.

그 붉은색의 가는 선은 불가사의한 속도로 산비탈 길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나나미는 그제야 그것이 눈사태가 아니라 흩날리는 고운 눈이 눈사태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종말의 종소리처럼 들려왔다. 맨 앞에서 돌진하는 정체불명의 야수는 붉은 눈, 군침이 흐르는 턱 그리고 단검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황금시대의 영화에서 나오는 늑대 무리처럼 보였지만, 온몸이 붉은 특징은 그들의 특수성을 상징했다.

나나미는 지금껏 이러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세상에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하늘이 열리고 변이된 붉은 늑대들이 눈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져 나왔다.

눈보라는 고속 이동이 가능한 벽처럼, 나나미가 어디에 있든 꼼짝 못 하게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철저히 차단했다. 하지만, 울부짖는 늑대들의 소리는 가까이 있는 것 같기도,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나나미는 이 '이전'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돌아섰는데, 한 그림자가 황량한 설원 너머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나나미의 마음에서 기대감과 초조함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팔을 살짝 펴서 몸을 안정시킨 뒤, 손을 흔들어 거대한 로봇을 불렀다. 몸을 돌려 올라탄 나나미는 그 그림자가 이동하는 쪽으로 늪에 빠진 사람처럼 다가갔다.

그녀는 그 그림자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로봇은 촘촘한 숲 사이를 빠르게 갈 수 없었기 때문에, 파워에서 뛰어내린 나나미는 혼자서 뛰어갔다.

저, 저기...

그녀의 외침은 바람에 휩쓸려 멀리 날아갔고, 앞에 있는 그림자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지나간 길 위에는 붉은 야수의 시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시체는 일반적인 늑대의 크기가 아닌 털이 없어서 투명에 가까웠고, 단단한 붉은색 피부 아래에는 어렴풋이 뼈가 보였다. 그리고 눈밭에는 시체의 검붉은 피 같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나미는 그 기괴한 생물들과 눈이 내리는 숲을 넘고, 또 다른 설원에 발을 내디디려고 하는 상대방을 따라가서 팔을 잡았다.

갑작스럽게 당기는 힘에 상대방은 고개를 돌렸다.

나나미

후...

???

당신이군요.

나나미

나...? 나를 알아?

???

나나미님...

상대방은 호칭을 말하기 전에 고심했다는 듯, 입 안에서 몇 번 맴돌다가 어렵게 꺼냈다.

나나미

나나미의 이름을 알고 있다니...

???

오셨습니까... 답을 찾으러 오신 겁니까?

인간은 이미 멸종됐습니다. 기계 교회도 오랜 내분으로 무너져, 이제 지구에는 영원한 겨울만이 남았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원하는 답이 아닙니다.

제 이름은 하카마입니다.

하카마라는 여성 로봇은... 인간도 아니고 구조체도 아니었다. 나나미가 그녀를 만진 순간, 그녀는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나나미를 데리고 협곡을 누비며, 나나미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 퍼니싱 생물입니다.

퍼니싱이 생물로 진화했다...고?

너는 나나미를 알고 있어?

……

하카마는 잠시 멈춘 후 대답했다.

이건 우리의 첫 만남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당신에 관한 일은 신신당부했습니다.

나에 관한 일? '어머니'?

"선현은 미래의 어느 순간에 갑자기 찾아올 거야."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최대한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또 돌아갈 길을 찾아드릴 겁니다.

나나미는 궁금하게 엄청 많아. 인간은 정말 멸종했어? 어쩌다 지금처럼 이렇게 변한 거야? 왜 퍼니싱이 생물로 진화한 거야?... '극한'이랑 '소진'은 또 뭐야?

당신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 인간 정부는 퍼니싱을 흡수할 수 있는 특화 기체 '백야'를 개발했습니다.

그 기체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인간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일련의 연구 개발 실험을 시작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면서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후 발생한 대격변을 인간은 '소진'이라고 불렀고, 그것이 가져온 영향을 '극한'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이후 지구상에는 겨울만 남게 됐습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인간은 더 이상 이 행성에서 생존할 수 없게 됐고, 에너지 문제는 그들이 무사히 지구를 떠나는 데 발목을 잡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멸종은 필연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어머니'의 예언에서 기계 교회를 이끌어 답을 찾아내는 그 선현님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나미는 기계 교회 같은 건 몰라. 그리고 나나미는 선현이 되려고 한 적도 없어. 분명히 너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걸 거야.

...당신을 찾지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선현님.

나를 찾아?

여성은 고개를 숙였고, 중얼거리는 말투는 경건함에 가까웠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저는 당신을 찾았습니다.

기계 교회는 이제 존재하지 않지만... 저는 당신의 요구를 들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카마... 그럼 부탁 하나 할게. 충분히 연산할 수 있는 시설을 알아? 나나미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해서 말이야.

충분히 연산할 수 있는 시설 말입니까...

근처에 인간이 남긴 항공 연구 실험실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곳이 당신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