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했어……! 마지막 목표도 제거했어!!
일어나세요. 리브 언니!!!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한 거예요!!
……그냥 자게 두세요…… 이 일이 해결되면 더는 싸울 필요 없을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할 수 있어요?!
잔인? 대체 누가 잔인한데요?? 이 세상은 이미 그녀에게 미련을 둘 사람도 일도 없어요. 안 그래요?!
언제까지 그녀에게 의식의 바다 극통과 죽음의 환각을 참으라고 할 거야?
리더……
……어쩌면 우리는 구조체로서 죽음이 찾아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군중들의 울음소리가 곁에서 점차 사라지고 리브는 ‘과거’의 방향을 따라 하얀 안갯속을 계속 나아갔다.
길의 끝, 세상은 꽃바다가 되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가슴을 살짝 건드렸고, 궤양의 상처는 장미 한 송이가 되어 바람 속에서 흩어졌다.
리브……!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리브는 뒤를 돌아보았다.
상대의 기체는 많이 부서진 상태였지만, 그녀는 루시아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떻게 너까지……
그녀는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는 청년을 끌어당겼다.
어, 리?
기억 속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지금의 그는 마치 공간의 구멍같이 검은 윤곽처럼 보였다.
이것도 그가 어떤 미지에 빠져 리브의 인식 밖 상태가 되었기 때문일까?
당신이 어떻게……
……새로운 특화 기체 때문인가요?
리는 대답이 없었다.
가자. 이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지휘관님이 기다리고 계셔.
……지휘관님?
봐, 저쪽이야.
루시아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한 인간이 꽃의 정중앙에 앉아 리브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지휘관님……!
[player name]은(는) 기억보다 늙게 변해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
익숙한 목소리에 허술했던 자기 방어가 그 순간 마침내 무너졌다.
지금 대체 어느 공간에 있는 걸까?
모두가 죽은 뒤의 의식과 데이터인가? 아니면 잠깐의 환상인가?
그녀가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곁에 있어 그 모든 건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 오래 기다리셨어요?
인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 웃음 속에서 리브는 몸에 남아 있던 아픔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누구도 우리 넷을 갈라놓을 수 없어.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가슴까지 관통됐잖아.
낯익은 교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리브를 바라보았다.
기억이…… 잘 안 나요.
분명 또 누구를 보호하려다 그런 거겠지.
매번 이런 식이야. 자신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그녀는 마치 진료하듯 리브의 어깨를 잡고 손가락으로 상처를 만졌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프게 해서…… 미안해…… 리브.
……그렇게 오랫동안이요?
맞아. 특화 기체의 후유증이 의식의 바다에 지속적인 극통을 일으킬 거야. 통증의 정도는 인간에게 말하면 통풍이나 골절과 같고, 그게 머리에 집중되는 거야.
게다가 그 남은 데이터들이 주는 죽음의 환각은…… 사는 게 고통 그 자체일 거야.
……죽음의 환각……?
난 처음에 이 녀석들에게 너를 놓아주고, 그렇게 괴롭지 않을 때 너를 조용히 떠나게 하자고 했지.
그랬더니 그들 전부가 뛰어오를 것 같았어.
우리는 결국 심층 마인드 연결을 강화해 겨우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인간의 수명은 한정돼 있어……
그녀는 [player name]을(를)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이 죽고 나면 극통과 그 죽음의 환각들이 너를 찾을 거야.
게다가…… 이 증상은 기체를 바꿔도 해결할 수 없어.
지금이라도 그들, 특히 지휘관 당신이 다시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
필요하다면 할게요.
흥, 어쨌든 당신은 지금 통증을 느낄 수 없어.
뭘 다시 경험해요?
리브……
익숙한 사람이 그녀 앞에서 손을 흔들자 마술처럼 월하미인 한 송이가 나타났다.
이제 이건 우리의 공통된 추억이야.
월하미인을 받자 모든 그리운 기억이 다시 솟구쳤다. ‘현재’에 선 리브는 모든 기억 속에서 미래에 일어날 일<//기억>들을 보았다.
……생각났어요.
추억뿐 아니라 익숙한 고통과 붉게 물든 환각도 덩달아 몸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월하미인이 종말의 그 순간까지 피어난 일을 떠올렸다.
……지휘관님이 저희를 찾아주셨어요.
수송기가 구름을 뚫고 들어간 그 순간, 인간형 생물체도 교회를 찾았다.
동료와 지휘관이 중상을 입은 대가로…… 그녀는 그 전투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단지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어렴풋이 교수와 지휘관의 논쟁을 들었다.
그녀가 살아남았더라도 앞으로 의식의 바다 극통과 죽음의 환각이 평생 그녀를 따라다닐 거야.
적어도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선택하는 걸 들어봐야죠……!
당신이 몇 마디 간청하면 리브는 어떤 고생도 스스로 삼킬 거야. 당신이 리브의 성격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당신이 여기서 큰소리치게 놔두는 것보다 지금 내가 당신에게 의식의 바다 극통이 어떤지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해서 당신의 결정을 바꿀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지금 그렇게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몸으로?
알겠습니다.
…… 알겠어!
그 이후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리브는 길고 아름다운 꿈을 꾼 것처럼, 꿈속에서 자신을 되찾고 자신만의 꿈을 되찾았다.
하지만 꿈에는 깨어나는 순간이 있다. 약속한 듯 찾아온 극심한 고통에 깨어난 후 리브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짐.
식암 기체로 바꿔도 의식의 바다 극통과 죽음의 환각 그리고 잔영은 여전히 리브를 방해해 전투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심층 마인드 연결의 기술이 완성되기 전, 후유증에 익숙해지기 위해 리브는 자발적으로 힘들고 긴 재활에 참여했다.
그녀와 동료는 재활이 필요한 지휘관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다른 훈련실에서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하루도 숨 돌릴 틈이 없네.
전투가 계속되면 퍼니싱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얻더라도 다른 문제가 있을 거야.
세월이 지나 어느새 훌쩍 자란 코제트는 리브에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후, 엄마의 결정을 이해하고 보조형 구조체가 되어 부상자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코제트나 그레이 레이븐 소대 모두 새로운 동료를 많이 만났고, 또 많은 사람을 잃었다.
함께 손을 잡고 가득 쌓인 문제를 해결했지만, 많은 문제를 발견했다.
그의 말대로 전투는 계속됐다.
우리는 게슈탈트가 연산한 그 성공률 0.031%에 그치는 기적을 찾지 못하고 새로운 재난에 직면했다.
세상은 늘 그래 왔고, 퍼니싱도 역사상 유일하게 재앙을 불러온 바이러스는 아니야.
우리가 한 가지 문제를 이겨내면, 그 후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거야. 우리가 퍼니싱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을 땐, 또 새로운 재난이 뒤따를 거야.
밤낮이 바뀌듯이, 영원한 낮도 영원한 밤도 없어.
하지만 우리는 변하지 않았어. 그런 항쟁들로 의미를 잃지 않을 거야. 잡을 수 있는 평화는 짧은 며칠부터, 한 계절로, 수년으로 이어질 거야. 모든 것이 나아가고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너희들이 곁에 있다는 거야. 이번 여정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
그렇게 지휘관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겨울 속에서 모두를 떠났다.
곧이어 루시아도 한 전투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 뒤는 리였다.
우리 몸의 상처는 참호를 만들어 빗발치는 총알 가운데 안전한 통로를 구축했다.
우리는 영혼의 연료로 생명의 횃불을 높이 들어 올렸다. 단지 넘을 수 없는 겨울을 녹이기 위해.
봄이 다시 찾아왔을 때, 리브는 마지막 눈 속에 쓰러졌다.
다른 사람 만나러 갈래?
좋아요.
가자. 그들은 꽃바다 저편에 있어.
모두가 나란히 서서 새로운 여정<//환상>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대체 무엇일까? 죽기 전의 환상? 의식 조각의 결합?
승격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환상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따뜻한 광경은 그 넘기 힘든 겨울과 동료들이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는 미래의 현실을 보여줬다.
[player name]이(가) 떠난 후 잔혹한 극통과 죽음의 환각은 리브의 남은 길을 가시덤불로 뒤덮었다.
그녀는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마지막 눈이 녹은 후에야 동료의 곁으로 돌아갔다.
…………
……이건 내가 바라던 과거가 아니야.
하지만 따뜻함을 느꼈어.
어렴풋이 그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렸다.
‘만약 네가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