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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3 여생의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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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지 15일째이자, 리브가 기체 적응을 진행한 지 1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신형 특화 기체의 적응 과정이 많은 체력과 고통을 수반하지 않았다면, 겉으로 보이는 공중 정원은 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리브를 따라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구조체들은 생명의 별로 옮겨져 치료를 받거나, 희생자 명단에 올랐다.

043호 보육 구역과 046호 보육 구역에 모여 있던 구조체는 대부분 살아남았지만, 아직 중상 상태인 인원들이 적지 않았다.

리브는 규정에 따라 새로운 기체 적응을 진행하는 것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생명의 별에서 머물며 다른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다.

그녀는 지상에서 가져온 습관처럼 간호를 하면서 그들의 일을 일기에 적었다.

기체가 손상을 입으면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단말기에서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리브는 종이와 펜을 선택했다.

——지상에서 데려온 코제트도 생명의 별에서 관찰 중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괜찮아 보였다.

세리카는 코제트를 청소년 지원 센터로 옮겨 입양인을 기다리거나, 어른이 될 때까지 머물 게 할 것이라고 리브에게 말했다.

——[player name]이(가) 풀리아 삼림 공원 유적에서 부상을 입은지 두 달이 지났다.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이 지휘관은 즉시 가장 완벽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가고…… 중상을 입은 시몬도 의식을 되찾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player name]을(를) 찾았지만,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생명의 별에 남은 의료진은——만약 [player name]이(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3개월 이상 의식을 잃으면 인간의 몸은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남는다.

3개월이 지난 뒤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수석 지휘관이었던 인간은 구조체로 개조되는 것이 최고의 결말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기적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의회에서 예정된 ‘변경’ 가능한 프로젝트가 그 영웅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깊은 밤, 대부분의 부상자와 낮에 간호하던 의료진이 잠에 빠졌을 때, 생명의 별에서 리브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다.

지상에서 정기적으로 임무 보고 영상을 보낼 때만이 그녀의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고, 평안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았다.

그녀는 모래시계에 갇힌 작은 새처럼 미끄러져 내려오는 자갈에 파묻힐 줄 알면서도 희망을 찾고 있었다.

이날 정오, 리브는 바쁜 생명의 별에서 잠시 벗어나 과학 이사회로 향했다.

그녀는 오늘의 기체 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생명의 별로 돌아가 계속해서 일을 도울려고 했다.

한 사람이 늘면 모두가 숨 돌릴 틈도 생기고 더 많은 부상을 치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시모프의 연구실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있었다.

……자세한 상황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신청한 특수 장치도 승인을 받아서 내일 여기로 보내질 겁니다.

…………

리브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비앙카는 리브를 바라보며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별을 고했다.

건강 잘 챙겨.

……

그녀가 아시모프의 실험실에서 떠나는 것을 보았을 때, 문 앞에서 또 다른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리브.

……어?

왜? 만나자마자 사지마비된 환자가 축구하고 있는 걸 본 듯한 표정을 짓고 그래?

죄송해요, 교수님…… 좀 뜻밖이라서요. 교수님이 생명의 별을 떠나 학술 연구에 전념하게 되시면서 더 이상의 강의나 구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맞아. 난 조금 일찍 은퇴해서 나에게 더 어울리는 일과 연구를 하고 싶었거든.

다만 지금 상황에서 나만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 밑의 상황은 아시모프한테서 들었어.

……

나도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을 검사해 봤는데, 두개골 외상이 그런 상태로 유지되면 돌아오는 게 쉽지 않을 거야.

너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이건 환자 자신의 선택이야. 지상의 상황은 나도 아는데 넌 최선을 다했어.

항상 제자를 위로하는 교수의 말에 리브는 미소에 괴로움이 약간 스며들었다.

들어보니 지금 굉장한 기체를 만들고 있다면서?

엄청 흥미롭던데, 나한테도 얘기해 줄 수 있나?

……이건 기밀 사항이야.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비밀 유지 계약도 서명했어. 자, 여기.

그녀는 단말기를 열어 자신이 방금 받은 허가를 보여줬다.

아니면 너를 직접 손으로 받은 의사를 못 믿는 건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쪽 격리실에서 그릇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한 여자아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허가는 단지 너의 참가에 동의할 뿐, 아직 가입 확인에 대한 회신이 없어.

나도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시모프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앞에 있는 스크린을 두드리며 자료를 꺼내 앞에 있는 여성들에게 보여줬다.

어…… 바로 이거야……

대행자 데이터를 결합한 기체……?

쿠로노의 인공 승격자는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아. 작전 능력은 뛰어나지만, 기체 자체에 승격자의 퍼니싱을 ‘흡수’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는 침식에 저항하지 못하고 실전에 들어가면 죽을 거야.

그게 바로 Ω무기에 필요한 특성이야. 그래야만 Ω무기로 퍼니싱을 흡수할 수 있어.

어디로 흡수되는 거지?

……지금 너무 많은 걸 설명할 순 없어. 다만…… Ω무기의 본질은 ‘통로’나 퍼니싱을 흡수하는 ‘웜홀’에 가까워.

이 기체는 퍼니싱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어. 그래서 이것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거야.

통제만 잘하면 침식체까지 회복시킬 수 있어.

네 말처럼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면, 너는 그런 표정을 짓지도 않을 거야.

……이런 특화 기체는 퍼니싱을 흡수하는 속도를 통제할 수 없어.

현재 지상의 농도로 봤을 때, Ω무기가 기체의 바이러스 흡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Ω무기에 흡수되는 바이러스는 어떻게 되지? 그렇게 리브가 침식되는 건가?

아시모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그냥 침식체만 하나 더 늘어날 뿐이잖아? 통제력을 잃으면 곧바로 승격자가 나올 수도 있어.

니콜라 총사령관도 리브가 승격자로 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정화 부대에 지원을 요청했어.

방금 비앙카가 상황을 확인했는데, 내일이면……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장치를 가지고 올거야.

정화 부대의 장치…… 의식의 바다 감시침?

그리고 전자 펄스 소진환.

…………

너한테 이걸 말했었나?

네, 기체 적응 시작 전에 아시모프와 니콜라 총사령관님이 알려줬어요.

이 두 가지 물건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아는 거야?

네, 하나는 기체와 의식의 바다를 감시하는 세부 활동이고, 하나는 의식의 바다 소진으로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요.

그걸 알고 동의서를 썼다고?

음, 네…… 저는 모두의 적이 되고 싶지 않아서요.

그 명랑한 교수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지만, 그녀는 그 방안을 질책하지 않았다.

만약 침식의 임계점을 넘기 전에 리브를 데려오면 어떻게 되지?

특화 기체의 도움을 받아도 Ω무기는 오래 유지되지 않아.

모든 것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고, 구체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테스트가 필요해.

그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적이 있지 않나? 스미스의 그 젊은이, 뭐라고 불렀었지…… 크롬?

그 해결 방식의 본질은 승격자의 데이터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지 않도록 그에게 구속 장치를 추가한 거야.

구속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2가지야.

퍼니싱 흡수 자체가 과부하를 초래하기 때문에, 그걸 제한하면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아.

음…… 역시 인명을 실험 재료로 삼는 놈들이 생각해 낼 만한 실험 방향이군.

하지만 그건 난로를 켜는 게 아니라, 차가움과 뜨거움, 제한과 무제한의 두 가지 선택만 있어. 다른 해결 방법이 더 있을 거야.

원래는 몇 가지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대행자 데이터를 사용해 만든 특화 기체의 본질은 승격자를 모방한 거야.

그런 기체와 마인드 표식 연결을 진행하면, 대부분의 지휘관 마인드 표식은 오염될 거야.

크롬과 이중합 모체의 전투 데이터를 입수한 뒤 난 영광 기체의 구속 장치를 2차적으로 강화했어.

이제는 그의 특화 기체를 호광만큼 안정화시킬 수 있어. 돌발 상황만 없다면, 두 기체의 의식의 바다 편차율은 고작 0.64%야.

하지만 의식의 바다 이탈이 발생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player name] 지휘관만이 그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어.

지금 [player name] 지휘관은 의식이 없는 상황으로 우리는 유일한 보증수표를 잃은 상태지.

쿠로노 쪽이 [player name]에 집착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인가?

구체적인 상황에 그리 많이 관심은 없지만, 보아하니 이게 그들의 목적 중 하나인 것 같네.

그들은 기체의 침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의식의 바다가 매우 안정된 구조체를 찾을 수 없어.

특화 기체를 감당할 수 있는 지휘관이 없으면, 기체를 만들어도 실전에 쓰지 못하고 사용자를 죽음에만 이르게 할 거야.

…………

……어떻게 교수가 쿠로노의 일에 알게 된 거지?

한 친절한 미소를 짓던 젊은이가 내가 [player name]와(과) 겨울 계획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고, 난 그에게 계속 말하라고 했어.

……?

그는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돼 하루빨리 기체가 완벽하게 개선되어, 사용자의 상태를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어.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지.

아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마음이 따뜻한 것 같아. 내가 대답도 하기 전 10분 동안 나를 칭찬하더라고. 그 과거의 연구들은 벌써 잊혀진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젊음을 유지하는지 물어봐. 그래서 그들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적당한 운동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라고 말하지만, 아무도 듣질 않더군.

…………

연구에 참여할 건가?

잠시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

왜 리브지?

제가 스스로 결정한 거예요.

하지만 난 네가 신청하기 전부터 그들이 이럴 의향이 있다고 들었어.

리브가 아니더라도 다른 구조체들은 이 결과를 피할 수 없었을 거야.

생사를 간파하는 의사와 이에 대해 논하려 하지마. 수가 같은 상황에서 난 무조건 내가 아끼는 존재에게만 신경 쓸 거야.

…………

첫 번째 요소는 의식의 바다의 안정성과 부하야.

특화 기체에 의식의 바다가 손상된 자들을 배제한——그들은 적어도 좀 더 안정적인 기체가 필요할 거야.

인지하고 있는 후보 3명 중에 리브는 2위였어.

어? 1위는 누구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리.

하지만 이 기체는 처음 시도하는 거라 불안정 요소가 매우 높아. 그런데도 누군가는 나서서 이 일을 줄곧 압박하고 있지.

누군가? 음, 대충 누군지 알겠네. 어쩌면 동일한 사람을 말할 수도 있겠어. 그런데 단지 그거 때문인가?

다음은 리브가 자발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 신청을 했기 때문이야.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아 더욱 편안한 자세로 바꾸었다.

좋아, 나도 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겠어.

대행자의 데이터는 가상 연결로만 적응을 진행한다 해도 의식의 바다의 각종 증상을 유발할 거야.

가장 뚜렷한 건 은근히 전해지는 고통이지?

……네.

어쨌든 넌 묻지 않으면 아프다고 하지 않을 거잖아.

기체가 내 전공은 아니지만, 의식의 바다 안정성에 관해서는 나도 도울 수 있어.

내가 네 지휘관의 주치의를 맡을 거야. 그가 깨어나면 적어도 의식의 바다 문제는 좀 나아지겠지.

……교수님, 고마워요.

됐어. 요구 사항이 있을 경우 지금 말해도 좋아.

그녀가 아시모프의 스크린 앞을 몇 번 터치한 뒤 기체의 설계도를 확대해 리브에게 보여줬다.

…………

비록 기능 개선은 내가 하는 게 아니지만, 기체가 마음에 들수록 이후에 벌어지는 전투에서 네게 도움이 될 거야.

…………

리브는 설계도 위의 새하얀 기체를 보니, 예전에 손에 쥐었던 하얀 종이가 떠올랐다.

……날개.

[player name] 그리고 아직도 발버둥치고 있는 사람들.

만약 그때 식암 기체가 날 수 있었다면, 그녀는 수없이 많은 곳을 넘어 험난한 길을 뚫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구하려던 사람을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체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