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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네 번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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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음…… 그래도 부상자를 계속 치료해야 해)

——이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매일 새로운 부상자가 생기는데 물자는 부족하고…… 재난의 근원이 사라지면 문제도 따라서 해결되겠지?)

046호 보육 구역으로 돌아가던 중 리브는 앞서 테스트했던 Ω테스트형 무기가 생각났다.

테스트 당시 너무 다급해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만한 무기였다.

만약 전술 준비를 충분히 마친 후에 테스트를 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무기의 테스트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위험이 있었다.

그녀는 코제트를 안은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루시아, 전에 테스트했던 Ω테스트형 무기 기억하시나요?

응, 나도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그 무기는 확실히 퍼니싱을 흡수할 수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못 보던 일이야.

그거에 대해서……

리브가 자신의 생각을 루시아에게 말했다.

다시 가서 테스트 프로젝트에 참가 신청을 하자고?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괜찮은 생각 같아. 지난번에 우리가 너무 서두른 감이 있어. 잘 준비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퍼니싱이 정말 제거될 수 있다면 수많은 재난들도 쉽게 해결될 수 있겠지.

리가 테스트 데이터를 봤을 때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나. 리도 분명 다시 해보고 싶을 거야.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궁지를 돌파할 방법을 찾는 건데, 단지 대응이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제가 가서 신청해도 될까요?

네가 가려고?

루시아는 동료의 보기 드문 모습에 가볍게 웃을 뿐 전혀 의외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앉아만 있을 순 없나 보구나.

네…… 그냥 기다리면서 죽은 자들을 애도만 하고 있으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예전부터 느껴온 건데…… 리브, 넌 정말 강인한 것 같아. 마음을 닫는 사람들과 달리, 넌 단 한 번도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그것들을 전부 네 마음속으로 받아들였어.

그게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범위를 넘어섰더라도, 곧 다시 일어났어.

루시아……

가서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나랑 리는 너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야. 신청에 통과하면 우리 셋이 함께 다음 테스트 임무에 참가하자.

그 신형 무기가 지구 수복의 핵심이 될 거라 생각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면, 모두의 어려움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네!

046호 보육 구역에 도착한 리브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돌보았다.

무장 난민의 대장은 코제트가 어떻게 구조된 지 알고 난 후 성냥의 존재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마친 뒤 리브는 포대기에 싸인 코제트를 안고 [player name] 지휘관이 있는 격리실로 향했다.

그녀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간단하게 영양분을 먹였다. 그녀가 완전히 잠든 후에야 리브는 코제트를 지휘관의 침대 옆에 있는 임시 요람에 놓았다.

그녀는 일어서서 신속히 인간의 몸을 검사하고 통신 버튼을 눌렀다.

오랫동안 응답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곧 맞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브, 안녕하세요.

세리카, 저번에 테스트한 무기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혹시 이후에 테스트 프로젝트가 더 있나요?

……무엇 때문에 그러시죠?

테스트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 것을 신청하고 싶어서요.

…………

무슨 일이 있었나요? 표정을 보니…… 전보다 더 확고한 것 같네요.

별다른 일 없었어요. 그냥 제가 바꿀 수 있는 한 지금의 곤경을 최대한 바꿔보려고요.

…………

리브…… 만약에, 제 말은 만약이에요.

곤경을 바꿀 수 있는 임무가 하나 있지만, 가장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면 받아들일 건가요?

가장 무거운 대가요? 만약 그게 루시아, 리, 지휘관님의 신변안전을 가리키는 거라면 저는 당연히 불가능해요——

아, 아뇨. 이 대가는 리브의 안전에만 관련이 있어요.

제 안전이요……?

알겠습니다.

세리카는 계속 ‘만약’을 강조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농담처럼 보이지 않았다.

…………

이전부터 리브는 자신의 무력함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게 힘들고 후회해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전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심과 함께 그녀는 이 별에 퍼니싱이 도사리고 있는 한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퍼니싱이 사라질 수 있다면?

Ω무기는 그녀의 눈앞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건 모두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였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

——만약 대가가 그녀의 목숨이라면?

…………

리브는 잠시 침묵했지만, 결국 그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과’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든 바꿀 수만 있다면, 전 할게요.

정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네.

과거나 지금이나 무기력하게 바꿀 수 없는 죽음을 목격해 왔어요.

지상에 머물고 있는 집행 부대도, 인간들도 전부 이 재난 속에 갇혀 있어요.

이대로 가다간 누구도 재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그게 엘리트 소대라 할지라도요.

조만간 큰 재난이 다가오니, 제가 실제로 재난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게 시도라 할지라도요.

세리카…… 더는 다른 이들이 희생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

사실…… 이 일에 관해서 의장님께서 리브와 통신해야 할지 망설이고 계셨어요.

……지금 혼자 계세요?

이곳에는 지휘관님과 저 그리고 한 달이 아직 안 된 갓난아이가 한 명 있어요.

갓난아이요? 어…… 난민의 아이인가요? 엄마는…… 이제 안 계세요?

네.

…………

[player name]님은 아직도 혼수상태인가요?

네.

통신이 잠시 끊긴 후 세리카의 얼굴이 다시 단말기에 나타났다.

이제 리브를 의회 로비로 연결해 드릴 거예요. 조용한 환경과 원활한 신호를 유지해 주세요.

…… 알겠어요.

세리카의 심각한 표정을 눈치챈 리브는 고개를 돌려 코제트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세리카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카의 모습이 빠르게 짙은 파란색 빛의 장막 속에서 희미해졌다.

???

집행 부대 그레이 레이븐 소대 BPN-08 리브.

공중 정원 의회를 대표해 당신을 초대합니다.

차가운 기계의 여자 목소리가 끝없는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는데, 그건 어떤 사람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이 될 수는 있었다.

???

지금까지 인간은 퍼니싱의 전쟁에서 진정한 의미의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게슈탈트 연산에 따르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누구도 이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는 결과가 나왔다.

풀리아 삼림 공원 유적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과학 이사회는 Ω파일에 기록된 기술을 초기 단계의 수준으로 재현했다.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미지의 인간형 생물체의 접촉을 통해 Ω테스트형 무기의 테스트 데이터를 회수하고 분석했다.

퍼니싱을 흡수하는 효과가 증명되었고, 그 무기의 도움으로 침식된 기계와 구조체도 회복될 수 있었다.

침식체까지……

???

기술적 한계로 인해 현재 단계에서는 이 연구의 모든 구상을 실현할 수 없었다.

…………

???

BPN-08, Ω무기가 가능한 한 빨리 실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이 기술 보조에 대한 너의 참여가 필요하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

Ω무기의 매체가 되는 거다.

매체요?

???

최신 특화 기체로 퍼니싱을 ‘흡수’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너의 의식의 바다를 통해 바이러스를 Ω무기에 완전히 ‘흡수’되도록 하는 거다.

제 의식의 바다를 통해서요?

???

그래야만 Ω무기의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건 퍼니싱 흡수의 속도를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임무다. Ω무기가 흡수하는 속도를 초과하면 넌 완전히 침식될 거다.

침식 위험 외에도 의식의 바다 이탈, 오염 등의 증상으로 인해 기체가 재가동되지 않을 수 있고, 의식 회수를 사용할 수 없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지구를 되찾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금의 곤경을 전환시켜야 해.

BPN-08, 인간은 당신이 필요합니다.

……

정말 퍼니싱을 제거해 침식된 개체를 회복시킬 수 있나요?

???

인간이 이 영역을 탐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현재 단계에서는 여전히 미지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BPN-08, 우리는 개척자가 필요합니다.

……좋아요. 누군가는 첫발을 내디뎌야 하니까요.

???

BPN-08, 이 답변은 우리의 초대에 동의한 것이라 간주해도 되겠습니까?

네.

???

해당 임무는 도중에 나갈 수 없다는 점 확인해 주십시오.

확인했습니다.

???

임무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십시오.

테스트 종료 후 당신의 생존 확률은 7.23%입니다.

확인했습니다.

???

BPN-08, 공중 정원 의회와 전 인류를 대표해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숙연한 로비에 잠시 동안의 고요함이 흐른 뒤 늠름한 몸매의 중년 남자가 일어나 테이블 앞에 섰다.

리브.

[player name] 지휘관을 데리고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다.

이 대화가 끝나면 지상에 머물고 있는 모든 구조체에게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동의를 얻은 후에 네가 돌아오는 걸 그들이 호송한다.

047호 도시에 아직 파괴되지 않은 지하 거점이 남아 있는데, 그곳에 수송기와 비행선 한 대, 그리고 최후의 물자가 보관되어 있다. 그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그 개방 권한을 너에게 주겠다.

다음 일은 네가 안전히 돌아온 뒤에 다시 얘기한다.

잠깐만요, 부탁이 하나 더 있어요.

……제가……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게 해주세요.

리브와 공중 정원이 통신하고 있는 사이……

043호 도시에서 옮겨온 구조체가 Ω테스트형 무기 수송 임무에서 살아 돌아온 구조체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루시아와 리가 휴게실로 들어온 것을 본 한 구조체가 의자에서 튀어 올랐다.

와, 드디어 일을 다 마치신 거예요?

그 생존한 구조체 4명 중 루시아는 뜻밖에 이중합 모체를 처음 섬멸할 때의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수송기에서 기어 나올 때 루시아 리더님과 다른 그레이 레이븐 소대원들에게도 인사를 제대로 못 드렸네요.

그러니까, 반가워. 난 퍼시라고 해. 이전에 075호 도시에서 루시아, 크롬 리더를 만난 적 있어.

……루시아에게 너희 얘기를 들은 적 있어.

위치 추적기를 지휘관님에게 건넨 퍼시 리더 맞지?

맞아.

몸은 좀 어때?

나와 다른 인원은 경상만 입었어. 지금 선실에서 쉬고 있을 텐데, 가서 볼래?

아니,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너희는 왜 내려온 거야?

우리가 자청한 거야. 이번에 희생된 인원이 너무 많아.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전부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고, 나머지는 각자 걱정을 하고 있지. 자원하는 게 어쩔 수 없이 파견되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리고 리더님이 말했잖아요. 지난번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우리의 목숨이 크다는 뜻이고, 신이 체면을 세워줬으니 잘 써야 한다고 했잖아요.

……레이나.

원래부터 괜찮았어요. 우리는 또 살아남았잖아요.

작은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리더님이 몇 번의 임무 동안 혼자만 살아남아서 몰래……

야!

……때론 실력이 강한 자는 이런 곤경에 처하곤 하지.

아니에요. 지금 제가 있잖아요!

레이나는 퍼시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수많은 재난을 겪은 후 그런 즐거운 목소리는 마치 안도하게 하는 약처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다.

모처럼의 여유 속, 모든 구조체의 단말기에서 알림 소리가 울렸다……

리브가 어두컴컴한 격리실을 나갈 때 모든 구조체가 자신의 단말기를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의장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간결한 연설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Ω무기가 기체와 결합할 수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런 특화 기체는 크롬의 영광 기체처럼 의식의 바다에 심각한 부담을 주게 될 거야.

의회의 통지 내용에는 어떠한 거짓도 없었다. 단지 리브에게 있어 최악의 결말이라 할 수 있는 사실만 리브에게 알렸다.

리브, 방금 통신 확인했어? 하산 의장님이 네가 새로운 특화 기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시던데.

네…… 사실 제가 자발적으로 테스트를 신청하는 걸 보고 마침 그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알려줬어요.

하산 의장님이 지휘관님의 상태를 걱정하고 계세요…… 공중 정원으로 데려가서 추가 치료를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돌아갈 때 지휘관님도 같이 데리고 갈 거예요.

……그랬구나. 지휘관님도 꼭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야만 해.

다만……

리브, 정말 괜찮은 거야?

특화 기체가 낯설지는 않겠지만, 지금 지휘관님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리도 해서 네가 걱정돼.

……루시아……

루시아의 표정을 보자 소녀의 마음에도 걱정이 한층 쌓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드디어 이 재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녀는 동료 앞에서 너무 많은 아쉬움을 드러낼 수 없었다. 만약 루시아와 리가 이 프로젝트의 안 좋은 결과를 알게 된다면, 전력을 다해 그녀가 떠나는 것을 막을 게 분명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나도 너랑 같이 가야겠어.

루시아는 고개를 돌려 리를 바라봤고, 그는 말없이 고객만 끄덕였다.

그럼 4명이서 같이 가자.

자~ 리더님! 우리도 돌아가요.

이건 귀항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호송 임무야. 도중에 전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당연히 알고 있죠! 하지만 저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도 호송에 참여할 생각이에요. 전사할 확률이 높긴 하지만, 성공해야지 공중 정원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저는 애초에 리브에게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 수 있었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이 방에서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건 리브에게 구원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또 누가 갈 거죠?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고마워요……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저는……

샌드카의 말이 그녀의 단말기에서 들려오는 통신 알림 소리에 끊겼다.

샌드카!

지금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 쪽에 있는 거야?

맞아.

그들은 샌드카의 팀원이었고, 임무 중 다른 구역을 맡아 통신으로 연락을 유지했다.

그쪽은 어때? 여기는 7명이 다 갈 예정이야. 너희 쪽은 몇 명 정도 가?

여기도 전부 다 갈 거야.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네……

왜 전부 이 임무를 참여하려 하죠?

꼭 임무에 참가하기 위한 건 아니니까.

그거 알아? 047호 도시의 그 지하 거점은 원래 쿠로노가 남긴 거라 안에는 수송기 말고도 많은 물자들이 남아 있대.

그들이 왜 갑자기 사용권을 의회에게 넘겼는지는 모르겠어.

지금 의회가 그들의 거점에 있는 물자로 난민들을 돕겠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047호 도시로 가게 될 거야.

게다가 이건 얻기 힘든 기회이기 때문에 놓치면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도 참여한다고 했으니, 우리 047호 도시의 지하 거점에서 만나자.

알겠어.

그녀는 통신을 끊었다.

잠깐만요. 정말 감사하지만 처음부터 그들을 지켜주기로 여기 사람들과 약속해서요.

모두가 떠나면 이 사람들과 여기에 머물고 있는 부상자들은 어떡하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합 생물들이 오면, 전 탐지 기능도 없고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제게 써준 부상자 수첩을 가지고 있어서 겨우 간호사 노릇을 할 순 있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하진 못할 거예요.

그럼 이거 어떡하죠?

…………

아니면…… 우리가 남을까?

루시아는 모두를 보호하려면 그녀와 리가 여기에 남는 것이 좋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뭔가 중요한 일을 빠뜨린 듯한 이상한 느낌이 휩싸여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번 이런 감정이 생긴 건, 레븐쉬의 지시로 그 승격자를 잡으러 가는 도중이었다. 설마 이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루시아, 왜 그러세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루시아……

(너무 걱정하는 것도 일종의 불신인가……)

리브가 애원하는 듯한 어조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점점 꼬리를 내렸다.

미안, 내가 걱정을 좀 많이 했나 봐. 우리 다음 일을 계획하자.

의장님이 목적지에 대량의 물자가 남았다고 언급한 만큼, 이곳의 인원들도 이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거야.

이곳은 그 지하 거점과 가까워서 되돌아가도 늦지 않을 거야. 난 인원들을 나눠서 데리고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네, 이게 확실히 더 좋을 것 같아요.

그 지하 거점이 꽤나 시끌벅적해질 것 같네요.

확실히 지금 물자가 부족한 상태니 모두가 그곳으로 모여들 거야.

지하 거점에 관한 정보는 제가 그쪽 대장에게 말해볼게요.

네, 그 길이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 호송하는 게 안전해 보여요. 차량 두 대가 한 번에 모든 인원을 데려갈 수 없으니, 몇 번 왕복해야 할 것 같아요. 전 여기에 잠시 머물게요.

그럼 저도 같이 남을게요. 레이.

OK~

출발하자.

짧은 여행 끝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정오에 047호 도시의 지하 거점 입구에 도착했다.

비행선의 수면 캡슐에 지휘관을 안치한 뒤 잠시 기다리자 사방팔방에서 모두가 속속 모여들었다.

리브는 거점의 창고를 열고 갈망하는 수많은 손 위로 물자를 나눠주었다.

연일 이어지던 배고픔이 잠시나마 해소되니, 모두의 대화 분위기는 전보다 한결 가벼워졌다.

저녁 무렵이 되자 044호 도시로 이주한 난민들까지 차를 몰고 와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물자를 가지고 돌아갔다.

달이 나뭇가지 위로 막 올라갔을 때, 군중 사이로 낯익은 모습이 나타났다.

오, 또 만났네요~

그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045호 보육 구역의 부상자가 망각자 의사에게 인계되고,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슈렉은 그곳의 비축량을 소모하지 않기 위해 먼저 047호 도시의 지하 거점에 가서 물자들을 가져오기로 했다.

그가 둘러보고 있을 때 목양견 성냥은 사람들 속에서 그 청년을 선택했고, 그렇게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망각자의 거점으로 향했다.

새벽녘의 햇살이 다시 대지에 내리고 항해의 시간이 마침내 다가왔다.

각각의 소대에서 온 구조체들이 한곳에 모였고, 임시 총괄 리더의 명령에 따라 다시 소대를 편성해 비행선 앞에서 최종 확인과 점호를 진행했다.

의장님의 전체 통신을 통해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는 전투는 매우 위험하고, 이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임무다.

난 너희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든, 목숨을 걸고 참전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한 가지 일만 알아줬으면 한다. 퍼니싱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

이건 어렵고 숭고한 전투가 될 것이고, 우리는 지금 미래를 바꾸는 시점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출발까지 앞으로 30분 남았으니 여기 남아서 동료들과 작별 인사하고 준비를 마친다.

그다음 우리의 내일, 지구의 미래를 되찾아온다!

네!

…………

리브……

뭔가 너의 이런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네? 루시아가 보기에 제 표정이 계속 굳어있나요?

아니…… 그냥 네가 자꾸 억지로 웃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얼굴 표정은 별 차이가 없지만 어깨가 계속 굳어 있어.

…………

어쩌면 드디어 희망을 찾아 안심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성냥, 샌디, 팡틴, 코제트…… 그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 동물…… 그리고 구조체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약소한 게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니까?’

어, 그 말은…… 전에 지휘관님이 했던 말 아닌가요?

맞아.

그리고 제 기억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네 몸에 있는 부품 몇 개를 떼어내봐’라고 이어서 말하지 않았나요?

과거의 일을 생각하니 둘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맞아.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지.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자신만만한 구조체를 한 명 만났었고, 다른 보조형 구조체가 그처럼 신속하게 적을 처치하지 못하자, 그는 듣기 싫은 말로 동료를 질책했었지.

대부분의 인원은 그런 일에 익숙했고, 함께 임무에 참여한 다른 지휘관도 막지 않았지.

맞아요. 지휘관님이 ‘너트 하나로 적을 막을 수 없다고 해서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에 저도 공감해요.

……인간, 동물, 곤충, 세균에 상관없이 ‘약’하다고 해서 그들은 부정해서는 안 돼요.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위치에서 유일하면서도, 대체할 수 없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수많은 다른 생명이 지구에 모여 있기 때문에 내일이 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연구에 참여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꼭 지금 같은 참혹한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루시아…… 제가 떠난 후에 여기 있는 사람들을 잘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루시아와 리도 각자 자기 자신을 잘 보호하세요.

그녀의 웃음은 점차 사라지고 한마디 한마디를 천천히 말했다.

그럴게. 그 점은 내가 약속할 수 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앞에 있는 계단을 바라보자, 그녀와 함께 출발하려는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할 시간이야, 리브.

가요, 가요!

준비됐나요?

그럼, 그만 가볼게요.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랄게.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리브는 코제트와 [player name] 지휘관을 데리고 비행선에 올랐다.

그 길어 보이는 길은 리브에게도, 살아 있는 인간에게도, 희망과 이별의 시작일 뿐이었다.

아무리 헤어지기 싫다고 해도, 그녀는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