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렸다. 앞을 향해 끊임없이 달렸다.
지상으로 돌아온 해리조 일동은 백로 소대의 엄호를 받으며 풀리아 삼림 공원 바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멀리 여과탑 주변은 백로 소대의 폭파에 의해 불길이 치솟아 추격하는 대량의 인간형 변종들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풀리아 삼림 공원 곳곳에서 수많은 인간형 변종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루시아, 리, 리브, 해리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형 변종들을 쓰러뜨렸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의 목표는 단지 한 가지, 포위망을 뚫고 샘플을 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주과 같았다.
시간과 퍼니싱과의 경주였다.
10m, 5m, 1m, 끝없는 숲을 겨우 빠져나와 일동 앞에 초원이 펼쳐졌을 때, 이 경쟁은 마침내 끝을 고했다.
한스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군인들은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
해리조는눈앞의 경치 변화에 몸에 힘이 빠져 허둥지둥 풀밭에 쓰러져 몇 미터쯤 굴렀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소형 로켓 세팅을 시작했고 샘플을 로켓에 넣고 시동을 걸었다. 이 희망을 공중 정원에 즉시 전달해야 한다.
바네사는 하늘을 향해 신호탄을 발사했다. 하늘을 가르는 녹색 불꽃으로 한스에게 임무를 완수했다고 알렸다.
뭐하러 왔어? 허겁지겁 철수하는 우리를 비웃으러 온 거야?
아니 아니 아니, 백로 소대에 감사 인사하러 왔어.
총 지휘관님의 말처럼 너의 전술 배치가 없었다면 우리는 삼림 공원에서 철수하지 못했을 거야.
너희도 포위망 돌파 때 다쳤잖아 .적이 오지 않는 지금 잠시 쉬어. 나와 팔지가 다른 지역과 연락을 시도해 볼게.
해리조 지휘관님, 공중 정원의 통신 연결입니다.
하필 이런 때에…… 연결해.
방금 산림공원에서 보내주신 정보를 받았습니다.
공원 외곽을 선회 중인 소형 수송기가 풀리아 삼림 공원에서 탈출했다고 주장하는 2명의 청소부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이 갖고 있던 40호 여과탑의 비축 혈청을 보니 사실인듯 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 삼림공원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아닙니다……저희가…지금……철수하는 각 부대에 대형 수송기를 파견했습니다. 기다려주세요...
공중 정원의 통신은 마지막 메시지를 끝으로 끊겼다. 해리조가 풀리아 삼림 공원을 탈출한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답답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이 상황에서 몇 안 되는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시몬, 모두 철수했습니다. 역원 장치에는심각한 영향을 받았지만 침식된 구조체는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를, 수석을 도울 수 있어서……
[player name]의 힘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맞습니다. 정말로 지휘관님 혼자 짊어지시다니, 정말… 시몬…… 시몬!?
구조체의 어조가 갑자기 긴박한 어조가 되었다. 자신의 제복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피는 자신에게 기댄 시몬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의 시몬은 구조체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할 수 없는게 분명했다.
시몬의 마인드 표식이 아무리 강인해도 두 사람이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을 혼자서 짊어지면, 건강한 인간의 뇌도 수십 초 만에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하에도 시몬은 풀리아 삼림 공원에서 모두가 적들이 역원 장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 때까지 버텼다.
의무병! 아니, 인간의 응급 처치를 아는 누구 없습니까!, 시몬 지휘관님이……
구조체의 외침에 사람들은 급히 시몬 곁으로 모였다. 해리조는 시몬을 부축하여 땅에 내려놓았다. 몇몇 보조형 구조체는 시몬의 부상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몬 지휘관님…… 시몬……
긴 전투와 계속되는 충격으로 상처를 확인하는 보조형 구조체들의 손이 떨리고 있다. 일레나가 그 떨린 손을 꼭 잡았다.
힘내. 적절한 치료를 하면 시몬도, [player name]도 희망이 있어.
네……
부들부들 떨리는 기체를 제어한 보조형 구조체는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말을 삼켰다.
지평선 저편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그림자들 아래 초원은 색을 잃고 땅에는 붉은 빛이 비치고 시작했다.
그림자는 모두가 있는 임시 캠프를 향해 걸어왔다.
그들의 이동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변이된 땅의 범위도 빠르게 확장됐다.
아득히 먼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들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위태롭고 둔감했던 상태에서 벗어나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표범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그림자가 점차 뚜렷해졌다. 그 둘은 이중합 모체 고위 개체에서 태어난 미확인 인간형 생물체였다.
지금의 그들은 어떤 생물보다도 민첩하고 강하게 성장했다.
그들은 이제 지칠 줄 모르는 추격자이자 영지를 침입한 적을 섬멸하는 수호자같은 존재다.
역시 '엄마'의 일부를 가지고 간 놈들을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건가.
해리조는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항상 장난기 많은 얼굴 대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데……
수석과 시몬의 부상이 걱정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눈앞의 적을 물리치는 거야.
그러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시몬 소대, 나에게 힘을 빌려주겠나?
루시아와 소대원은 해리조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무기를 움켜쥐고 해리조가 구축한 방어선 앞에 서서 행동으로 답했다.
아아…… 그래……
물어볼 필요가 없었군.
아무리 절망적인 적이 앞에 있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니까.
구조체들이 차례차례 무기를 들고 방어선 앞으로 걸어갔다.
팔지는 앞에 있는 두 남녀를 노려보며 투명해진 기계팔을 촉수처럼 하고 몸을 들어 주위에 녹아들었다. 오직 가면의 붉은 빛만이 공중에서 빛나고 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맡겠다.
시몬……[player name],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풀리아 삼림 공원의 모든 인간형 변종들이 뛰쳐 나왔고 그들의 포효는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남자와 여자, 두 명의 미확인 인간형 생물체는 사람들 앞에 서서 소리 없이 인류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리려 하고 있다.
지금 바로 여기서 인류와 퍼니싱의 교전이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