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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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 인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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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조와 팔지는 탑 안의 상황을 정찰한 뒤 곧바로 철수 지점의 범위를 안쪽으로 넓혀 마침내 사람들과 합류했다.

여과탑에 있던 사람들은 해리조와 팔지가 개척한 철수 지점에서 차례차례 철수했다. 철수 지점 근처에 널려있는 인간형 변종 잔해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해리조가 철수 지점을 사수하기 위해 했던 일들을 소리 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탑 안에서 적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아직 철수가 끝나지 않았지만 한스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우주 무기의 작동 버튼을 눌렀다. 몇 분 뒤면 인류 최강의 무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적을 격파하게 된다.

그러나 버튼에서 울려야 할 시작 신호가 울리지 않았다. 생각할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은 필드 포인트가 파괴되거나 고장이 난 것이다.

……

그는 단말기에 표시된 신호를 보았다. 필드 포인트는 자신이 배치한 위치에 안정적으로 꽂혀 있었고 이는 필드 포인트가 방금의 변이에서 손상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필드 포인트가 모체와 쌍둥이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 현장으로 돌아가 필드 포인트를 수동으로 기동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한스는 버튼을 주머니에 넣고, 다른 사람의 철수를 돕고 있는 시몬과 해리조를 바라보았다.

해리조, 너랑 팔지의 기동성이 가장 좋으니깐, 땅으로 내려가면 샘플을 가지고 철수해라.

알겠습니다. 이미 팔지와 함께 소형 우주발사체 조립을 마쳤습니다. 삼림공원의 방공 화력 커버 범위에서 벗어나자마자 로켓으로 샘플을 공중 정원으로 보내겠습니다.

바네사는 인간형 변종의 포위로부터 산림공원에서 철수하는데 너희들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지상으로 돌아가면 백로 소대와 합류하고 작전 지휘는 그녀에게 맡기도록.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철수할 때 시몬을 보호해라. [player name]이(가) 빈사 상태인 지금, 시몬만이 구조체를 침식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 구조체가 하나도 빠짐없이 산림공원에서 철수할 수 있을지는 시몬에게 달려 있다.

구조체를 안정시키는 중책을 맡은 시몬은 지금은 옆 구조체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그는 극심한 피로로 흘러나온 코피를 닦아내고 있다.

…… 시몬, 알겠습니다……

총 지휘관님은?

필드 포인트가 고장 나서 지휘관 권한으로 수동 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나는 여기 남아서 우주 무기가 이중합 모체를 명중해 재앙을 이 숲에서 죽일 수 있도록 임무를 완수할 거다.

안 됩니다. 총 지휘관님, 혼자서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다들 조용!

한스는 옆에 있는 구조체에게 소리쳤다.

시몬과 [player name](을)를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은 모체와 그 두 인간형 생물체의 영향 아래 다른 구조체를 침식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그런 자네들이 돌아가도 임무에 방해만 될 뿐이다.

한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방해' 이 두 글자를 강조했다.

하지만……

황금시대부터 지금까지 자네들이 걸어온 길보다 나는 더 많은 전쟁을 치렀다.

자네들은 전쟁터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벗어난 상관의 판단 능력을 의심하는 건가?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해라.

나는 내 임무인 우주 무기 작동을 완수하고 자네들은 자네들의 임무인 샘플 호송을 완수한다.

군인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 그것이 군인이다.

총 지휘관님……

반드시 돌아올거다. 믿고 기다려.

그 말을 남기고 한스는 대원들의 철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스는 혼자서 여과탑 안을 걷고 있다. 전투로 인해 대부분의 인간형 변종은 다른 곳에 있다. 지금의 한스가 맞서는 것은 인간형 변종이 아니라 순수한 퍼니싱의 악의, 침식이었다.

여과탑 내 오염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한스의 방호복도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경보음이 자신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도록 그는 헤드셋을 벗었다.

지금의 그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뚜렷한 사고를 하고 있었다.

전진한다.

그는 수동 조정이 필요한 필드 포인트로 계속 전진했다.

그것은 그의 임무였으며, 그의 사명이었으며, 군인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었다.

피부 아래의 모세혈관이 파열되기 시작했고 한스의 피부에서 피가 새어 나와 방호복 안쪽을 피로 물들였다.

여러 차례 강화수술을 한 장기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몇 달 전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점점 더 심각한 상태가 되어 지금은 항상 통증을 느끼고 있다.

지금 그가 겪고 있는 그것은 건장한 젊은이도 쓰러질 정도의 고통이지만, 한스는 오히려 그 고통으로 뇌를 깨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피가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눈가에서 세어 나오는 피를 손으로 닦았다.

닦아낸 손으로 그대로 입가를 만졌다

하……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입가의 미소가 한스 지금의 기쁜 심정을 증명해 주었다.

한스는 그 기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공중 정원 병상에 누워 죽기보다 군인으로서 만신창이로 생명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며 스스로 군인으로서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다.

죽은 뒤에도 자신의 시신이 꽃과 리본으로 장식된 관에 담기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추모되지도 않는다.

아무도 없는 전선에서 가슴에 피어나는 피라는 꽃을 안고 쓰러지는 것이야말로 한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훈장이다.

대철수 이후 무수히 많은 밤을 겪어왔다. 한스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죄책감에 시달려 자신의 생명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배신, 인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살아남았으니 자신의 생명이라는 밑천을 잘 활용하고 제대로 가치를 발휘한 후에 죽어야 한다.

콜록……

필사적으로 전진하던 한스였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결국 쓰러졌다.

오른발은 침식과 극한 상태를 넘어선 전투 때문에 더 이상 감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전술 소총을 지팡이로 삼아 절뚝거리며 계속 전진했다.

책임지고 명령을 완수하겠습니다.

……비록 이 명령이 자네를 희생시킬지라도.

군인의 생명은 인류의 재산입니다.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 제가 평생 추구했던 소망입니다.

하산과 한스 모두 알고 있었다. 풀리아 삼림 공원에서의 작전이 한스가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전투가 될 것이라는 것을.

10미터……

다행히, 그는 자신의 맹세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오른손은 이미 총을 잡을 힘이 없고 한스는 다시 땅에 쓰러진다.

눈가에 배인 피를 닦을 겨를도 없이 그는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앞으로 기어갔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똑바로 갔다.

죽음으로의 전진이다.

여과탑의 부서진 천장 틈새를 통해 한스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본 때가 '대철수' 전인가……)

그때부터 그는 풀 냄새를 맡거나 별이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한스는 별에 더 가까워져 황금시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묘비, 지구 밖을 떠도는 유령이 되어 더 이상 올려다보지 않아도 별이 보일 거다. 하지만 그는 하지만 그는 멀리 있는 고향을 보고 싶어 했다.

그는 군인의 명예를 잊지 않고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불씨를 끄겠다고 맹세했다.

동포의 배신, 기승을 부리는 침식체, 지구의 자연재해에도 한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훌륭한 군인이자 군대의 모범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지금의 자신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군인으로서 완수해야 할 사명을 위해 오로지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 승리의 길의 초석이 되기 위해.

반드시 돌아올거다. 믿고 기다려.

돌아간다…… 난 한 번도 ……떠난적은 없었지만……

알겠습니다. 이미 팔지와 함께 소형 우주발사체 조립을 마쳤습니다. 삼림공원의 방공 화력 커버 범위에서 벗어나자마자 로켓으로 샘플을 공중 정원으로 보내겠습니다.

…… 시몬, 알겠습니다……

해리조나 시몬, 그리고 빈사상태에서도 샘플을 회수하는[player name], 한스는 눈부신 어떤 것을 느꼈다.

그것은 군인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계승되는 전진하려는 의지였다.

군인이 쓰러지더라도 그 뜻은 계속 이어진다.

한스의 손가락에 필드 포인트의 감촉이 전해졌다. 어둠 속에서 그는 가까스로 필드 포인트의 수동 조정 패널을 열었다.

지금 누군가 한스의 방호복을 연다면 분명 놀랄 것이다. 인간은 이런 상태가 되어도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고농도의 침식으로 육체는 문드러진 지 오래고 몸속의 장기는 침식되기 전부터 활동을 거의 멈췄다.

이중합 모체……

위협을 후세에 남겨서는 안 돼. 여기서 제거해야 해.

조정을 마친 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우주 무기의 작동 버튼을 눌렀다.

버튼에서 들려오는 작동 신호는 시끄러운 여과탑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한스에게는 그 어떤 클래식 음악보다 우아한 멜로디로 들렸다.

그는 알고 있다.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사명이 오랜 세월과 무수한 전쟁을 거쳐 이제야 막을 내렸다는 것을.

여러 세대를 초월한 이 무서운 묘비에 금이 갔다. 이윽고 언젠가, 그 균열을 뚫고, 가장 아름다운 흰 꽃--국화가 필 것이다.

한스

(아놀드…… 내가 돌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