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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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그 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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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구역에 대한 지원 작업을 모두 마쳤을 때 마을 위에는 이미 달이 걸려 있었다.

마을 외곽에 있는 방어포가 소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보육 구역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사람들은 정화탑 밑의 공터에 텐트를 치고 달빛과 드문드문한 등불에 의지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옆 텐트에서 두 군인의 대화가 들렸다.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작게 냈지만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내 귀에도 들렸다.

왜 아직 안 자는 겁니까?

……잠이 안 오네요.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

오랜 침묵 뒤에 그 청소부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냥 실감이 안 나서요.

여러분에게 구조되어 이 보육 구역으로 오기 전까지 저는 동료들과 이리저리 떠돌면서 생활했거든요.

침대는 물론 텐트도 없었죠. 우리는 잠자는 사이에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침식체에게 죽지 않기 위해 항상 총을 움켜쥐고 등을 맞대고 숨어서 휴식을 취했어요.

지금은 텐트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공중 정원이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죠. 이젠 우리의 그 낡은 장비만으로 자신을 지키는 게 아니고요.

총은 아직 손에 있지만 등을 맞대고 같이 쉬던 동료들은 공중 정원의 구조가 오기 전에 모두 죽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저와 조니는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절망하지 않으려면 희망을 가져선 안 된다. 그게 우리 청소부의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복원되고 있는 보육 구역을 보면서, 들려오는 도시들이 차례차례 탈환되고 있다는 희소식, 또 공중 정원의 보급이 정기적으로 보급받고 느꼈습니다. '겁에 질려 살던 시절에서 벗어났구나!'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온한 일상이 다시 제게 돌아왔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이해합니다.

저는 이전에 전선에서 싸우던 군인이었습니다. 저승 문턱을 넘을뻔했는데 어떻게든 살아나서 이 보육 구역에 파견되어 이렇게 후방 지원을 하고 있지요.

지금도 죽기 직전에 동료들이 울부짖었던 비명이 들리고, 손에는 동료의 부러진 다리를 쥔 감촉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적 앞에 제 소대는 쉽게 와해되었고. 거대한 절망감이 제 투지를 무너뜨렸습니다.

기절하기 직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검은 날개를 가진 승격자였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으셨잖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소대가 승격자를 격퇴하고 무너져가는 방어선을 구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누굽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보고서에 그렇게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

맞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전장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들 같은 군인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우리는 절망에 무너졌던 사람들이니, 지금 느끼는 안전함이 실감이 나지 않겠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단지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으니 동료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그들과 함께 희망의 미래를 바라봐야죠.

……그렇죠.

잠도 오지 않는데 가지고 있던 카드 지금 있습니까? 그거 한판 하는 거 어떻습니까?

어…… 그럴까요?

……

……

이런…… 카드도 제대로 못 잡겠네……

그 청소부의 늙은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았다.

이제 자야겠어요…… 다음에 또 하시죠.

자겠다고 했지만 텐트 안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청소부는 그렇게 잠들지 않았다.

구조체 병사

네. 다음에 하시죠. 둘이서 같이.

텐트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흐느낌이 고요한 밤을 조용히 적셨다.

나는 일어서서 먼 곳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자장가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서 가보니 사람들 사이에 앉아 조용히 자장가를 흥얼거리는 리브가 보였다. 리브 옆에 앉아있는 부인이 리브에게 자장가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새끼 고양이처럼 남자아이가 자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입가에는 먹다 묻은 전투식량의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고, 소년의 몸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리브가 덮어준 담요가 있었다.

부인은 리브에게 가르치면서, 잠든 남자아이를 부드럽게 바라보았고, 손으로 그의 입에 묻은 전투식량의 부스러기를 가볍게 닦아냈다.

리브는 손가락으로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보아하니 소년은 잠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부인은 물컵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저희가 직접 끊인 스프에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부인이 건넨 물컵에는 노란 국물이 담겨 있었다. 뒤편 냄비에 담긴 스프가 많지 않아 보였지만 그녀는 컵에 가득 담아 줬다. 옥수수의 달콤함 향기가 은은히 풍겨왔다.

네, 이 보육 구역에는 실험 밭이 있어요.

아딜레 상회가 다른 보육 구역에서 질이 좋은 옥수수 종자를 가져다줬어요. 그래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작물 재배도 현실화하였지요.

부인의 손에서 물컵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처음에는 약간 쓴맛을 느꼈지만 옥수수 알갱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달콤함으로 변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 부인의 말처럼 과거 지상의 어려운 생활 환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산물이었다.

실은 그 무인 구역에서 떠난 후로 여러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부인은 나와 리브의 보고 감정이 끓어오른 듯 입술이 떨리더니 다음 말을 이어갔다.

정말 고마워요.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악담을 했는데… 여러분은 용서해 주셨어요. 그리고 손자를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저희 사람들을 이 보육 구역으로 이동하는 걸 도와주셨고요.

저희가 이곳으로 이동하는 것에 동의했지만, 사실 막 왔을 때는 공중 정원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곱게 보지 않았죠.

이곳에서 시간을 조금씩 보내면서 저희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세계 정부는 저희를 포기했지만 그들 중 모든 사람이 지상에 남긴 사람들을 포기한 게 아니었죠.

지상에 지어진 이 보육 구역이 이을 뒷받침하고요.

편견을 버리기는 어렵겠지만 그 무인 구역을 떠난 청소부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부인은 둑이 터진 것처럼 거침없이 말은 쏟아냈다. 계속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분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죄송해요. 원래 나이가 들면 큰일을 겪으면 차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쉽게 감정적으로 변하네요.

부인은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고 손자 곁으로 돌아와 옆에 앉아 그의 잠든 볼을 어루만졌다.

그녀 입가의 부드러운 미소는 눈 밑의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그녀와 손자는 배를 채울 빵이 있고 비바람을 막아줄 집이 있지만 이제 부인이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눈앞의 손자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의 다른 가족은 지상에 수많은 가정처럼 인간과 퍼니싱의 오랜 전쟁 기간 동안 사라졌다.

리브는 손을 내밀어 부인의 등을 어루만졌다.

지금의 부인은 처음 만났을 때의 경계심을 풀고 리브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옆에 있는 부인과 아이를 바라보며 리브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여기는 맡기라는 거겠지.

밤이 되면서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은 텐트 안에서 저마다 모여 달빛과 자장가 속에서 평온한 꿈나라로 들어갔다.

최근 기록된 임무 일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한동안 자네들의 주요 임무는 각 지역의 사기를 북돋우고 사람들에게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될걸세.

의장의 말처럼 침식체 소탕, 정찰, 물자 운송, 이런 단순한 임무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최근 생활을 차지했다.

전선의 후방에 보육 구역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아딜레 상회의 협력 아래 사람들은 무역을 하게 되어 항로 연합의 재건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함락되었던 일부 거점들도 망각자들에 의해 수복되었다고 한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임무를 거듭할수록 지상의 모든 것이 점차 부흥의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나 또한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의회의 뜻대로 지상에 있는 사람들을 고무시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소대가 승격자를 격퇴하고 무너져가는 방어선을 구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누굽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보고서에 그렇게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

맞습니다. 지금도 그들은 전장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들 같은 군인이 있기 때문에, 저는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있는 한 희망은 있어.

포기하지 마.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곧 도와주러 올 거야.

요즘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자주 들려왔다. 사람들의 관심은 모종의 감시이자 보호이기도 하고…압박이기도 했다.

눈앞에 놓인 임무 일지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이자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대한 구속이었다.

지휘관님, 아직도 주무시지 않은 겁니까?

루시아, 리브, 리가 차례로 방으로 들어오면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그만두었다.

리브는 내 앞으로 걸어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건넸다.

제가 휴게실에서 기른 라벤더예요. 차로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신경도 이완시킬 수 있어요.

리브에게서 찻잔을 건네받자 임무 일지를 넘기면서 차가워진 손가락에 따뜻한 온기가 불어넣어졌다.

지휘관님은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계신 거 같아요. 무슨 고민이 있으신 건가요? 저희에게 말해도 괜찮아요.

리는 테이블 위의 임무 일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안전한 후방에 머무르는 것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해결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상황이 확실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야. 지휘관님을 데려갔던 무리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없어.

최근 들어 그 이름이 자주 듣는다.

지금 이 시기에 네가 또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의장도 널 지킬 수 없어.

그때 이후로 하산 의장은 자신들이 마주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케르베로스 소대와 연결했을 때도 쿠로노의 행동에는 확실히 수상한 점이 많았다.

쿠로노는 왜 처음부터 루나 집의 좌표를 바로 케르베로스 소대에 보내지 않은 걸까? 왜 잘못된 좌표를 줘서 내게 의지해 스스로 찾아가게끔 한 걸까?

그것은 절대 전달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테스트라고 느껴졌다.

공중 정원의 평화로운 일상에서 숨겨진 쿠로노라는 위협은 잠시 뒤로하자.

내가 최근 열차 연선에서 발견한 여러 중도 재난 지역은 적지 않은 곳에서 듣던 침식체 정체 현상이 지상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아직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위협은 항상 주변에 맴돌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의회는 그레이 레이븐을 안전하게 후방에 머물게 해 희망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싸우기 위한 송곳니를 뽑아 대중을 달래기 위한 도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재 상황을 벗아날 수 있을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단말기에서 통신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