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물이 이곳에 모인 거 같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베라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물고기 꼬리를 가진 휴머노이드 승격자도 역시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내리는 빗물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베라도 그녀와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창을 들어 라미아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조무래기!
네가 이 도시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난 몰라.
침몰 명령을 해제해. 안 그럼 그 몸뚱아리에 바로 구멍이 생길 테니까.
베라의 창이 그녀를 조준하자 인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스르륵 떨어지고 공허한 그녀의 두 눈이 드러났다.
그 순간 베라는 그 자리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베라는 그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다. 한때 절망에 가득 찬 그녀의 눈빛과 같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던 그날 그녀의 모든 동료들이 죽은 그날 그녀는 이렇게 비를 맞으며 한참을 서 있었다. 빗물이 눈에 떨어져 눈물이 되어 떨어지도록 말이다.
그 누구에게도……뺏기지 않을 거야.
그녀가 자신의 쌍칼을 뽑았다. 굽은 칼날은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 같았다.
여긴 내 거야. 더 이상 방해하지 마. 침몰하게 내버려 두라고——
침몰해버려!
그녀는 처량한 울음소리와 함께 쌍칼을 들고 베라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