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정원에서 온 두 손님이 아틀란티스에 도착하기 4시간 전.
또다른 불청객이 이 도시에 도착했다.
그녀는 심해에서 태어난 존재. 태어날 때부터 겁이 많았던 그녀는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친 모든 수중 침식체들을 모두 챙겼는데 마치 천군만마를 이끌고 귀환하는 여왕의 모습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왕"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임을 라미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타인에게 기생하는 "기생충"일 뿐이었다. 그녀 스스로는 그런 평가에 별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능력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가 의지하던 모든 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이제 스스로 생존을 도모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여기인가?
인어의 "사지"가 지상에 도착한 순간 그리우면서도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그 자식"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드디어.. 드디어 이곳을 찾았어.
인어는 큐브를 품속에 밀어 넣으며 힘겹게 폐허 속에서 기어 나왔다.
이것만 있으면…… 이것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물건으로 바꿀 수 있어.
무너진 구멍에서 기어나와 폐허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익숙한 로봇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라미아는 비틀거리며 그것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건 이미 가지고 왔어.
로봇이 두 팔을 뻗어 라미아가 들고 있는 흰색 큐브를 가지고 가려 했다.
그런데 라미아는 갑자기 손을 거두더니 큐브를 품에 안았다.
지금 후회하는 건가?
아, 아니…… 네가 정말 그렇게 많은 걸 알고 있다면……
한 번만 더 라미아를 도와줄 수 없을까?
응?
내가…… 찾고 있는 곳이 있어…… 그런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그곳이 어딘지 모르겠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원하는 걸 말하고 "그걸" 나에게 줘.
……
라미아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녀의 머릿속에 흐릿한 숫자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났다.
그것은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 각인된 중요한 정보임이 분명했지만 마치 날카로운 칼날에 긁혀버린 듯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던히 애를 써서 전반 부분의 숫자는 겨우 기억해냈지만 후반 부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아니,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좌표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그곳이 아주 중요하고 꼭 돌아가야 하는 곳이자 그녀의 숙원을 풀 수 있는 곳이라는 것뿐이었다.
내가…… 널 믿어도 될까?
물론이지. 난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러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한테 넘겨. 그리고 네가 원하는게 뭔지 제대로 말해 봐.
꼬마 로봇의 "눈동자"가 은은한 빛을 반짝였다.
막다른 길에 다다른 승격자에게서 또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에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