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과거, 모든 재앙이 닥치기 전.
라스트리스는 마치 처음 해상 도시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처럼 이 도시의 모든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보았다.
황금시대를 왕관에 비유한다면 이 바다는 왕관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임이 틀림없다.
중앙부는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상공에서 그것을 바라보니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신성함까지 느껴졌다.
과거 보라색 배를 운행하던 베니스 상인이 해를 지나며 먼 발치에서 성화를 밝히는 아테네를 바라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
라스트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해상 도시를 조용히 응시했다.
섬 주위에는 눈보라 같은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1초당 수천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바닷물이 인간들의 의도에 따라 섬 아래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조력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모터가 거리 곳곳의 빌딩의 불을 밝혔다. 빌딩 창문의 빛은 마치 바다에 떨어진 은하수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거리의 중앙과 변두리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설비들이 끊임없이 오고갔고 고리형 위성 도시의 빛기둥이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있었다. 하지만 광학 차단장치 덕분에 빛은 대류층의 구름에 도착하기 전에 홀연히 사라졌다.
트랙을 통해 도착한 보급 비행선은 각 구역의 발사대에 착륙했다. 하지만 광선 차단 장치 덕분에 도시 2km밖 상공에서는 그 어떤 적외선 신호도 감지할 수 없었다.
수많은 배들이 지척에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있음에도 관심없다는 듯 기계적으로 도시 근처의 바다를 오고가고 있었다.
이 도시는 바닷속에 숨어있으면서도 이 바다를 밝히고 있었다.
인류 미래의 등대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라스트리스는 자신이 절대 "신기한 경치"에 놀라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차갑다고 말할 정도로 태어날 때부터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비행장에 두 발을 딛고 나서야 해상 도시에 확실히 입성했다는 걸 느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의 속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가 흥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대량 분비되고 심근이 강력하게 수축하며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대량의 피가 심장에 쏠렸다. 마치 밀물이 조력 발전기 안으로 쏟아진 바닷물이 이 도시를 작동시키듯 혈액은 라스트리스의 대뇌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의 마음을 채우는 건 충격이 아닌 다른 특별한 감정이었다.
그녀가 보여준 잠깐 동안의 침묵에 도시 안내를 맡은 직원은 뭔가 오해를 한 듯했다.
직원은 그녀가 다른 어중이떠중이들처럼 아틀란티스의 포스에 압도되었다고만 생각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오세요.
……
운이 별로시네요. 섬에 도착한 첫 날이 바로 "잠행일"이라니. 요즘은 어업 성수기라 이 근처를 오고가는 선박들이 많을 겁니다. 광학 스텔스로도 안전하지 않아 1달 동안 잠수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메인 도시를 안내하겠습니다. 잠수하는 동안에는 모두 메인 도시의 선실에서 일하게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메인 도시 내부의 공간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니까요. 물자 공급도 아주 원활하게 진행될 테니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다시 한번 태양을 봐두시죠. 긴 잠수 기간 동안 가장 그리운 모습일 테니까요.
라스트리스는 그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려 태양을 응시했다.
뜨거운 화구가 하늘에 걸려있었다.
태양을 다시 바라보았지만 라스트리스는 그 어떤 특별한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어떤 단어로 태양을 묘사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대지에 은혜를 뿌리는 빛, 만물에 대한 생명의 근원…… 하지만 그럼에도 딱히 새로운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건 그저 에너지 구체일 뿐이었다.
핵융합 반응으로 내부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었다. 1초당 생산되는 에너지는 10만여 년 동안 지구를 작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달을 정복한 것과는 달리 태양을 정복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태양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더 대담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태양을 손에 넣는 것보다 더 건방진 생각이었다.
——영점 원자로였다.
태양 에너지는 어디까지나 핵융합이다. 그것 또한 원소를 소모해야 함을 의미했다.
하지만 영점 원자로는 달랐다. 영점 원자로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수만 있다면 "에너지"에 대한 인류가 가지고 있는 개념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었다. 모든 물질의 입자가 인류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곧 그것을 탐구하는 일원이 될 것이었다. 그게 바로 그녀의 심장이 이토록 거세게 뛰는 이유이기도 했다.
인간은 더 이상 태양을 정복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곧 태양을 초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라스트리스는 눈빛을 거두고 배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따라 걸어갈 뿐 다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비행장 옆에는 위성도시와 메인 도시를 연결하는 수로가 뚫려있었고 화물을 운반하는 수송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베라는 수송선을 점검해 보았다. 놀랍게도 여전히 작동이 가능했다.
퍼니싱 전쟁이 휩쓸고 지나 페허로 전락한 다른 도시와 달리 이곳의 시설은 생각외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베라가 수송선에 올라타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수송선이 작동되고 얼마 되지 않아 옆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다에서 기어나온 침식체들이었다.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