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에 있던 마지막 침식체를 처치한 뒤에야 베라는 비로소 경계를 풀었다.
하지만 마지막 침식체를 처치했음에도 도시의 침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침수는 침식체들의 기습과 관련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베라는 비행장을 살피더니 해상 도시의 구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 정도로 거대한 해상 과학도시가 어떻게 숨어있을 수 있나 했더니.
광학 스텔스, 광선 은폐, 레이저 흡수 코팅…… 게다가 잠행 장치까지.. 정말 어지간히 미친 자식들이네.
그래. 잠수, 잠수정처럼 말이지.
도대체 뭐가 잠수 장치를 건드린 거야…… 설마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건가?
밀실에 너무 오래 갇혀있어서 머리에 녹이 슨 거야?
의장 말대로라면 이 도시는 퍼니싱이 폭발하고 나서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됐어. 이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외부와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뜻이지. 그렇다면 아무리 많은 물자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지금까지 버틸 수는 없었을 거야.
게처럼 생긴 침식체들은…… 아마 근처에 있던 해저 공업 로봇들일 거야.
저 자식들은 잠수 장치를 건드릴 만큼 똑똑해 보이지 않는데?
그러니까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이 도시를 방문했다는 뜻이지.
어둠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베라는 날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수상 통로를 향해 걸어갔다. 높게 묶은 적색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냈다.
따라와. 상대가 누구건 이 도시가 완전히 잠기기 전에 입구를 찾지 못한다면 익사하게 될 테니까.
아, 하마터면 이걸 까먹을 뻔했네. 난 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연약한 인간 지휘관인 [player name]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어.
내가 네 멤버들처럼 목숨 걸고 널 구할 거라는 착각은 버려.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길 바랄게.
난 베라의 도발을 무시하며 다시 시선을 머나먼 바다로 돌렸다.
왠지 이번 수색 작전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