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얀 빛 속에서 크롬은 눈을 떴다.
눈앞의 광경과 소리는 마치 가식적인 밤의 장막처럼 혼돈 속에서 구별할 수 없었다.
낯익은 모습이 곁에 서서 정비대 위에 누워있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서 크롬이 의식적으로 내뱉은 호칭이다.
...
차츰 정신이 들면서 크롬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스미스씨.
구체적인 상황은 네 소대의 보고를 통해 들었다.
그래도... 윗선에 보고해야 합니다.
이 일은 나랑 반즈가 다 처리했어.
하산 의장은 본·네거트의 정보를 듣고 얼굴 표정이 안 좋았어.
다들 수고했어. 새로운 대행자의 등장은 좋은 소식이라 할 수 없지.
그래. 임무의 일은 나중에 말하고 너희들은 여기서 잠시 나가 주겠나. 크롬과 할 얘기가 있으니.
네??
카무이는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반즈에 의해 마지 못해 폐쇄 실험실에서 나왔다.
너희가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현재 연구 진행도를 동기화할게.
네가 떠난 뒤, 내가 기체를 다시 개량하고 구속 장치를 추가했어.
아시모프는 새로운 기체의 목을 가리켰다.
...
위치에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 바로 여기에 붙어 있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이건 역원 장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떼어내면 안돼.
그건 네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고 이탈과 오염될 확률을 감소키는데 도움이 될 거다.
고강도의 방해로 인해 의식의 바다가 이탈하게 된 후, 오염되거나 다른 증세가 나타나더라도 네가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게 컨트롤 해 줄 거야.
현재 영광 기체는 일상적인 작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태야. 앞으로는 예전처럼 동료들과 연결할 수 있어.
하지만 한 가지를 반드시 알아두어야 해.
확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호광 기체처럼 안전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공중 정원의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이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지.
그러나 전투 중 적의 방해와 충격을 받아 의식의 바다가 이탈하면 그에 따라 오염도 쉽게 발생하지.
심각한 오염이 발생할 경우, 이런 증상에 저항력을 가진 지휘관이 필요해. 그래야 너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어.
알겠습니다.
의식 오염에 저항할 수 있는 지휘관은 거의 없다고. 정말 알고 있는 거야?
"거의" 라고요?
...
이 정도의 중상을 입으면서 구조체의 한계성을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나?
내가 말했었지. 만약 네가 위험 없이 특화 기체를 적용할 수 있다면 네 선택을 인정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넌 그것 때문에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그 전까진 그 지휘관이 "쓸만한 것" 이라고 인정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우리의 체스판을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그때는 "하지만 네가 폰을 희생했더라면 더 빨리 결판이 났을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
현재에 집중하면서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저를 가르치셨죠.
저는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주워서 그 미래로 나아갈 겁니다.
…네가 가진 전부로 "스미스"를 넘어설 건가?
네, 저는 과거의 모든 걸 버리지 않을 것이고, 과거의 자신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그 누구 하나 버리지 않을 겁니다.
구하는 것이 곧 저를 구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네 전투는 전장에서 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갈 거다.
그 시선의 우리도, 언어의 속박도, 이익과 권력의 심연들 모두 네가 쉬는 밤에 찾아올 거고.
설마 전장에 나가지 않는 자들은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 백전백승의 지휘관조차 그 보이지 않는 밧줄에 의해 그 자리에 갇혀 버렸다.
한때 위엄했던 아버지가 무거운 표정을 짓자 크롬은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저는 이미 그 소용돌이 속에 서 있어요.
"크롬"이 되기로 그리고 "다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저는 몇 배의 대가를 치를 준비를 했습니다.
...
크롬, 나는 항상 결과와 방식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너의 이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소용돌이에 발을 들여놓은 결과가 이걸 줄 알면서도 왜 그걸 시도한 거지?
변화를 위해서요.
...
전에 누군가 너의 개조가 성공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칼날이 되든 칼을 쥔 사람이 되든 전쟁터로 나가는 이상 운명은 똑같다."
지금 나도 같은 말을 너에게 전해주지.
칼날이 움켜쥔 자에 의지하든, 잡은 자가 칼날에 의지를 하든, 중요한 것은 모두 주변에서 유용한 것을 줍는다는 것이다.
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크롬.
…칭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그동안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방금 수석 기술관 아시모프가 말한 걸 들었다. 처음 특화기체로 이동하면 높은 확률로 의식의 바다에 혼란이 발생한다고.
그래서 이 수술은 [player name]이(가) 필요해.
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이 일은 내게 맡겨라.
스미스, 하지만...
이건 너의 결심을 증명한 선물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일로 그 지휘관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난 그냥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보내 주려는 것 뿐이다.
오늘 이렇게 많은 손님을 접대할 줄 알았다면 사무실을 좀 더 꾸밀걸 그랬군.
그린스, 이번에 너를 만나러 온 건 의논할 일이 있어서다.
어? 상의?
현재 임무는 아주 긴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 [player name]의 상태도 정상이니 검사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보아하니 오늘의 손님은 모두 같은 목적으로 온 것 같네.
하지만 그 녀석의 마인드 표식이 오염된 건 분명한 사실이야. 설마 레븐쉬의 몸에서 일어난 일을 다시 일으키게 하고 싶은 건가?
이 점에 관해서 나는 [player name]을(를) 생명의 별로 이동시켜 치료받게 할거야. 자네 부하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산·의·장.
그는 비꼬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말했다.
우린 협력적인 관계여야 하지 않겠어? 그런 무례한 말은 하지마.
게다가 나도 충분한 증명 서류를 제출했으니 이 일은 좀 더 전문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마인드 표식 오염으로 아무런 침식이 없더라도 [player name] 녀석이 위험한 것은 변함이 없어. 만약 죄명이 확정되면 넌 지금 이 행동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까?
확정? 루나를 벌써 찾았나?
그럴 리가.
이런 일은 우리한테 너무 힘들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더 경험이 많지.
이전에 그레이 레이븐이든 지금의 그레이 레이븐이든 모두 승격자와 연관되어 있다니까.
내 부하는 전혀 쓸모가 없는 놈들이야. 승격자를 잡아도 어차피 그녀는 구출될 거야.
좋아. 내가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고 생각해 줘도 좋아.
오? 의장이 [player name]의 보증인이 되겠다는 건가?
그래.
그의 웃는 얼굴이 굳어졌다.
좋아, 좋아.
그렇게까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이미 많은 카드들을 손에 넣었다는 거군.
그렇다면 나도 의장의 체면을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
기왕 이런 보증을 섰으니 너와 오늘 날 찾아온 사람들을 봐서 [player name]을(를) 놔주지.
하지만 난 포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야.
만약 그 일이 결국 실행된다면, 그때는 재능 있는 지휘관에게 도움을 청해 함께 인류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거야.
...
이 눈부신 흰 빛 속에 머문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인식이 점차 흐려지고 있을 때 다시 승강문이 열렸다.
나오셔도 돼요, [player name]님.
아직 확실하진 않아요.
일단 여기서 나가시죠.
지친 몸을 이끌고 세리카의 부축을 받으며 과학 이사회 B3 구역으로 향하는 수송차를 탔다.
하산이 차 안에 앉아 있었는데, 보아하니 지휘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player name], 왔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듣고 싶나?
좋은 소식이라면... 앞으로 더 이상 "격리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나쁜 소식은 여전히 관찰 기간이라는 거지. 앞으로 자네를 감시하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을 거다.
나쁜 소식이라면... 더 이상 "격리 치료"를 받지 않아도 여전히 관찰 기간이라는 거지. 앞으로 자네를 감시하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을 거다.
적어도 이젠 거기에 있을 필요는 없어.
자네가 그 방을 나갈 수 있었던 건, 오직 자네가 나서야 수행할 수 있는 임무가 생겼기 때문이야.
하산과 세리카는 호흡을 맞춰 지휘관에게 상황을 빠르게 설명했다.
그래, 지금 일손이 부족한데 새로운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더군.
이번에 자네를 데리고 나온 것은 기체 교체 수술이 완료될 때까지 크롬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서네.
그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새로운 대행자는 매우 위험한 존재다. 게다가 우린 최근 대규모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교전을 피하는 게 좋지.
아래의 적조도 문제가 있다. 반즈의 보고서를 보면 지하 수로의 적조 농도가 옅지만 그래도 일정한 수준이라 한다.
코어 조각이 파괴된 것도 확인됐다. 어떤 힘이 적조를 유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남겨진 것은 팽창하지 않는 액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계속 미루다 보면 숨겨진 위험이 더 커지겠지.
아니, 나와 아시모프가 상의한 결과, 이 깊은 지하 구역에서는 소형 무기를 사용해 제거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네.
그곳의 건축 총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 남아있는 적조의 양도 우주무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매우 위험한 적에 맞서, 인해 전술로 필드 포인트를 배치하는게 만능은 아니라는 거다.
차징 팔콘 소대는 그 지역에 익숙하지만 크롬의 신규 기체는 아직 실전 테스트 단계에 있다. 그리고 이번 임무는 잠재적인 위험이 너무 커서 지휘관이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 대행자와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 멤버 한 명을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거 같네. 그리고 상대방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도록 가능한 한 은밀하게 행동해야 한다.
카무이와 반즈의 임무 보고에 따르면, 이 지역은 조용하고 비좁은 곳이다. 인원수가 많으면 오히려 너에게 불리할 수 있다.
너와 차징 팔콘 소대 외에 완전히 독립된 한 개 소대가 이 임무에 참여할 거다.
그들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 각자 자기 구역을 책임지면 되니까.
여유가 있다면 아래에 갇혀있는 21명의 구조체를 함께 데려와 주었으면 한다. 그들은 원래 주변 정찰을 보조하는 소대였으나, 수송기가 파괴되면서 잠시 지하도시에 숨어있네.
다른 문제가 없다면, 세리카에게 루시아 보고 수송기 앞에서 자네를 기다리라고 전하도록 하지.
편성 능력과 전투력을 종합해 봤을 때, 루시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거다.
하산과 세리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10분간의 운행을 거쳐 세 사람은 아시모프가 있는 폐쇄 실험실에 도착했다.
폐쇄 실험실 문에 들어서자 크롬은 마치 잠든 것처럼 조용히 정비대 위에 누워 있었다.
아직 깨어있는데, 침식과 손상이 더 심해지는 걸 막기 위해, 방금 크롬의 기체 전체를 휴면 모드로 설정했어.
하지만 그 전에 누군가 그와 확인을 해야 해서 임시로 호광 기체의 청각과 발성 모듈을 정비했어.
만약 할 말이 있다면 10분 정도 가능해.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모여드려 죄송합니다.
크롬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의 기체 손상은 이미 부하 상한을 넘어섰고, 이제는 각종 설비에 의존하여 의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의식의 바다는 이제 안정적이니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을 겁니다.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죠.
크롬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의 기체 손상은 이미 부하 상한을 넘어섰고, 이제는 각종 설비에 의존하여 의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격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임무를 실행하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산으로부터 특화 기체의 소식을 듣고 마음에 불안이 상승했다.
아시모프의 연구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영광 기체는 여전히 많은 불안정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기억 재생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순간 루시아가 막 기체를 교체한 후의 흐릿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지휘관님이 여기 계시잖아요.
그럼 제가 지휘관님을 찾을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크롬의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의심할 여지없는 확고함이 묻어났다.
물론이죠.
그런 상황을 대비하여, 많은 예비 방안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뭔가 느낀 듯 갑자기 긴장감이 감도는 듯 했다.
허락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도의 형식이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크롬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이제 시간이 없어. 시작하자.
이것으로 두 번째 특화 기체 교체군..
아시모프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 했을지는 몰라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우 기체 때보다 불안정한 요소가 더 많아.
크롬의 의식의 바다가 편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상적인 연결 외에 너와 크롬의 의식의 바다를 더 밀접하게 결합할 필요가 있어.
내가 이 기계를 통해 너를 크롬의 의식의 바다로 잠입시키고 심층 연결을 진행할 거야.
그로 인해 너는 그의 현재 생각과 상태를 볼 수 있게 될 거야.
네가 오기 전에 알려줬어.
연결에 성공할 때까지 버티면 그 이후에는 안정될 거야.
문제 없으면 저 비어있는 정비대에 누워.
반드시 그를 데리고 돌아와야 해.
질문할 틈도 없이 의식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
혼란스러운 의식의 바다에 떨어져 어두운 공간 속에서 한 금발의 어린 남자아이가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난 누구? 여긴 어디지?
이런 기본적인 질문조차 대답하지 못한 채 그 남자아이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합격입니까?
...어떤 목표를 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마치 새장에 있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아 서로 맞춰 완벽한 자신을 만든다...
마치 절망 속에서 찾아 헤매는 스캐빈저 같았다.
"...쓸모없는...것은..."
"제대로 감사해라... 만약..."
"그... 공상가..."
연결... 합격...
그의 발걸음과 함께 수많은 잠꼬대 같은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에서 메아리쳤다.
말의 완전한 내용까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한 마디만으로도 악의가 뒤섞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스미스가 된다. 스미스가 된다...
차마 들을 수 없는 잡음을 지나면서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비틀거렸다.
나는 될 수 있어...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 근데, 난 누구지?
공간은 심하게 흔들렸고, 이대로 계속 간다면 그는 자의식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그는 위에 있는 마인드 표식을 눈여겨볼 수 없었다.
나는 누구지...
남자아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전해져 오는 잡음 속에서 떨리고 있었다.
나는...
크롬?
... 미래의... 이름?
혼탁한 악의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은 것처럼, 그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인드 표식...
그는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 위에 있었구나.
남자아이는 손을 내밀어 저 멀리 별을 쫓으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뛰어올랐다.
고맙습니다...
어두웠던 공간이 점점 밝아지면서 금세 화려한 홀로 변했다.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여기서 지휘관님을 만난다는 것은 기체 교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겠네요.
그의 주변에는 꽃과 화려한 음식의 환영에 둘러싸여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죄송합니다……금방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분명 폐를 많이 끼친 것 같군요.
여기는……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휘관님과의 심층 연결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제 의식 이탈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건 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1초씩 지날 때마다 한 걸음 뒤처집니다.
저는 꼭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먼저 다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지휘관님은 사람과 구조체는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신분이든 신체 구성이든 구조체는 사람과 달라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는 꽃과 장식의 환영을 통과해서 곧바로 이쪽으로 걸어왔다.
사람들은 구조체의 전투 능력을 두려워합니다.
실권을 잡지 못한 개인도 쉽게 도구로 취급됩니다.
소문, 편견, 오만, 이대로라면 사람들은 서서히 파멸에 가까워질 뿐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런 예를 수없이 보고 들었고 경험해 본 적도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선 지휘관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문과 편견이 최종적인 "결과"라면 "원인"을 찾기 전까지 이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 말을 크롬에게 전하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이 분쟁에 들어서서 "원인"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해결할 겁니다.
역사를 조금만 알면 어느 시대든...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발전할 수 있는 한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의 확고한 표정을 보니 가끔 읽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수많은 고난을 겪고, 수많은 생사와 이별을 목격한 영웅은 여전히 가장 험난한 길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이 결코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그들이 출발하는 순간부터, 어둠과 얽힌 시간이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걱정 마세요. 이건 저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지휘관님은 앞으로의 저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그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려한 홀은 점점 희미해지면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슬슬 끝나가는 것 같네요.
네.
...
흐릿한 시야 속에서 크롬은 견고한 미소를 지었다.
Video: 크롬 기체 교환
그것은 따뜻한 빛이었다.
어두운 난류 속에서 크롬은 등대처럼 따뜻한 빛을 보았다.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출발해야 한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
다시 눈을 뜨니 머리 위에 불빛은 여전히 익숙했지만 위치가 약간 변해 있었다.
크롬은 주위를 둘러보니 아시모프, 계속 도와주던 반즈,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카무이 그리고 [player name]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들었다. 신기한 가벼움과 힘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금속을 뚫을 수 있는 깃털을 들어올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크롬은 알고 있었다. 이 느낌은 의식의 바다가 이탈하고 있다는 초기 신호이며, 기체 교환 후 몇 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현상이다. 이대로 계속하면 곧 자신의 기체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의식의 바다에 있는 마인드 표식을 주시했다.
의식의 바다가 안정되자 크롬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떴다.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player name]님, 감사합니다.
난 그냥 리더를 옮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카무이는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크게 흔들었다.
아, 맞다. 카무한테 리더에 대해 이야기 하니까 그제서야 안심하더라고!
감사의 말을 하고 싶으면, 반즈에게도 고맙다고 해줘.
그는 다가와 반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맙다, 반즈.
아니야...
전부 아시모프 덕분이야.
이 감사의 대화는 다소 무뚝뚝했지만 크롬은 생명의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 결과를 얻은 것으로 충분해. 이런 발전을 위해서는 엄청난 고생이 필요하니까.
그는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을 한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 다음 임무가 남아있지?
맞아. 적조를 제거해야 하고 그 밑에 갇힌 사람을 구해야 해.
우주무기는 다시 사용할 수 없으니, 적조를 제거하려면 이걸 가져가.
아시모프는 조금 전에 운반되어 온 상자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수백 개의 원반 형태의 물체가 들어 있었다.
이건 플라즈마 용광로를 개념으로 개발된 소형 무기야. 중합 고엔탈피 증로라고 하는데 사용 조건이 까다로워 평소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사용하려면 많은 양의 전력과 폐쇄 공간이 필요해.
이건 그 하수도에서 사용하기 딱 좋아. 설치가 적합한 위치만 찾으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해 아래의 적조를 증발시킬 수 있어.
들어보니 괜찮은 것 같은데!
이미 개량했지만 밀폐된 환경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높아.
아시모프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구멍이 뚫린 곳이 있으면 너희가 그걸 어떻게 막아야 할지를 생각해야 해.
차징 팔콘 소대의 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제자리에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탈출할 때 괜한 짓을 한 것 같네.
...작은 문제는 너희들에게 맡길 게. 이제 난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밀실에서 몇 시간 동안 쉴 거야.
하지만 기체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다시 이곳에서 날 찾으면 돼.
그럼 이제 출발할까? 리를 만나러 갈까?
앗싸!
그는 활기찬 골든 리트리버처럼 순식간에 방을 뛰쳐나갔다.
축하하네. 특화 기체 연구가 마침내 새로운 단계에 접어 들었고, 자네의 연구는 드디어 결실을 맺었군.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 루시아의 기체와 마찬가지로 특화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그 문제가 있는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아우 기체가 승격자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녀와 알파의 데이터에 원래 호환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체로 바꿀 경우 위험성과 효과는 예상과 다르죠.
그것을 근거로 하여 크롬의 기체는 아우의 전투 데이터 샘플을 채집한 다음, 2차 개량을 실시했죠.
부정적인 요소를 줄이기 위해 휴머노이드 기체의 기본 논리를 도입하고 표준치를 초과하는 데이터를 결합했어.
하지만 이 기체는 여전히 의식에 큰 부담과 영향을 줄 겁니다.
그렇군. 그들이 가져온 데이터를 이용해 승격자의 기체를 모방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여전히 멀고도 먼 일이지.
하지만 휴머노이드의 기본 개념을 사용하고, 승격자 데이터를 가진 구조체를 모방해 다시 개선한 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지.
루시아는 요즘 문제 없나?
정기적인 "기체 유지 보수" 보고서를 보면 아직 이상은 없습니다.
쇼메가 남긴 자료를 통해 개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player name] 이외에 보험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 좋겠군.
감성적인 것보다는 기술 지식이 더 확실하니 말이야.
필요하면 "겨울 계획"에서 남겨진 장치를 빌려오겠네.
그때 그게 일으킨 문제를 잊었나?
하지만 그것이 가져온 이익도 부정할 수 없지 않나.
...
이런 이야기는 우리끼리 하지. 아시모프는 오랫동안 쉬지 못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