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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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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생사의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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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의 배경이 산산조각 나면서 반짝이는 불빛 속에 본·네거트의 모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롬

시각 모듈이 방해받았어...!

본·네거트

오? 그 뿐인가요?

얼떨떨한 사이에 귀를 찌르는 수많은 경보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의식 이탈 수치 31.217%"... "기록 삭제됨"

본·네거트

마음 속에 있는 공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

원래 정말 존경했었는데 이제 미래가 없는 도구일 뿐이군.

시뮬레이션 연결 중.

의식 이탈 수치 30.316%

???

그를 최전선에 세워! 어차피 의식 회수 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어!

기록 삭제.

시뮬레이션 연결 중.

???

아무래도... 수석은 랭스턴이 아닌 것 같군.

기록 삭제.

시뮬레이션 연결 중... 시뮬레이션 연결 중... 시뮬레이션 연결 중...

미친 듯이 울리는 경보 속에서 점차 회복되었고 이때 크롬은 자신이 적색 경고창 상태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두려움이라기보단 그건 기억 속에 새겨진 혐오였다.

요한

"스미스"는 전부터 완벽한 괴물이었지. 널 데려와 내 아들로 삼는 것 또한 널 스미스로 만들고 완벽한 "내"가 되기 위해서다.

크롬

아니, 아니야...

요한

랭스턴, 내 아들로서 무엇을 하면 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크롬

난 이미 정해진 속박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났어.

???

너에게는 재능이 없어. 모든 노력을 다해도 보답받지 못할 거야. 예전과 다름없이.

크롬

아니, 난 이미 가장 소중한 보답을 받았어...

???

너의 동료는 대행자에 의해 하나씩 산산조각이 날 거고, 존경하는 자는 함정에 빠져 죽게 되지만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귓가에 들려오는 잡음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크롬은 침묵 속에서 무기를 잡았다.

???

그들을 보호하고 싶나? 너를 떠날 운명인 그들을 보호할 건가?

구조체는 많은 이들에게 편리한 도구일 뿐이야. 너도 그런 것들을 봐왔을 텐데...

구조체가 된 순간부터 넌 이미 패배자야.

수석이 될 수도 없고, 심지어 진짜 지휘관도 아닌 지금의 넌... 단지 도구일 뿐이야.

의심. 부정할 수 없는 의심. 이건 긴 임무와 전투 중 머릿속에서 스쳤던 의심이기 때문에, 벽 모퉁이의 거미줄처럼 마음속에 쌓여 있었다. 지금 또 어떤 힘에 현혹되어서 증폭되고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번개는 크롬의 강한 결심과 함께, 눈앞의 어두운 시야를 밝혔고, 그 잡음들도 이 일격에 찢겨, 정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곧 잡음 대신 경고음이 다시 울렸고 그의 시야는 일그러진 선홍색으로 가득 찼다.

익숙했던 고통들이 신경을 잠식하면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경고, 의식 과부하. 경고, 의식 과부하. 경고, 의식 과부하. 경고, 의식 과부하. 경고, 의식 과부하.

???

넌 재능이 없어. 그리고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렸지. 그는 아마 네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거야.

잡음을 깨뜨리는 결과를 무시하고, 크롬은 다시 큰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확고한 부정, 견고한 통증, 모든 것이 그의 선택을 비웃는 것 같았다.

기억 속의 그 혐오스러운 것들은 매우 낯익은 따끔따끔한 통증으로 손가락 끝을 파고들면서 온몸의 말초 신경부터 맥박을 따라 움직이며 숨을 쉴 때마다 칼끝처럼 뼈를 도려냈다.

???

네가 선택한 길의 끝은 아무것도 없어.

——호흡을 잠식하는 극심한 통증에 번개는 다시 그의 결심을 가지고 어두운 공간을 갈랐다.

???

...

지면이 경미한 진동을 일으켰다. 누군가 근처에서 큰 웃음을 터뜨린 것 같았다.

크롬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면 너는 더 이상 내 눈과 귀를 방해할 수 없겠지.

감각으로 밖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크롬은 단호히 결정을 내렸다.

???

...

지면이 또다시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크게 웃고 있던 자가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위압감이 왼쪽에서 빠르게 다가왔다. 그 위압감이 무엇인지 꼭 말하자면 칼날이 휘날릴 때 부는 바람이었다.

——띵!

낫이 어떤 금속과 심하게 부딪쳐 일어난 진동이 크롬의 손바닥에 전해져 손가락 관절이 잠깐 동안 저렸다.

평소 그의 인내심으로 볼 때, 크롬은 이 정도의 진동으로 인한 통증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각과 청각 모듈이 꺼진 상태에서 전투의 민첩함을 유지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자신의 모든 감지 모듈의 감도를 높인다.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하더라고, 아니... 눈과 귀가 막힌 지금, 의식의 바다 안정을 위해 통증은 필수다.

매서운 바람이 좌우 양측에서 몰아치자 크롬은 몸을 옆으로 돌려 왼쪽의 기습을 피하는 동시에 낫으로 오른쪽의 칼날을 막았다.

크롬

...잡았다!

상대에게 잠시 틈이 난 순간, 크롬은 번개 에너지를 모은 낫을 칼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휘둘렀다.

크롬

명중했군!

정확하게 명중한 느낌은 있었지만, 상대는 생물이 칼에 찔린 뒤 몸부림치는 활동 패턴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마치 차가운 돌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롬

벽인가? 아니... 이 촉감은... 방어 필드?!

???

...

낫이 명중된 곳에서 누군가 대답을 했다.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크롬은 소리의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뒤로 물러나려 하자 손에 든 무기는 어느 힘에 의해 그곳에 고정되었고, 크롬의 목에는 한 거센 질식감이 몰려왔다.

몸이 퍼니싱에 침식되고 있는 것처럼 몇 배나 예민해진 감각으로 피부가 벗겨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크롬은 여전히 홀로 어둠 속에서 몸부림쳤다.

크롬

절대 이럴 수 없어...

무기를 꽉 움켜쥔 그는, 부러진 손가락 마디의 고통도 이제는 느낄 수가 없었다.

고정된 필드에서 무기를 탈환한 크롬은 자신의 목을 조른 자에게 온 힘을 다해 일격을 날렸다.

칼끝이 상대방을 명중하려는 그 순간, 그는 크롬을 풀어주고 재빨리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몸을 억제하던 손은 떼어냈지만, 크롬은 침식과 극심한 고통의 이중고에 한동안 행동력을 잃었다.

상대 발걸음의 미세한 진동감이 다시 다가오기 직전 대량의 퍼니싱을 가진 개체가 재빨리 후방에서 다가와 그와 싸우기 시작했다.

크롬은 자신에게 숨을 돌릴 틈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상대가 빠져나간 틈을 타 몸을 돌려 동료의 위치를 찾았다.

크롬

카무이... 반즈...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그는 동료들이 있는 대략적인 방향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몇 걸음 나아갔다. 곧 떨리는 호흡이 왼쪽에서 그의 부러진 손가락 끝에 닿았다.

??

...

크롬

누구... 반즈...?

크롬은 상대방의 뺨을 따라 쓰다듬으며 어렴풋이 반즈의 윤곽을 알아봤다.

크롬은 그의 어깨를 잡고서야, 그가 계속 전술 가방에서 휴대용 주머니의 단추를 열어보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반즈는 과연 무엇을 본 걸까?

환상에 잠겨 몸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없게 됐는데도, 휴대용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분명 반즈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일 것이다.

크롬은 그를 도와 휴대용 주머니의 그 번잡한 단추를 열어주었다.

...무사히 돌아간다면 반즈를 위해 반드시 열기 편한 휴대용 주머니를 하나 신청해줘야겠군.

이런 사소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 멀리서 싸우던 진동이 사라지고 대신 바닥 아래서 지진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방금 뒤에서 빠르게 다가온 개체가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와 멀지 않은 곳에서 멈췄다.

크롬

...카무?

??

...

지하에서 전해지는 진동감이 커졌다. 다시 눈과 귀에 방해받을 위험이 있음에도, 크롬은 주저하지 않고 차단했던 모듈을 즉시 복구했다.

어두운 시야에서 점차 회복되고 청각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위를 둘러본 크롬은 평소 늘 웃고 있던 카무이의 얼굴에 괴로움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

카무이

코야... 코야!!!

카무이 너, 정신 차려!!

카무는 얼떨떨한 상태의 카무이에게 격렬하게 두 주먹을 날렸고, 그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을 보고 다시 그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옆에 있던 반즈는 겨우 깨어난 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카무이를 바라보았다. 덜덜 떨리는 팔로 빈 주사기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건 방금 그가 휴대용 주머니에서 꺼낸 것이었다.

...얘도 아픈 기억이 있을까?

정신 차려!!

카무에게 머리가 휘청거릴 때까지 흔들렸던 카무이가 비로소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눈을 비볐고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크...

앞의 컴컴한 지하 수도를 보고 비로소 환각에 빠졌다는 걸 알아차린 카무이는, 일어나 눈살을 찌푸린 카무에게 때아닌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 언제 돌아온 거야?

방금. 오니까 대장을 제외하고 전부 바닥에 누워있었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한 달 전 게임 장면에 갇힌 나를 발견했어.

...

설마 모두들 그랬어?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모두 그 대행자에 의해 방해된 것 같다.

휴우... 아무튼 현실이 아니라면 됐어!

...

하지만 그는 곧 방금의 환상에서 뭔가를 떠올렸고, 얼굴의 웃음도 빠르게 사라졌다.

아니... 그게 현실이야...

크롬은 카무이가 깨어나자 슬그머니 숨을 돌리며 자신의 감지 모듈 감도를 정상 범위로 끌어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생긴 상처와 통증은 보통 구조체가 견딜 수 있는 최대치를 넘었다.

...맞아, 그 녀석은?

모두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본·네거트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바닥의 굉음만이 카운트다운처럼 죽음을 알렸다.

갑자기 땅이 움츠러들면서 틈이 벌어졌고 적조가 순식간에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적조는 역시 아까 그것뿐만이 아니었어!

전보다는 얇아졌지만 그래도 일정량이 있어.

어서 여기서 철수한다!

네 명은 빠른 속도로 출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지금의 속도로는 곧 후방의 적조와 수도에 도사리는 이합 생물의 협공을 피할 수 없었다.

카무, 반즈와 카무이를 엄호하면서 먼저 가도록.

뭘 하려는 거야?

적조를 최대한 차단한다면,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나도 너와 함께 할게. 어차피 난 적조도 무섭지 않아.

방금 여기 오는 길에 몇 개의 장치와 비밀 통로를 발견했어. 때가 되면 길 안내도 해줄게.

대장!

어차피 말려도 안 듣겠지. 반즈! 우리는 앞으로 가서 길을 열자!

...그것도 괜찮지만 우선 너희들은 철수해라.

걱정 마! 우리 갈 거야.

...알았어. 꼭 무사히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