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서가 거대한 원형 장치에 들어가자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승강기인 것 같았다.
이건 화서가 판 함정일까요?
적의 소굴에서 완전히 안전한 곳은 존재하지 않아. 화서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모두가 망설이던 순간, 플랫폼이 미미한 진동음을 내더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망설일 시간은 없어. 지금 바로 올라가지 않으면 늦을 거야.
전속력으로 돌진해!
승강기가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싸움을 벌이는 승격자가 있는 밑을 향해 내려갔다.
롤랑은 목을 노리고 베어 오는 알파의 칼날을 간신히 피해지만 칼과 함께 날아온 칼날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심각한 상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롤랑은 실력차를 깨닫고 식은땀을 흘렸다.
계속할 거야...? 지금 그만둔다면 놔줄게.
계속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멋대로 날 "배신자"라고 생각해서 죽이려고 한 거니까.
넌 아직 루나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놔주겠지만...굳이 지금 죽고 싶은 거라면 그 소원을 들어줄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
그레이 레이븐을 목표 지점까지 유인했습니다.
화서의 차가운 알림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최하층에 도착하자 녹슨 톱니바퀴가 큰 소리를 냈다.
진짜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 같으니 난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아, 내 충심을 나타내는 뜻으로 작은 조언을 하나 주도록 하지..
루시아를 조심해.
지금 나더러 그녀를 경계하라는 거야?
그녀는 강해질 거지만, 당신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거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내가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이건 비웃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야.
알파의 검광이 롤랑이 닿기도 전에 롤랑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몸을 뒤집어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혼자 남은 알파만이 승강기에서 내린 네 사람을 바라봤다.
그레이 레이븐...루시아...
네가 또다시 실패를 되풀이하기 전에... 고통 없이 없애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