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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취서체의 꼭대기에 있는 투명한 에너지 코어에 있는 루나를 발견했다.
순환 도시에서 만났을 때 루나가 승격자라는 것에 놀랐다. 뇌의 사고가 마치 얽힌 실뭉치처럼 의식의 바다를 혼란에 빠뜨렸다.
퍼니싱을 조종하는 승격자 리더는 기억 속의 자신의 손을 잡았던 어린 소녀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동생"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깨져버렸다.
루시아는 지금 같은 상황에 와서야 현재 루나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개조되고 퍼니싱에 의해 변화된 그녀의 몸에서는 더 이상 그 작은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루시아는 그리움을 느꼈다.루나는 혼자 잘 때 항상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먹을 것을 찾으러 나선 언니를 기다리다 지쳐 낡고 오래된 인형을 안은 채 악몽에 시달리는 루나의 얼굴. 불안하고 속눈썹에 눈물이 맺힌 채 잠든 그 얼굴.
살며시 손을 잡고 끌어안으면,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언니의 품속에서 편히 잠들었다.
하지만 지금 두 눈을 감고 있는 루나는 캡슐에 갇혀 사지가 취서체의 촉수에 단단히 속박된 상태였다. 눈 앞에 있는데도 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두 눈을 감고 있는 루나는 육성 캡슐 기기에 있는 것처럼 사지가 취서체의 촉수에 단단히 속박된 상태였다. 가까운데도 닿을 수가 없었다.
강한 힘을 지닌 "대행자"가 됐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런 아슬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루시아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결국 루시아는 참지 못하고 그쪽을 향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루나!!!
고개를 끄덕인 루시아가 태도를 들어 코어에 찔러 넣으려는 순간...
――!!
휙 하고 스쳐 지나가는 광풍처럼 날카로운 낫이 루시아가 든 오른팔에 스치면서, 루시아를 취서체 코어 플랫폼의 가장자리까지 날려버렸다.
가브리엘 곁에 나타났던 새하얀 인간형 이합 생물이였다. 이합 생물은 날개를 펼쳐 루시아의 앞까지 유유히 내려왔다.
저리 비켜!
루시아는 이합 생물을 향해 칼을 휘둘렀지만 거의 비슷한 각도와 자세로 그것들을 상쇄해버렸다. 단순히 힘을 겨루는 거라면 이합 생물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 같았다.
내 기술을 따라 하고 있어...
그 누구도 퍼니싱에서 태어난 이합 생물에게 정말 "자아 의지"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칼을 휘두르는 걸 따라 하는 것뿐이라면 의미가 없어.
숨을 깊게 들이쉰 루시아가 태도를 다시 잡은 후 처음 보는 자세를 취했다. 마치 여러 명의 싸우는 구조체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았지만,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것 같았다.
내 칼로 그걸 깨닫게 해주겠어. 그리고...여기서 널 쓰러뜨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