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적을 제거하는 속도보다 이합 생물이 부화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 이대로 가다간 끝없는 소모전에 빠지고 말 거야.
나와 리브가 여기서 길을 뚫을 테니, 루시아 넌 지휘관님을 데리고 돌파해 코어로 향하도록 해.
네. 저와 리는 모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니, 루시아의 능력이라면 그들의 포위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아는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부탁할게, 리, 리브.
지휘관님, 뛸 수 있겠어요?
안심하라는 듯 루시아를 보며 가슴을 툭툭 때렸다. 그 말을 들은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칼을 잡고 자세를 취했다.
새로운 이합 생물 무리가 접근해오고 있어요!
루시아, 가!
지휘관님, 이곳은 리브와 리에게 맡기고 우리는 계속 나아가요!
비록 수많은 적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지만 루시아는 믿었다. 그녀 뒤의 총탄과 빔이 모든 장애물을 소탕해 버릴 거라고.
알파와 가브리엘이 싸우고 있는 동안 롤랑은 코어 구역의 다른 편의 지하 깊은 곳에 도착했다.
앞을 가로막는 이합 생물은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지만, 휘둘리는 사슬검의 검광에 온몸이 조각나버렸다.
...크헉.
가슴 쪽에 막혀 있는 순환액을 토해낸 롤랑은 눈앞의 우뚝 서 있는 괴물을 조용히 바라봤다.
……
아, 드디어 찾았네. 역시 가브리엘이 여기에 숨겨뒀구나.
알파가 가브리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덕분에 여기까지 찾아올 기회를 얻은 건데...그쪽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
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새하얀 이합 생물이 멀지 않은 위쪽에서 조용히 떠 있었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 마치 조각상 같았다.
가브리엘이 날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그로부터 얻은 정보만으로도 너의 존재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어.
언제나 신중한 가브리엘이 취서체를 제어하는 단말기를 하나만 남겨둘 리가 없지. 너의 그의 보험인 셈이지.
가브리엘의 움직임을 계속 세심히 주의해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외에는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을걸?
음...지금쯤 그레이 레이븐은 루나 아가씨를 지키고 있는 또 다른 "너"를 찾았을 거야.
아니면 "자매"라고 해야 하나? 음... 너희 같은 걸 인간의 규칙에 따라 불러도 되는 건가?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 너와 취서체 또한 "공생" 관계라는 거지.
널 해치우면 취서체는 단말기를 하나 잃게 되니 잠시 혼란에 빠지겠지. 네 "자매"도 그에 영향을 받을 거야.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고, 그레이 레이븐이 그 기회를 잘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롤랑이 무기를 들자 마주 보고 있는 이합 생물은 위험을 감지한 것처럼 날개를 펼치며 두 눈에서 위협적인 붉은빛을 발했다.
그래...내가 승격자라도 너에게 살의를 조금이라도 드러내면 망설이지 않고 날 도륙하겠구나. 그래도 네가 자라온 모습을 봐왔는데 이렇게까지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이야.
쉽게 죽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거든.
네 "자매"가 그레이 레이븐과 싸우기 시작하면 나도 너랑 놀아줄게.
가엾은 창조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