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끈질기네. 좀 봐주는 것도 좋잖아?
그런 어렵겠어.
리는 흘겨보다가 반사된 적색빛을 발견하고 직감에 따라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너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
라미아가 제어한 이중합 결정체가 옆의 절벽에서 빠르게 발사되어 방금 서 있는 곳에 박혔다. 리는 모든 사람이 비교적 안전한 위치에 서 있는 걸 확인한 후, 주변 중 공기가 이상하게 왜곡된 곳을 향해 총을 세 발 쐈다.
악!!
그 동시에 라미아가 멀지 않은 암벽에 나타났다. 오른손이 검게 타버렸는데 이를 악물고 리를 노려봤다. 그녀는 처음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네 진짜 목적은 이거겠지.
리의 손끝에서 유광이 반짝이는 새하얀 큐브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전에 롤랑한테서 받게 된 화서의 비밀 코드였다.
그는 비밀 코드를 루시아에게 건넨 후 총을 들어 라미아를 조준했다.
흐음... 역시 직감이 뛰어난 녀석은 성가시다니까.
화서의 비밀 코드를 또다시 승격자에게 넘길 수는 없어.
승격자...? 쳇,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걸로 되겠어?
무슨 뜻이지?
음... 이 이상 말하면 혼날지도 몰라. 그래도 너희보다는 그 녀석이 조금 더 무섭거든.
날 아무리 경계해봤자 난 원하는 것을 무조건 얻을 수 있어. 게다가 이번에는 날 찾아내지 못할걸?
위협하는 것처럼 모두를 향해 혀를 내민 라미아는 또다시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라미아가 방금 생성한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결정체가 발 밑의 적조로 떨어졌다. 일행은 그제야 방금의 전투로 취서체가 있는 플랫폼의 반대편까지 유인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퇴로가 끊겨버리다니... 죄송합니다. 결국 놓쳐버렸어요.
네...하지만 이제 라미아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게 됐어요.
지금 얻은 정보만으로는 추적하기 어려워. 게다가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잖아?
...그래. 그래도 취서체 밑쪽으로 향하는 통로에 도착한 데다, 이 앞은 딱히 길을 가로막는 건 없는 것 같아.
하지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라미아는 이상할 정도로 파오스의 창을 이해하고 있어. 아무리 위장이라고 해도... 공중 정원에서 처음으로 실전에 도입한 시스템을 이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는 건 이상해.
알파처럼 화서가 알려준 게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도 난 여전히 무언가 이상한 것 같지만...
뭐, 지금 생각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으니, 계속 나아가자.
후우...실패네. 몰래 뒤쫓아 기회를 봐서 화서를 되찾을 수밖에 없겠어.
넌 말이 너무 많아.
...알겠어. 정말 웃겨서 그런 거야. 그 녀석은 네 형이지? 화서를 원한다면 직접 달라고 하는 게 어때?
아니면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거야...? 후후, 인간은 자신의 가족도 속인다고 하지. 정말 무서운걸?
...네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은 없어. 네 임무나 완수하도록 해.
그럼 그 취서체에 가까이 가야 된다는 거잖아...? 후우...
이렇게 위험한 임무를 돕기로 했으니 나와 약속한 것은 꼭 줘야 해. 절대 어기면 안 돼.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물론 내가 원하는 것부터 줘야 하겠지만.
그럼 됐어. 몰래 붙잡힌 척하는 것도 힘들다고. 게다가 그레이 레이븐을 위해 퍼니싱 농도를 수용 가능한 범위까지 제어해야 하잖아...
그래? 꽤 즐거워 보이는 것 같은데?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