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지 마...
쓰러진 루나가 점점 무너지면서 흩어져갔지만, 루시아는 여전히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날 용서해줘... 난 이곳에 남을 수 없어.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그리고 현실의 너를 만날 거야. 이번에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너와 함께 맞서겠어.
하지만 그 세계의 루나는 나쁜 아이여서... 언니랑 다시 만날 수 없어...
괜찮아... 언니가 반드시 널 찾으러 갈게.
정말? 하지만 루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어. 어두워서 무서워...
무서우면 잠들 때까지 내 손을 잡고 있어.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게.
루나는 루시아의 품에 기댄 채 루시아의 손을 꽉 잡았지만, 점점 투명해졌다.
그럼 약속이야...언니...무슨 일이 일어나든 루나의 곁으로 돌아와야 해... 이렇게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이름을 불러줘야 해...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기억 속의 어린 루시아와 손을 잡은 채 멀어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조금씩 멀어지면서 의식의 바다 깊은 곳으로 돌아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한 척하는 나든...
생존과 임무를 위해 병기가 되어버린 나든...
수많은 배신을 겪고 모든 사람이 나의 적이 된 나도...
새로운 그레이 레이븐과 지휘관을 만나 더 이상 망설이지 않게 된 나든...
슬픈 과거, 고통스러운 선택, 상냥한 친절...이 모든 것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거야.
진심으로 인간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거야?
앞이 온통 어둠뿐이라고 해도 일말의 희망을 믿을 거야.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모든 것을 알게 된다고 해도.
루시아가 몸을 돌려 의식의 바다 공간의 출구를 향해 꿋꿋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