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는 위쪽의 마인드 표식을 바라보며 어두운 의식의 바다속 심연에서 필사적으로 위로 올라갔다.
기억에 남은 미련을 뛰어넘고 메울 수 없는 과거의 후회를 받아들이자 그녀는 의식의 바다가 분기점을 넘어 융합되기 전에 심층에서 빠져나왔다.
...다행이다! 융합이 분기점을 넘지 않았어! 의식이 뒤덮이지 않았어!
하, 이번에는 그렇게 잘 될까?
루시아가 소리가 전해지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알파가 분노에 찬 얼굴로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결 다리가 없었다면...
무기를 꽉 쥔 채 자신의 에너지와 분노를 칼날에 모으자 드물게도 그녀의 얼굴에 피곤함이 깃들었다.
너도 의식의 바다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은 거지?
의식의 바다가 완전히 융합되기 전까지 우리는 묶여 있는 밧줄처럼 서로가 연결되어 있어.
의식의 바다가 흔들리면서 들려온 소리는... 역시 너였구나!
무엇을 들은거야?
아니, 어차피 지금 죽을 자에게 무엇을 듣든 아무 소용이 없겠지.
알파는 그녀의 모든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무기를 들어 루시아를 향해 휘둘렀다...!
태도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알파의 불꽃이 가볍게 억눌렸다. 에너지를 아무리 모아도 불꽃은 그녀의 몸만 둘러싸고 밖으로 퍼져나가지를 못했다.
이럴 수가!
알파, 후회를 극복하지 못한 건 너야.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 뭘 후회할 일이 있단 말이야?
넌 그저 후회를 원한으로 바꾼 것 뿐이야.
원한에 사로잡힌 자는 미래로 향할 수 없어. 지금의 넌... 나의 공격을 절대 막아내지 못해!
싸늘한 빛이 루시아의 태도에 모였다. 고개를 들고 알파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의식의 바다를 연결해 날 견제하려고? 그럼 이걸 받아내 보든가!
네 뜻대로는 안 될 거야!!!
서리의 숨결이 모인 칼날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꽃과 함께 떨어졌지만, 알파는 막지도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루시아를 끌어안았다.
태도가 알파의 몸을 관통했다. 의식의 바다에서는 상처를 입어도 현실의 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래도 정신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게 분명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야?!
알파는 대답하는 대신 루시아의 허리와 목을 잡은 채 의식의 바다에 존재하는 분기점에서 뛰어내렸다.
알파?! 설마 또 의식의 바다 심층에 들어갈 생각이야??!
너의 희망은 널 구원해주지 못해! 과거의 진실에 빠져 죽도록 해!
알파의 엄청난 증오에 호응하는 듯 의식의 바다는 격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조각이 떨어져 나가며 두 사람 주변에 쏟아져 내렸다.
난 과거에서 도망치려는 게 아니야. 배신당했다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바꾸고 싶은 거야!!
너도 그걸 바꾸기 위해 승격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 거잖아?
두 사람은 서로 엉키면서 또다시 의식의 바다 심층으로 떨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