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폭동이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전처럼 잔해가 되어버렸다.
지휘관님이 응답하지 않는 건 이상해. 무롤, 진, 빨리 안전 지점으로 가보자.
...저런 말을 했었던 게 기억나. 하지만...
그리고 이곳의 허상은 루시아 기억 속의 위화감을 채워나갔다.
루시아... 먼저 가...
지휘관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위험해... 우리도 그곳에서 도망쳤지만...
너희들을 여기에 버리고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무롤과 진의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온 힘을 동원해 그 중의 한 사람을 업고자 했는데, 바로 그때 계속 연락이 닿지 않던 옛 지휘관과의 통신이 드디어 연결됐다.
...루시아!
그는 마치 격전을 치른 것처럼 숨이 거칠었다.
지휘관님! 무롤과 진이 모두 중상을 입은 상태에요. 지원이 필요해요!
안 돼...!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잔인하겠지만 그들은 그곳에 남겨두고 와.
누군가에게 기습당했어. 빨리 돌아와 지원해줘!
대원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괜찮아... 나와 진은 지금 의식 회수를 할 테니...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의식 회수라니? 하지만 그 기술은 아직...
걱정 마. 기껏해야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잊어버리는 것뿐이야...
진은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루시아!!! 어서 돌아와!! 이대로 가다간 늦어버릴 거야!!
루시아의 허상이 이를 꽉 악물며 아쉬운 표정으로 대원을 내려놓았다.
그, 그런 슬픈 표정은 짓지 마... 다음 기체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응...약속이야!
두 사람은 바닥에 쓰러진 채 간신히 엄지를 치켜세워 루시아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계속 여기에 누워있다가 설마 침식체가 되는 건 아니겠지...?
의식 회수가 끝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려... 좀 더 버텨보자.
허상이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점점 옅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
루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이곳에서 자신의 허상을 두 눈으로 봤지만 의식의 바다에서는 관련된 기억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다시 그들을 보게 됐다는 건 지휘관님이 말한 그 일이 정말 이곳에서 일어났다는 뜻이겠죠...
루시아의 기체에 알파의 데이터가 있으니 완전한 기억을 되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니콜라가 염려되는 점이 있다 하면서 그녀의 기억을 일부 봉인했다. 그래야 앞으로의 전투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해결법은 잠시뿐이다. 오래 끌수록 루시아는 더 혼란스러워하고 의심을 품게 되겠지.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의 인연이 그녀가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잡아줄 거라고 믿는다.
네 단말기에 권한 비밀 코드를 하나 전송했어. 파오스의 창 시스템의 힘을 빌려 루시아의 깊은 의식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알파의 봉인된 기억은 그녀의 깊은 의식의 바다에 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너도 잘 알겠지.
그리고 그것을 언제 사용할지는 네가 정하도록.
루시아가 지금까지의 기억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니, 지금 그 권한을 넘기면 되지 않을까?
입을 여는 순간 긴급 통신의 알림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 위치에 오래 머물고 있어서 무슨 위험이라도 있는지 걱정돼서...
그럼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서둘러야 합니다. 적조가 그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서둘러 빠져나와야 합니다. 브리이타가 바로 그 근처에 있을 테니 그쪽의 차를 빌려 타면 될 거에요.
그 소식을 들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쓸데없는 대화를 생략하고 바로 통신을 끊은 후 정해진 경로를 따라 그 입구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