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파오스의 창 시스템에 입력하자 이번에 나온 허상은 알파와 루나였다.
그녀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승격자의 거점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녀들의 허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지.
이제부터는 허상이 아닌 본인이 나타날지도 몰라.
………………
네 사람은 루나와 알파의 허상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서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평범한 자매가 산책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할 것이다.
드디어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왔구나, 언니.
소녀는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상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왜 승격자가 됐는지 묻고 싶은 거지?
그래.
처음에는 단지 살고 싶었어.
언니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어...그러다가 어느샌가 이렇게 변해버린 거야.
그런데 그 사람들은 반드시 없애야 하는 위협이라고 생각했어...
반드시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된 이상 살아남는 건 어려워 질 수밖에 없었지. 대가를 치러야 했어. 언니도 마찬가지잖아?
그 말을 들은 알파는 혐오스러운 듯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깨부술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
루시아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그녀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붙잡으려는 것 같이 표정과 움직임 모두 훨씬 더 부드러웠다.
돌아가고 싶어?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여전히 멍청한 희망을 품고 있었을지도 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바로 이곳에서... 그들이...
………………
알파는 증오에 휩싸인 표정으로 닿지 않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이 옆의 루시아와 또다시 겹쳐졌는데 익숙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달랐다.
……
그녀는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루나의 허상과 함께 먼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네 사람은 그녀들을 따라 나아가다가 수많은 허상 속에서 루시아 홍련 기체를 허상에서 발견했다.
정말 이곳에 있을 줄이야... 나도 모두처럼 이곳에 온 적이 있었구나.
이 구역은 수많은 전쟁이 휩쓸어 간 당시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세 사람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잃어버린 기억이 바로 여기서 일어난 일이라면...
………………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여전히 멍청한 희망을 품고 있었을지도 몰라.
알파의 그 말을 떠올린 루시아는 잠시 침묵했다.
전 모두와 함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또 다른 저는 이런 행복이 진실을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겠지만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요. 당시 무엇을 위해 태어났든 전 지휘관님의 굳건함과 상냥함에 또다시 끌릴 거예요.
...그래. 지금의 나라면...
그녀는 작은 소리로 그 말을 다시 반복했다.
기억이 단절되기 전에도 전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일원이었어요. 그건 지휘관님, 리브, 그리고 리가 없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였죠.
루나는 그때도 제 옆에 없었지만, 전 지금처럼 공중 정원, 인류, 그리고 대원을 지키기 위해 싸웠어요.
그런데 그 단절된 기억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또 다른 전 지금의 길을 벗어나 버렸죠.
그래서... 약속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모든 기억을 되찾은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어요.
…예.
네?
...지휘관님.
고개를 든 그녀는 미소를 되찾았다.
그럼 가볼까요? 그때의 제가 무엇을 겪은 건지 알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