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3 종언복음 / Story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노력 끝에 마지막 침식체가 쓰러졌다. 익숙한 기계 무리 중에서 처음 보는 침식체가 있었다.
이것들은 대체 뭐죠?
열차의 그 침식된 이합체와 비슷하네.
지금 있는 정보로는 판단할 수 없어요. 리, 파오스의 창 시스템으로 그들의 기억을 복원할 수 있을까요?
시도하는 중이야.
그것들의 데이터는 수집할 수 있지만 분석할 수가 없어.
마지막 기록을 다 보면 이 블럭의 조사는 끝이에요.
바로 그때 통신 알림이 다시 울렸다.
드디어 연결됐네요. 괜찮습니까?
브리이타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확실히 지금은 승격자의 정보를 최우선으로 쫓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고할 사항이 또 있습니까?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
죄송합니다. 바로 나가겠습니다.
계속 통신이 안 돼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통신을 검측한 결과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아시모프 씨에게 보고를 했다는 걸 알고 상황을 보러 여기까지 온 겁니다.
좋아. 이쪽으로 전송해.
새로운 침식체라니?
네.
리브가 전송한 표본 데이터를 받은 아시모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는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몸을 일으켜 작업실의 다른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자료를 뒤졌는데, 컵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봐요.
모두 침묵하며 기다리자, 잠시 후 아시모프가 눈살을 찌푸리며 통신 앞으로 돌아왔다.
………………
이 침식체들은...몸에서 생물과 비슷한 구조를 보이기 시작했어. 이건 지금까지 알려진 침식체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현상이야.
침식체라고 부르기보다는 좀 더 구별해서 "이합 생물"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어.
그래. 너희가 전송한 자료만으로는 아직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야.
하지만 적조의 성분을 기능으로 구분하자면 사실 지구 최초의 바다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어.
지금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관련성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지.
지금 적조의 규모는 어느 정도지?
블럭 전체를 뒤덮을 정도예요. 게다가 파오스의 창을 통해 실종된 소대의 기록을 찾았는데, 그들의 자료는 아까 전송했지만 신호 때문에 조금 전송이 끝났다고 해요.
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조는 원래 지하에 숨어 있었는데, 얼마 전에는 분수에 가까웠는데. 하지만 지금은 바닷물처럼 블럭 전체를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커졌죠.
고개를 숙인 채 이합 생물의 보고 있던 아시모프는 실종된 소대의 정보로 시선을 옮겼다.
이 팽창 속도는...
………………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능성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어.
추가 조사가 필요해. 전송한 성분 보고 외에도 적조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있나?
괜찮으니 알려주세요.
실종된 소대의 조사에 따르면 팽창 속도 외에도 적조에 죽은 자의 의식이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고 해요.
그래. 보고에서 그 내용을 봤어.
적조가 죽은 자를 모방하는 건지...아니면 죽은 자의 의식을 진짜 보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심각해.
그건 그런 방식으로 상황을 모르는 자를 적조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거든.
게다가 의식 데이터를 수집해 자신의 의식을 진화시켜...진정한 생물이 될 수도 있어.
...계속 팽창하고 있는 데다 침식체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해 침식체를 삼킴으로써 자신을 키우고 있죠.
포식 행위라니...
하지만 이 침식체들은 적조에 완전히 용해되지는 않았어요. 그보다는 분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적조에서 부품이 되어버렸어요.
인간이 적조에 부딪히면 삼켜지기 전에 이 부품에 부딪혀 부상을 입을 거예요. 심지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분해...부품이 남았다고? 그건 융해할 수 없어서인가? 아니면...
아시모프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추측을 입으로 삼키며 질문했다.
너희들은 적조가 어떻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퍼니싱 전파가 더 심각해지면서 한층 더 팽창하겠죠.
정말 그뿐일까요?
머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시모프도 수중의 작업을 멈춘 채 옆에서 웃고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방금 다른 대원으로부터 조사 보고를 받았습니다. 좀 더 외곽 쪽에서 조사했는데, 적조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대신 주변의 청소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최근 대량의 침식체가 폐허로 모이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폐허 속에서 보급 물자를 발견했다는 정보도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하지만 폐허로 간 사람은 그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죠. 누가 했다고 생각하나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소부 사이에서 퍼진 이야기는 너무 추상적이지만 정보를 가장 먼저 퍼트린 사람의 서술에 따르면 확실히 일부 승격자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이야기가 퍼지면 화서를 통해 이곳을 찾아내지 못했더라도, 소문이나 빈번하게 실종된 소대 때문이라도 이곳을 찾아냈을 것입니다.
이건 상대가 절대적인 비장의 카드의 씨앗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키우면 승격자나 그들을 뛰어넘는 위협이 된다는 거겠지.
왜 씨앗이라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이 비밀을 숨기려고 했지만, 소문이나 실종된 소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는 두려워하지 않고 있어. 즉, 이 비장의 카드가 성장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적조와 이합 생물은 위협적이지만 지금은 아직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겠지. 이런 계획을 세운 걸 보면 더 강력한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게 분명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전에 이 정보를 얻은 이상 아직 성장하지 못한 그 비장의 카드를 빨리 파괴해야 해.
바로 알아차리다니, 역시 형은 대단해.
그 정도의 정보가 있으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어.
그래도 아직 정보가 너무 부족해. 형,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반드시 제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전에 내 작업실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네, 네. 물론이죠.
적조에 관한 정보를 받은 후로 계속 초조해하는 것 같아서 이곳에 머문 거뿐이에요. 새로운 정보를 빨리 공유하고 싶어서 그랬는데, 일을 방해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죄송해요.
…………
호의는 감사하지만, 앞으로 정보가 들어오면 그냥 정리해서 보고해.
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머레이는 아시모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특히 형, 또 무리하지는 말고.
...알았어.
머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통신을 끊었는데, 바로 그 순간 익숙한 그림자가 복원된 허상을 스쳐 지나갔다.
지휘관님. 왜 그러세요?
허상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자 변함없는 미소를 띤 롤랑이 한 소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소년은 누구죠?
네 사람의 시선이 소년에게 집중됐다. 그는 화를 내며 롤랑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조금 다친 것 같았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침식체는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두 허상은 대화하는 듯 손만 움직일 뿐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소년은 갑자기 화를 내며 주먹을 벽에 꽂았다. 그러자 허상의 벽이 실제 벽처럼 균열이 생겼다.
보아하니 저 소년도 구조체인 것 같네요.
두 사람은 대화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말리는 롤랑을 뿌리치고 거리의 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순간을 바라보는 침식체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 허상도 사라져버렸다.
우리도 따라가 보죠, 지휘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