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보조 장치에서 소형 저장 장치를 꺼낸 순간 파오스의 창 시스템 단말기가 작게 진동했다.
새로운 자료 기록을 감지했습니다. 생성된 허상 영상을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업데이트.
파오스의 창 시스템은 그 명령을 듣자 다시 허상 영상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업데이트된 부분만 재생해.
업데이트된 데이터가 있는 지점이 이곳과 가까우니 그곳으로 이동해 확인해주세요.
표시등이 깜빡이면서 네 사람 앞에 안내하는 선이 나타났는데, 선은 그 직원 휴게실까지 이어져 있었다.
리브의 말대로 문제가 일어난 곳은 여기가 맞는 것 같아요.
틀림없어요.
그 말을 끝나자 마다,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면서 밖에서 키가 작은 여자아이가 뛰쳐 들어왔다.
그녀 곁에는 기계 큐브가 떠 있었는데, 고유의 보조 장치인 것 같았다.
코코가 돌아왔으니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하자.
있잖아. 코코가 엄청난 걸 발견했어!
뭘?
적색 조수에 죽은 자의 의식이 남아 있어. 심지어 안에서 튀어나와 말을 하기도 해!
뭐?!
코코가 적색 조수에서 그 실종된 지휘관을 찾았어!
그곳에 있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코코 외의 세 명의 허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코코의 이름을 계속 불렀어. 게다가 그녀의 언니를 봤냐고 물었어...
말도 안 돼! 설마 그것이 신화 자료에 나오는 저승의 바다라도 됐다는 거야?
왜 그렇게 늦었나 했는데 이 대낮에 꿈이라도 꿨나 보네. 하하하하!
코코는 의심하는 두 사람의 말에 화가 나서 몸을 떨며 웃음을 거두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휘관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이어서 말하라고 했다.
그 실종된 지휘관 외에도...코코가 다른 청소부한테 물어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어.
코코는 예의를 차리는 미소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지만 기가 죽은 듯이 말했다.
첫 번째는 그들이 들은 죽은 자의 소리는 모두 적조에 죽은 사람이라는 거야. 이건 신화 속의 저승의 바다와 달리 모든 죽은 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야.
지휘관 차림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금 긴장을 푼 듯 스크린을 조작하며 다른 세 사람에게 영상 자료를 보여줬다.
반드시 적조에 의해 죽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죽은 후에 적조에 삼켜지면 되는 건지는 코코도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
코코도 그 지휘관이 어떻게 죽은 지는 보지 못했지만 적조 근처에서 그녀의 유품을 발견했거든.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너무 흐릿해. 적조가 그녀의 의식을 보존한 상태인지 아니면 그녀인 척하는 건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어.
두 번째는 청소부의 말에 따르면 그도 그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거야.
그러니까 민간 전설에서 나오는 괴상한 현상과는 달리 누구나 관측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건가...
하지만 코코가 붉은 바다 옆에 다가갈 때만 그 지휘관이 나타나. 마치 낯선 사람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낯선 사람을 봐도 인사하는데?
그럼 우리가 관찰해볼 테니 네가 죽어서 들어가.
그 말을 들은 로라라는 남성 구조체는 웃음을 거두고 입을 비죽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회의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됐어. 이만 떠날 준비를 해야지.
테이블 앞의 네 사람이 짐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
음...역시 로라의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네 사람은 그 익숙한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을 뒤졌다.
아, 기억났어요.
...복도를 지나갈 때...
...살려...
누구세요?
...살려주세요...
……………………………………
...기억났어. 그의 목소리가 분명해.
…………
어째서...마지막에...적조에 죽은 걸까요?
우리가 방금 얻은 단서를 바탕으로 추측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
적조가 지금같이 엄청난 크기가 된 건 상당히 많은 잔해를 분해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곳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과 침식체가 머물고 있었던 거지?
이곳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곳에 모이는 거 일지도 모르겠군.
모이다니? 적조에 이끌려 온 걸까?
...마치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무언가에 이끌려 온 걸까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릴 적에 봤던 동화가 떠올라서요.
리브가 설명하려는 순간 옆에서 대문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새로운 허상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모습은 조금 흐릿했는데, 절대 착각할 수 없는 인어 같은 꼬리가 있었다.
침식체?! 해치워버려!
하지만 평범한 구조체의 힘으로는 승격자에 맞설 수 없었다. 가장 앞을 달리던 남성 구조체는 바로 방 깊은 곳으로 처박혔고 잠시 발버둥 쳤지만 금방 조용해졌다.
코코! 빨리 철수해! 자료를 가지고 돌아가는 게 우리의 임무야!
하지만 그 지휘관이 명령이라고 말한 순간 인간의 약한 신체가 그대로 지붕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목이 갈라지면서 소리 없이 방의 깊은 곳에 쓰러졌다.
남은 두 구조체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냈지만 망설이지 않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함께 출입구를 향해 뛰쳐나가 흩어져서 도망쳤다.
...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거야. 귀찮게...
그녀는 두 사람을 각각 흘겨본 후 뒤돌아 로라라고 불린 남성 구조체를 뒤쫓았다.
허상은 코코의 발걸음에 따라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그녀는 자신의 부유 보조 기기로 아래로 도망쳤지만 얼마 가지 않아 로라의 비명이 들려왔다.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반드시...반드시...
코코는 자신의 보조 기기를 잡아 복도의 은폐된 문으로 쑤셔 넣은 후 문의 방 카드를 챙겼다. 그리고 무기로 복도의 가구를 파괴해 상대의 움직임을 늦추고자 했다.
보조 기기가 은폐된 문에 쑤셔 넣어지자 마자 눈앞의 허상이 사라졌다. 그 후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지는 알 수 없었고 두 사람의 대화만이 기록됐다.
뭔가 부족한 거 같은데...
어떻게 그런 곳에서 튀어나온...잠깐, 침식체가 대화를 한다고?
...거기서부터 설명해야 해?
넌 대체 누구야?!
내가 누구든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승격자의 코앞에서 조사한 이상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승격자? 코앞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붉은 조수는 네가 만들어 낸거냐?
그렇게 한 번에 많은 질문을 하지 마. 답하기 힘들잖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 그것 하늘의 뜻이야. 그러니 지금 이 자료들이 유출되어서는 안 돼.
폭발 소리와 함께 코코의 날카로운 비명이 퍼지면서 계단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수로 너무 많은 걸 말해버렸네. 그래도 이미 죽었으니 상관없겠지.
한숨을 내뱉은 라미아는 2층에서 단숨에 뛰어내려 불평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졌다.
귀찮아 죽겠네. 이다음은 도망친 그 녀석을 쫓아야 하잖아? 그 정도 부상을 입었으니 멀리 가지 못했겠지만.
화서가 여기에 있다면 승격자의 거점이 이 근처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승격자의 거점이 여기 있기 때문에 화서를 이곳으로 데려온 거일 수도 있죠.
지휘관님, 그러니까...?
그러니까 화서가 의도적으로 승격자가 있는 위치를 흘렸다는 겁니까?
바로 그때 통신의 알림등이 깜빡였다.
드디어 연결됐네.
계속 통신이 안 돼서 많이 걱정했어.
게다가 방금 대량의 적색 무언가가 그쪽을 향해 돌진해가는 걸 감지했거든.
그쪽도 연락이 되지 않을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신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적색 액체 때문에 지금 많은 부대와 연락이 끊겼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야 나도 다른 부대에 피하라고 할 수 있지.
적조?
확실히 네 말대로 화서가 의도적으로 게슈탈트가 이곳의 좌표를 찾아내게 한 거일 수도 있겠어.
승격자가 적조를 이용해 무언가 할 생각인 데다 그들의 거점이 바로 이 근처에 있으니, 더더욱 그 목표를 최우선으로 해야지.
왜 그래? 함부로 목표를 바꾸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그래?
그래. 목표를 변경하는 건에 관해서는 내가 상부에 보고 할게. 그리고 인원도 더 투입 해야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구역의 신호를 생각하면 피드백은 해가 질 때 쯤이나 받을 걸?
그럼 계속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 게다가 전에 파견된 사람에 따르면 화서도 승격자 본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잖아?
확실히 그런 것 같네.
하지만 조사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려면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니야?
좋았어. 그럼 사람을 그쪽으로 보낼게. 호텔 창 쪽에서 무도회가 끝나고 마차를 기다리는 신데렐라의 마음으로 배를 기다려!
좋은 소식은 없지만 더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너희가 떠났을 때의 그곳에서 계속 멈춰있다고 해. 조금씩 올라가고는 있지만 바로 속도를 높이지 못할 것 같아. 아무튼 여전히 지상과 아주 가까운 상태여서 아직 위험해.
너도 알겠지만 대부분의 인원이 따라 내려왔어. 그리고 위에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수습하느라 바쁘지.
그래도 이번 일로 그 놈들은 한 방 당했지.
공중 정원에만 머물며 안심하고 있었던 녀석들 말이야.
지상의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위기를 항상 무사히 대처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아무튼, 위의 성가신 일들은 위에 있는 녀석들에게 맡겨.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이쪽을 해결하지 못하면 위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 없으니까.
브리이타는 상쾌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통신을 끊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바빠질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