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상한 것 같아.
침입 프로세스를 완료한 소대는 차단용 데이터 흐름을 해제한 후에야 가상 공간의 의회 빌딩 광장 근처에 이르렀다.
캡슐에 밀어 넣어진 느낌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지 않았다면 함교에서 눈앞의 의회 빌딩 광장으로 "전송"된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다만 왠지 몰라도 어딘가가 좀 다른 것 같았다.
왜 그래?
뭔가가...벽같은 뭔가가 있어요.
이상합니다...감지 센서로 저 "벽"의 구성을 탐지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다. 백색 소음 같은 데이터로 형성된 움직이는 물체야.
일단 데이터로 구성된 벽이라고 이해하면 돼. 침입을 막을 때 쓰이는 일반적인 수단 중 하나지.
정말 침입한 게 맞나보군...
그럴 거야. 침입 과정이 끝난 후에는 찾아서 통과하거나 끄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어.
방금 말했잖아. "찾아야" 해.
며칠 전...
금발의 청년이 회의실 입구에 도착했다. 그는 꽉 닫힌 문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회의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니콜라 사령관님, 무슨 일로...아, 하산 의장님도 계셨군요. 요즘 많이 바쁘셔서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일단 앉아라.
머레이의 인사에 하산은 답하지 않고 머레이에게 회의 테이블 반대편의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머레이가 시키는 대로 하산의 반대편에 앉자 눈앞에 커피 한 잔이 놓였다.
머레이는 뜨거운 김 너머로 하산을 바라보며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긴장할 필요 없어. 이건 세리카가 직접 내린 만델링 커피다.
그 말을 들은 머레이는 미소를 지은 후 손을 뻗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음...나쁘지 않네요.
옆에 서 있는 니콜라는 이미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놓은 후 손을 움직여 휴면 모드에 진입한 홀로그램 스크린을 켰다.
하산, 이미 말했을 텐데. 그는 문제없어.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니콜라의 움직임에 따라 머레이는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건...제가 니콜라 사령관님께 보낸 정보잖아요? 하산 의장님과 함께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정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정보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다.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가 궁금한 거지.
머레이가 손에 쥔 커피잔이 살짝 떨렸다. 그리고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
이 정보들을 어디서 얻었는지 말할 수 없는 건가?
전...좀 더 오래 살고 싶거든요.
머레이가 작은 소리로 답했는데 어딘가 미안하다는 말투였다. 그러자 하산은 그가 이 일에 관해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왜 전근 신청을 하지 않았지? 네 몸을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을 텐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장님. 하지만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어 전근갈 생각은 없습니다.
정보원의 일도 작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입니다. 제 몸 상태를 생각하면...지상에서 실제로 작전을 행하는 지휘관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어떤 면에서는 네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전근시킬 생각도 없어. 그 테스트를 통과한 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외에 네가 유일하니까.
그러니 네가 규정에 위반된 곳에서 정보를 얻은 거라 해도 네게 처벌을 내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 텐데?
머레이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잔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반대편의 두 사람은 머레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그의 입가에는 상냥해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미소를 지었다.
전 장관님이 내리신 임무를 완수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두 분에게 그 정보를 어디에 쓰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두 분도 제가 어떻게 정보를 얻었는지는 묻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물어보지 말라고?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우리도 네가 결과적으로는 공중 정원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는 건 알고 있어.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은 같지만...
머레이, 네가 아무리 비밀리에 판을 깐다고 해도 영원히 들키지 않을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일단 네가 선을 넘지 않을 거라고 믿겠다.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가 내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아직까지 널 완전히 간파하지 못한 것 같군.
니콜라는 테이블 밑의 서류 가방에서 검은색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 반대편에 있는 머레이를 향해 밀었다.
네가 정보를 어디서 얻은 지 밝히기 싫다면 적어도 우리를 위해 계속 일해줘야겠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면 된다.
머레이는 바로 서류 봉투의 표식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니콜라를 바라봤다.
...설마 제가 이 도박의 유일한 칩은 아니겠죠?
네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
우리는 공중 정원에 이익이 되는 결과만 보고 싶을 뿐이니...
커피는 이만 내려놔도 된다. 입에 안 맞는다면 굳이 무리하게 마실 필요는 없어.
이야기를 끝내자 하산은 니콜라를 따라 몸을 일으켜 회의실을 떠났다. 그리고 회의실에는 커피를 든 채 마셔야 할지 고민하는 머레이만 남았다.
……
잠시 후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 깊이 한숨을 내뱉은 후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정말,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