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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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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찬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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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곳의 상황을 낯선 청소부들에게 알려주었다.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 중 몇 명은 파도 소리가 들린 후 그들과 함께 가보겠다며 말했다.

돌아온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적조 속에서 만난 허상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소문은 곧 폐 건물 전체에 퍼졌고 폐허에 거점을 두고 있던 청소부들 모두 이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소문과 함께 퍼니싱도 점차 퍼지기 시작했다.

다들 이제 침식 증상이 누구부터 시작되었는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들은 혈청을 가지고 있지 않은 청소부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궁지에 몰리자 침식자들은 적조의 소문을 믿기 시작했다.

거대한 파도는 거리를 쓸어버리고 궁지에 몰린 청소부들을 잠식했다. 그리고 새로운 허상들이 적조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조에 관한 소문과 퍼니싱, 절망과 희망은 또 다시 청소부들의 입을 거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이미 보이지 않는 연쇄 속박에 갇혀버렸고 적조는 이제 신앙이 되었다.

청소부들은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마지막 구원이자 귀환처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여전히 그녀가 믿는 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네 말이 맞아. 적조가 바로 하늘에서 내려준 천국이야!

맞아. 적조에 뛰어들기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어.

그게 아니야.. 진짜 천국은 이런 게 아니야!

얘 좀 봐라. 나이도 어린 애가 그런 구닥다리 같은 말을 믿다니.

그럼 네가 말하는 진짜 천국을 우리한테 보여주든가.

그날 봤던 천사님이 말씀하셨어. 기도를 계속하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러니까 포기하면 안 돼!

지금 충분히 행복해. 행복은 바로 우리 앞에 있어. 붉은색 행복이 바로 우리 앞에 있다고. 이것 봐, 이렇게나 많아.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천국도 시대에 따라 진화한 거야. 모습이 좀 바뀌었다고 못 알아보다니, 신앙심이 부족하네.

가자, 오늘도 한번 찾아보자고.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두 사람의 깡마른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두 사람은 서로 부축하며 거리의 끝으로 사라졌다.

...정말 그런 건가?

아빠, 엄마...두 분이 믿고 있던 분은 이제 사라진 건가요?

소녀의 중얼거림은 피식하는 비웃음 소리에 멈추었다.

정말 희한하네.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애들이 있다니.

누구도 천국이, 지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 없어. 당장 눈에 보이는 걸 믿을 수밖에.

하지만 그건...잘못된 거잖아...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너나 나나 이렇게 가다간 다 비참하게 죽을 거야.

구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흰색 천국이든 적색 천국이든, 냄비든, 사당의 신상이든 다 믿을 수 있어.

그는 손을 흔들더니 역시 적조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점점 더 많은 청소부들이 적조를 추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심지가 굳은 사람들은 적조를 멀리하고 이 폐허를 떠났지만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리던 소녀는 이제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력 따위 남아있지 않았다.

유낙의 의식이 거의 사라지기 직전이던 그날, 그녀는 나무막대기를 지팡이 삼아 폐기된 호텔을 떠났다.

신이시여...절 구해주세요.

먹구름이 하늘에 걸리고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적조 주변에 있던 청소부들은 전부 자취를 감추었고 적조의 파도 소리만이 주위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신의 이름을...찬송하나니...부디...부디...하...

그녀가 내뱉던 기도문이 점점 어눌해지고 자조 섞인 웃음소리는 울음소리로 변해버렸다.

신이시여! 도대체 어디 계시나이까?!

소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어두운 하늘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달빛은 이미 폭우와 먹구름 속에 사라져버렸고 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속은 거야...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던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유낙의 울음소리는 점점 쉬었고 눈물은 진작 말라버렸다. 폭우가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고 소녀의 눈가를 가득 적셨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유낙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

이미 무너져버린 신념과 절망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던 그때, 수많은 청소부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파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적인 미소를 지으며 몰려오는 적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유낙

신이시여...모두 행복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었죠...

소녀는 거대한 파도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폭우를 막을 정도로 거대했고 그녀와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를 전부 품 속으로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