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3 종언복음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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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방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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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샘플 채취는 끝났어.

방호 설비가 없었다면 조금만 더 가까이 갔어도 침식 증상을 보였을 거야...정말 무서운 물건이네.

밀봉장치에 담긴 적조 샘플은 생명을 가진 듯 적조의 방향을 따라 흘러가려는 추세를 보였고 작은 이합 생물을 계속 생성해냈다.

모체로 돌아가고 싶은 것 같네. 이것들도 생명이 있는 건가...

아시모프의 말에 따르면 적조는 퍼니싱이 생물화되는 과정이라고 했어.

이합 생물들도 적조로 인해 생성된 것 같아. 비록 그 출처와 연화 원리는 더 구체적인 연구를 거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말이야.

졸지 않는 반즈라니. 희한한 일이네.

…오래된 습관은 단시간내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아?

반즈는 고개를 돌려 다시 적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적조의 흐름은 방금 전처럼 급박하지 않았고 도시의 저지대에 고여 꽤 큰 규모의 바다를 형성했다.

조용한 핏빛 바다가 햇빛을 반사했고 거대한 파도를 향해 뛰어드는 생과 사를 전부 잠식했다.

반즈는 적조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속삭임을 들었다.

……!

반즈? 왜 그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졌어.

이 소리가 안 들려?

뭐가...들린다는 거야?

적조 속의 생물들이 말하고 있어...아니, 이건 생물이 아니라 데이터의 단편에 가까워...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 현혹되면 안 돼.

알아.

그렇지만 기이한 고요함이 세 사람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적조 속에서 흘러나온 속삭임은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점차 가까워졌다.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진동과 쿠르릉 소리가 이 고요함을 깨트렸다. 세 사람은 꿈에서 깨어난 듯 소리의 출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합 생물의 울음소리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공허한 도시에 맴돌았다.

익숙한 포효도 섞여있었다.

이건 설마...

가까이 가보자.

가까이 가보니 카무가 잔뜩 짜증 난 표정으로 대검을 세게 휘둘러 검에 붙은 이합 생물을 떼어내고 있었다. 이합 생물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크롬 뒤편의 벽에 부딪히더니 천천히 떨어졌다. 이합 생물이 튀긴 점액이 크롬의 바지 가랑이를 적셨다.

……

카무——! 역시 너구나! 괜찮아?

...가까이 오지 마.

...뭐?

나한테는 별 영향이 없는데 너희들한테는 어떨지 모르겠어. 함부로 가까이 오지 마.

카무는 손을 들어 자신의 몸에 이합 생물 조각과 그들의 "피"가 잔뜩 묻었음을 가리켰다.

하! 우리 임무가 바로 적조 샘플을 채취하는 거야. 착지 전에 보호조치도 충분히 진행해서 이 정도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걱정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정말 카무이처럼 제멋대로인 전투 방식이네...

난 저렇게 오버하며 싸우지 않는다고.

카무는 대검을 다시 등 뒤에 메고 옆에 산처럼 쌓인 이합 생물의 잔해를 뻥 차버리고는 차징 팔콘을 향해 걸어갔다. 카무이는 그제야 엉망이 된 카무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너희들이 왜 여기로 온 건데?

우린 하산 의장님의 직접 명령을 받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행방을 찾고 있어. 그들은...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거지? 웃는게 역겨운 그 자식도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좌표를 몇 개 전송했지. 그 중 몇 개는 이미 확인했는데 없더라고. 그런데...

카무는 전자 스크린을 조작하여 지도를 띄웠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좌표는 바로 지하야. 그런데 쭉 둘러봐도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보이지 않아.

이 도시의 지하에는 대피용으로 지었던 지하 시설이 있어. 입구가 한 개밖에 없을 리가 없어. 이 도시의 지하 시설 기획 정보만 얻는다면...

소용없어.

지하로 통하는 입구들은 지금 전부 봉쇄된 상태야.

이건 뭐...

카무는 발 아래에 남은 적조 웅덩이를 가리켰다.

설마 잠수해서 문을 열려는 거야?

그건 좀 힘들겠네.

일부러 우리의 계획을 막는 것 같네. 이 적조들은 도대체 뭘까?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의 통제를 받고 있는 걸까?

흥, 좌표에 접근하려고만 하면 이 역겨운 자식들이 날 귀찮게 만들더군.

아마 다른 소대들도 화서의 위치를 찾고 있을 거야. 하지만 보호 장비가 우리 것보다 떨어질 테니까 적조에 의해 발이 묶였을 거야.

지하로 향하는 통로를 찾을 수 없다면 일단 지상의 지원 역량이 손실되지 않도록 막아야겠지.

카무이, 넌 카무와 같이 움직이며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행방을 찾아.

나랑 반즈는 다른 지상의 소대들과 연락해서 정보를 공유할 거야.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지원 작업을 펼칠 수 있게 말이야.

알았어!

알겠어.

(화서는 너희들한테 맡길게, 그레이 레이븐 소대. 너희들의 능력을 믿어.)

어쨌든...서둘러 움직여야겠어.